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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잎의노래 Jun 04. 2024

미로 찾기에 빠져들었다.

그랜드 바자르~ 미적 상품들의 향연장


이스탄불에는 이스탄불다운 명물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그랜드 바자르이다.


그랜드 바자르는 우리 식으로 큰 시장이다.

이름 그대로 ‘그랜드’는 크다라는 뜻이고 ‘바자르’는 시장을 말한다.


단 실외 개방형인 우리 시장과 달리 실내형으로 조성되었다.

그랜드 바자르는 튀르키예어로 ‘카팔르 챠르쉬’ 라고 하는 데 ‘지붕 덮인 시장’이라는 뜻이다.

    


그랜드 바자르에는 전통과 지역의 문화가 깃든 제품들이 많다. 전통 직물과 섬유, 이를 활용한 의류, 카페트, 옷감들이 있다. 전통 터키식 접시, 터키 차, 도자기, 보석류, 향신료, 공예품도 대표 상품이다. 이곳에는 튀르키예의 전통 공예품부터 장식품, 생활 용품, 보조 식자재, 인테리어 장식품까지 가득하다.     


그랜드 바자르의 탄생은 15세기 오스만 제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조그만 직물 창고로 시작되었는 데 급속도로 확장되어 중동 아시아 지역을 아울러 상품을 교역하는 중심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그랜드 바자르는 유래 깊은 역사 도시답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 면에서도 제일 크다.

실내 규모가 엄청나서 시장에 진입하는 입구도 20여 군데나 된다. 바자르 내부는 60여 개의 거리와 작은 골목길이 이어져 있다. 시장 통행로는 갈래갈래 이어지고 갈라지면서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여기에는 무려 4000여 개가 넘는 상점들이 입주해 있을 뿐만 아니라 모스크, 우체국, 은행, 경찰서 등 편의 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어 도심 속 작은 자치 타운처럼 보인다. 시장은 이곳을 찾는 많은 쇼핑객들과 관광객들로 뒤섞여 항상 붐비고 활기찬 분위기다.     

     


입구로 들어와 자유롭게 쇼핑한 후 처음 진입한 입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미로 같은 시장길에서 자칫 방향 감각을 잃으면 쇼핑 미아가 되기 십상이다. 동행인이 있어 우연찮게 서로 길이 엇갈리면 재회하기가 쉽지 않다. 이곳에서는 다정하게 두 손을 꼭 잡고 다니든지, 쇼핑 틈틈이 일행 존재를 눈도장으로 확인해야 한다. 미로 찾기 게임에 딱 어울리는 장터이다.     


그렇지만 혼자 여행자라면 그랜드 바자르에서 미아가 되어 보는 것도 괜찮다. 여기저기 목적 없이 발길 가는 데로 둘러보다 보면 이스탄불의 문화 향기를 짙게 맡을 수 있다. 온갖 진귀하고 매력적인 튀르키예의 상품들에 마음을 빼앗긴 미아의 시간들은 나중 여행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지 모른다.      


이스탄불은 유구한 역사 도시이다. 천여 년의 동로마제국과 500여 년의 오스만 제국을 대표하는 수도였다. 동양과 서양의 연결고리에 있는 지리적 특성에 걸맞 탄생한 동서양의 교역 장소였다. 예로부터 동아시아로부터 출발해 중동을 거쳐 이어진 육상 실크로드의 종착지였다. 여기서부터 다시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지가 되어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등으로 연결되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거대한 실크로드의 중심에는 이스탄불이 있었다.          



그랜드 바자르는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영리적인 상업시설이 아니다. 이 공간에는 역사적이고 신비스러운 중동의 문화가 스며있다. 과거로부터 이어온 시장의 전통과 이곳에서 부대끼며 어우러진 사람들의 온이 배어 있다. 그들의 생활 문화 내면 깊숙이 들어가 보는 매력적인 경험을 이 곳에서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랜드 바자르는 눈으로만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감상하는 곳이다.       

    

그랜드 바자르는 이스탄불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라면 거쳐야 할 필수 관광지가 되었다. 여기에서 여행 기념품도 구입하고 평소 사고 싶은 물건들도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중동 특유의 진귀하고 이색적인 물품들이 많은 까닭에 이스탄불 추억품으로 몇 가지 장만해도 좋다.

물론 물건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시장을 한번 둘러보는 것 자체가 이스탄불의 분위기에 흠씬 젖어보는 행보가 된다.         

 

많은 가게들이 입주해 있는 실내형 시장이지만 상품별로 판매하는 구역이 나뉘기도 한다. 특히 각 가게마다 상품을 아주 정성스럽게 진열한다. 개별 상품 하나하나가 정감 있고 정연하게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어 있다. 가게 공간에 빼곡히 들어찬 상품 진열대에는 빈 곳을 찾기가 어렵다. 상품들의 진열 풍경이 마치 설치 예술 같다. 판매 상품들을 부각하는 매혹적인 배치는 관광객들의 물욕을 단번에 끌어 올리다. 예쁘고 도드라지게 진열된 상품들을 보는 순간 구매의 욕구가 슬그머니 고개를 치켜든다.     

 


그랜드 바자르는 상품 구경 외에도 자체 구조물에서도 아기자기한 건축의 미를 맛볼 수 있다. 가게마다 멋스럽게 꾸민 장식물과 조형물들은 찍스럽게 예쁘다. 가게 벽면에 꾸며진 전통 문형에 미적 질감이 엿보인다. 건물을 지탱하는 대리적 기둥들에 새겨진 다채로운 모자이크 무늬에는 운치가 감돈다. 구조지붕 상판인 건물 돔에서 부드러운 곡선의 양감을 감지할 수 있다. 


튀르키예(터키)는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접전 국가다. 그 가운데 이스탄불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가 나는 연결고리 도시이다. 이런 관계로 예로부터 이스탄불에는 동양과 서양의 무역 상품들이 풍부했고 이곳에서 양대륙간 물품 거래가 활발히 일어났다. 세계 곳곳의 상인들을 끌어당기면서 수세기 동안 상업과 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제 그랜드 바자르는 이스탄불의 역사와 상업이 녹아있는 정체성이문화유산이다.     


그랜드 바자르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 조화된 공간이다. 이스탄불의 문화와 경제의 정체성이 스며있는 곳이다. 가장 전통적인 분위기를 맛볼 수 있고 또한 현대적 변화의 트렌드를 감각할 수 있다. 오늘날 터키의 시장 풍습을 알 수 있는 지역 경제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목도할 수 있다.     



그랜드 바자르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상업 지구에서 가장 전통적인 역사를 경험하는 곳이다. 상품 거래의 흥겨운 상술이 만개한 곳에서 온갖 장신구와 공예품의 미학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물욕의 요람 쇼핑의 현장에서 전통 도시의 문화와 예술이 꿈틀거리는 역동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호기심이 발동하고 전 색감이 되살아나는 이곳에서는

바른 길잡이보다 미아(迷兒)가 축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면전에서 상생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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