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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잎의노래 Jun 20. 2024

나를 저버릴 때 당신은 다가오고

모스크의 미학


모스크는 무슬림에게 멀티다.

그들의 예배 장소이

집회 장소이며, 교육 공간이고, 문화 센타이다.

모스크는 무슬림에게 일상의 중심이자 정신적 지주이다.     


사방팔방 뻥 뚫린 모스크 실내에 들어서면 숨이 멎는다. 웅장한 공간에 방문자는 압도당한다. 방문객의 존재를 왜소하게 하고 교만을 단숨에 겪어버린다. 세속의 자만심이 이 공간에서는 한풀 겪이다. 세속적인 욕망이 여기에서는 기가 죽고 맥을 못 춘다. 속세의 자랑거리는 허세로 치부된다. 성스러운 공간에서 제 잘난 거드름은 스스로의 초라함이다.  

   


신의 공간에서는 몸가짐을 가지런히 추슬러야 한다. 마음은 오롯이 신의 계시를 묵상해야 한다. 절대자의 현존 앞에 나약함을 토로하고 속세의 허물을 자각해야 한다.     


모스크는 외형적인 건축물로서도 아름답지만 마음의 위안을 주는 속세의 안식처라서 더욱 아름답다.          

모스크의 건축 양식에는 일반적인 특징들이 있다. 돔이 있고, 첨탑이 있으며, 미흐랍과 안뜰이 있다.    

 


모스크는 건물 중앙에 커다란 돔을 머리로 이고 있다. 돔이 중심이 된 본체 건축물 사방으로 미너렛이라고 불리는 첨탑이 우뚝 솟아있다. 예배 시간을 알릴 때 첨탑에 올라가서 알리는 데 이 음성이 아잔이다. 다섯 번 기도가 의무인 이슬람 국가에서 다섯 차례 아잔이 울려 퍼진다.  

   

미흐랍은 메카 방향을 가리키는 벽속으로 새겨진 장식 틈이다. 기도드리는 자는 메카 방향으로 고개를 두어야 한다. 모든 모스크의 방향은 이슬람교의 성지인 메카로 향한다.      


모스크에는 시원스러운 넓은 안뜰이 있다. 신자들이 행사를 하거나 다수 군중이 모스크를 드나들 때 편리하다.    

       


대체로 종교적인 공간은 신앙심을 고취하기 위해 내부에 종교 형상물을 비치한다.


불교의 불당에는 각종 부처님 상들이 모셔져 있다. 불심을 고양하는 불화인 탱자가 벽면을 장식하기도 한다.     


가톨릭 성당에는 통상 본당 정중앙에 예수상이나 성모마리아 상이 모셔져 있다. 본당 양측면을 따라서는 성스럽게 형상화한 성자상들이 배치되어 있다. 빛이 들어오는 창문 유리는 성화를 모자이크 한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하게 빛난다.     


기독교의 예배당인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본당 중앙 앞 강단 벽에는 십자가가 크게 세워져 있다. 주변에는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형상들이 놓여 있다.     


반면에 모스크에는 종교적인 형상물이 일절 없다. 사 원 내에 종교와 관련된 인간이나 동물의 조형물 설치를 배격하고 있다.     

 


기독교의 십계명에서는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철저히 이 계율을 따르는 이슬람교는 종교와 관련된 형상이나 그림을 애초부터 금했다. 모스크에는 신의 예언자라 칭송받는 마흐메트교의 창시자인 마흐메트 성화나 조형물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          


모스크 공간을 장식하는 주된 조형은 문자와 문형이다. 벽면의 장식은 아랍 문자를 미학적으로 도안하거나 식물무늬를 다양하게 형상화하여 아름다움을 표출했다.


특히 쿠란을 장식으로 벽면에 새겼다. 쿠란은 이슬람의 교리를 집대성한 성전이다. 마호메트가 알라로부터 받은 메시지는 구전되다가 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후대에 정리했다.      


쿠란의 의미 있는 종교적인 구절들을 신앙의 양식으로 삼기 위해 모스크 벽면에 새겼다. 그래서 캘리그래피 문자 예술이 발전했다.

    


아랍인들이 독창적으로 창안한 아라베스크 문형은 조형예술의 백미이다. 갖가지 문형들을 벽면과 기둥면에 화려하게 꾸몄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의 줄기와 잎이 덩굴지며 뻗어나가는 형상이나 기하학무늬를 응용해 미를 표출했다. 이러한 문자와 식물을 이용한 조형 디자인은 이슬람의 독특한 장식 미술로 발전되었다.     


무슬림의 세력이 확장됨에 따라 마호메트교는 아라비아 반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다. 모스크 역시 세계 곳곳에 세워지게 되는 데 이때 모스크 건축 기법은 그 지역의 문화와 일정 부분 융합되었다.  

   


8세기 당나라에 이슬람이 전파됐을 때 모스크 양식은 돔과 첨탑 구조가 아니라 탑식 건축물이었다. 상부 지붕에는 녹색 기와를 얹었다. 모로코의 모스크들은 지붕이 중앙의 돔 형식이 아니라 삼각형으로 지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돔 대신 다층 지붕 구조로 건축했다.     


최초의 모스크는 소박했다. 최초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집 뜰이었다. 이곳에서 신자들이 모여 기도하고 예배드렸다. 초기 모스크는 단순한 종교 행위를 위한 장소였다. 이슬람의 발흥 초기에 메카를 향해 기도를 드리기 위해 신자들이 모인 평범한 공간이었다. 이곳에 카펫을 깔고 성지의 방향을 나타내는 간단한 열주를 세워 예배를 드렸다.     


이후 이슬람의 세력권이 강해져 기독교 국가의 영토를 정복하고 기독권 문화를 장악할 즈음 모스크의 외형은 변화한다. 정복자 무슬림은 기독교 성당의 웅장한 권위를 넘어서고자 했다. 그래서 이슬람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더욱 거대한 모스크를 세우기 시작했다.      



정복자들의 종교는 피정복 지역에서 문화적 권력으로 군림한다. 피정복자들의 정신을 압도적으로 제압하고 포섭하기 위해 종교는 주요 수단이 된다.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세를 과시하기 위해 사원을 웅장하게 짓기 시작했다.     


동로마 제국 시대 국교였던 동방 정교회의 상징은 아야소피아 성당이었다. 이후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킨 오스만 제국은 아야소피아 성당을 넘어서는 사원을 짓기 시작했다. 신도들의 집합 예배 공간에 불과했던 모스크는 외형적 규모와 내적 위세가 점점 확대되고 팽창해 갔다.     



이제 생활 속에 자리 잡은 모스크는 단순히 예배당 기능만 담당하는 곳이 아니다. 성스러운 라마단 기간에는 다양한 종교적인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게다가 이곳은 교육과 정보 센터로서 사회적 기능도 담당하며 때로는 여론을 형성하는 논쟁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모스크에도 기독교의 목사나 신부에 해당하는 성직을 수행하는 직책이 있다. 이들을 이맘(imam)이라고 하는 데 종교 지도자로서 모스크 예배를 집전하고 기도를 인도한다.     


무슬림 여행에서 모스크 순례는 필수이다. 유럽이나 서구권 여행을 할 때 성당이나 교회 탐방이 필수이고, 불교권인 아시아에서는 유명 사찰을 관광 명소로 방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모스크에 들어갈 때는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입장할 때는 신발을 벗고, 모자와 선글라스도 벗어야 한다.

긴소매 윗도리와 긴 바지를 입어야 하며 몸에 딱 붙는 옷은 자제해야 한다.

카메라를 갖고 입장했더라도 기도 시간에 사진을 찍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종교는 인류의 기원부터 인간과 함께 했다. 동물 중 영장류라지만 거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약했다. 불완전한 존재인지라 강한 절대자를 늘 열망해 왔다. 의지할 곳, 마음을 둘 곳을 전지전능자로부터 찾고자 했다.

      

모스크는 무슬림 신앙인에게는 절대자의 영역이다. 계시가 내려오는 신성한 곳이다. 현실에서 여의치 않은 그 무엇을 간절히 소원하는 곳이다. 나약한 인간 존재의 절실함과 절박성이 그대로 호소되는 곳이다. 모스크는 미약한 인간 존재가 절대자에게 귀의할 수 있는 곳이다.     

 


모스크든, 성당이든, 교회든, 사찰이든 종교 기관의 기능은 동일하다. 나약한 인간과 전능한 절대자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 기능이다. 기도의 시간은 자신과 신과의 일대일 대면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임할 때 이 순간만은 세속의 잡것들이 비집고 들어 올 틈이 없다. 오로지 나와 신과의 소통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 일반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구체적인 실존의 모습으로 신과 맞닥뜨린다.     

               


이 공간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잔뜩 들어간 우쭐한 어깨  빼야 한다.     


그래서 모스크는 필요하다.

세속의 허물 벗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인간들에게 성스러운 가치를 늘 상기시켜 주기에.     


성당의 종소리에 그리움을 느끼고,

아잔의 음성에 감동이 북받친다면     


당신은 아직 순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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