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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잎의노래 Jun 10. 2024

변신의 미학

이스탄불의 야경


‘옷이 날개이다.’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착용하면 사람이 달라진다.

 

옷뿐이랴. 머리 스타일도 그렇고, 평소와 다른 액세서리를 착용한다든지, 기존 장신구를 살짝 바꾸어도 사람의 풍모가 신선해진다.  

        

이스탄불이 그렇다. 같은 장소, 똑같은 풍경일지라도 낮과 밤은 완전히 다르다. 낮의 풍경이 일상적인 전경이라면 야경은 특별한 광경이다. 몸치장에 변화를 주면 스타일이 달라지 듯 어둠이 주는 밤 풍경은 새로운 감흥이다.    

 


이스탄불의 밤 풍경으로의 변신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힌다. 적나라게 드러났던 도시의 낮 풍경은 어둠의 그늘 아래 묻혀버린다. 깜깜하게 채색된 공간에서 가로등 불빛이나 건물 조명으로 밤 도시는 출현한다. 짙은 어둠은 적막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낮의 풍경이 컬러풀한 파노라마라면 야경은 어둠의 베일이 한 겹 덧쉬워진 실루엣적 표출이다. 야경은 낮의 화사함과는 거리가 있다. 원색이 도드라지게 다채롭지도 않다. 무겁게 드리운 어둠만이 묵중 하게 도시 공간을 짓누른다.      



사물의 식별을 막는 어둠의 세력권 속에서도 구조물 형체들은 조금씩 얼굴을 내비친다. 어둠이 막지 못한 건물들에서 삐어져 나온 빛줄기들이 얼키설키 어우러져 도시의 윤곽을 어슴푸레 되살려낸다. 야경은 절제되고 나지막하게 몸을 낮춘 경건한 풍경이다.


감출 것 많은 인간들에게 밤은 숨길 수 있어 좋다. 온전히 드러나는 낮에 과실은 부담스럽고 과오는 부끄럽다. 밝은 대낮의 환한 풍경에는 모든 게 다 까발린다. 부끄러운 자아상을 숨길 곳이 마땅찮다.      


못난 면을 어둠에 기대 적절히 은폐하고 적당히 회피할 수 있는 밤이 있어 다행이다. 평소 과시에 익숙한 사람들도 선뜻 맘 내키지 않은 것은 내보이지 않아도 된다. 낯부끄러운 처신조차 밤의 어둠에 의존하면 부담이 적어진다.     



밤과 어둠은 연인들의 아지트다. 밤 야경을 배경 삼으면 데이터도 훨씬 운치스럽다. 밤은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연인들에게 느긋한 여유를 안겨다 준다. 서로 온전히 드러내 보이지 않은 채 알 듯 모를 듯, 보일 듯 말 듯 몸과 마음을 안도감 있게 표출할 수 있다. 밤의 분위기는 상대방의 모습에 약간의 신비스러움이 깃들게 한다. 어둠의 편한 분위기가 서로 간에 감상적 기분에 젖게 한다.

     

이스탄불 야경은 신비스러우면서도 찬란하다. 도시 불빛의 야경이 강렬하면서도 차분하고 은은하면서도 화사스럽다. 500여 년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의 위용이 야경에서도 감지된다. 불빛으로 빚어진 궁전과 탑들,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의 풍채가 아름답고 장엄하다. 유서 깊은 유적과 역사물에서 품어 나오는 고매한 위세에 감격스럽게 녹아든다.     


더구나 무슬림의 맏형 도시답게 모스크의 풍광은 일품이다. 도시 곳곳에 산개되어 있는 모스크는 야경에서 더욱 장엄하고 당당한 자태를 드러난다. 모스크의 야광으로 빚어진 모스크의 위용은 도시의 찬란한 절경이다. 이슬람과 모스크는 일체가 되어 무슬림의 영혼을 정화한다. 신의 음성을 어둠을 틈타 은밀하게 세상 속으로 전파한다. 이스탄불의 야경에 환호가 앞서다가 나중엔 숙연해지는 이유이다.

이처럼 이스탄불은 매일 두 차례 아름답게 변신하고 있다.  

        


변신은 아름답다. 변화는 창조의 축매제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은 천 가지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기회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삶의 여정은 늘 새롭고 역동적이다.     


변신을 막고 있는 정체는 고인 물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전부다. 우물 밖의 넓은 하늘, 우주 공간과 만나려면 우물을 뛰쳐나와야 한다. 경험과 체험의 범주가 극히 제한적이면 사고의 편협성으로 이어진다.     


폐쇄적인 사고나 외골수 집착은 갇힌 안목을 낳는다. 바람직한 행동 양태로 거론되는 초지일관, 일편단심은 지조와 신념의 강조이지 사고의 폐쇄성을 긍정적으로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변신이 없으면 구태의연하다. 변모가 없으면 미래는 항상 과거 모습이 된다.

화가, 건축가, 조각가, 과학자, 공학자로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다방면의 활력은 변신과 다양성에서 나온다. 현대 사회의 아이콘인 혁신, 첨단, 미래는 변화와 변신을 모태로 한다.     



물고기 중 변신의 귀재는 명태이다, 우리 생활에서 명태, 동태라는 말은 어감에서 약간 아둔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느낌을 풍긴다. 그럼에도 명태가 있어 인간들은 행복하다. 변신을 통해 인간에게 먹거리로서 다양한 맛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명태의 변신은 끝이 없다. 자연 상태의 명태는 생태, 명태를 얼리면 동태, 명태를 말리면 황태, 명태를 반쯤 말리면 코다리, 명태의 새끼는 노가리, 명태의 속을 빼고 말리면 북어,,      


이렇게 변신한 명태는 인간들의 먹거리에서 온갖 다종다양한 맛거리를 제공한다.

생태탕, 동태찌개, 황태구이, 황태찜, 황탯국, 코다리찜, 북엇국, 북어무침, 노가리 구이,,     


한 생선의 몸이 변신을 거듭하여 탄생한 무궁무진한 요리 메뉴가 경이롭다.

이 물고기를 인간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생선의 반열에 올리고 싶다.       



패션도 변신이고 트렌드도 변화이다.

패션 감각은 코디에 있다. 패션의 감각은 코디의 안목에서 비롯된다. 여러 가지의 옷들을 어떤 색상으로 배합하고 어떤 맵시로 조화하느냐이다. 색상 조합의 변화, 옷차림새의 변형, 옷 취향의 변모 등으로 스타일은 매번 달라진다. 변신은 기존의 틀을 이탈해서 새 틀을 짜는 것이다. 미지의 것을 창조하는 시도이고 미래의 상을 창출하는 감행이다.     



이스탄불의 풍경 변신은 그래서 아름답다. 낮과 밤의 경치는 같은 지역임에도 완전히 다른 정경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는 아닐지라도 밤낮이 색다른 두 얼굴을 가진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낮 동안에 선명한 색채를 표출하는 도시의 수려함이 멋스럽고,

밤 빛 조명에 은은히 드러나는 도시의 미려함이 경탄스럽다.     


그래서 두 얼굴 이스탄불의 변신은 감동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로 찾기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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