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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여자 Dec 03. 2022

앵무새 같았던 그녀.

퇴사 일지 1.

그녀는 앵무새 같았다.


"그만두던지 해야지."

"그만둬야지."

"관둬야지 정말."

"그만둘 거야."


그만이라는 말은 그녀의 유행어였다.

그녀를 2년 만났다.

밤에는 술잔을 거칠게 부딪히며 본인이 뱉은 말을 짓밟았다.

낮에는 서류를 집어던지며 퇴근만 기다렸다.


그녀의 퇴직일은 언제면 볼 수 있으려나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녀는 그동안 다른 말들도 배워 반복하기 시작했다.


"대충 다니는 거지."

"쥐꼬리만큼 주네."

"서울 가서 돈이나 써야겠다."

"술이나 마셔야겠다."

"에이, 인생 뭐 있어"


그녀의 사고는 일관됐다.

그녀는 날 자주 찾았다.

나는 말단이었고 당시에는 거절이 어려운 사람이었다.

퇴근 시간이면 핸드폰 액정에 그녀의 이름이 자주 떴다.


그렇게 또 가서 한 잔.

주절주절.

어두운 미래에 메몰 되어 그 안에서 빠져나올 궁리는 하지 않은 채 앵무새는 늙어갔다.


'앵무새 따라가다가는 뱁새 꼴이 되겠군.'

물론 앵무새가 황새라는 말은 아니다.  


생각이 번뜩였다.

두 해가 지난봄.

같은 조류로 분류되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떠올리면 가벼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을 쉽게 하는 그녀의 모든 것이 가벼워 보였다.

말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인데 낯 부끄럽지도 않은지 버릇처럼 떠나겠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도 점점 듣기 지쳐했다.


"그만 못 둘걸."

"갈 곳 없을걸."

"말은 잘해."

"또 시작이다."


그녀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말단이라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물론 퇴사를 고민할 수 있고 동료와 함께 의논할 수 있다.

가볍지 않게 말이다.






직장동료는 직장에서 만난 사람이다.

다니고 있는 직장은 좋든 싫든 그들과 함께 일하는 곳이다.

하루의 반토막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할애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는 날은 그들과 함께 즐거워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하찮고 별로인 직장이겠지만

어떤 이에겐 최고로 값지고 가치 있는 곳 일수도 있다.

꿈을 실현시키고 미래를 꿈꾸는 곳이 되기도 한다.


그녀의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만족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단순히 본인의 직장을 밟고 짓누르고 으깬 거일 수 있지만 옆에 있는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으깨진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면 되는 거다.

조용히 혼자.

그녀로 인해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만족하는 사람들과 나도 함께 만족하며 일하고 싶다'


그녀를 보며 그녀를 닮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나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떠난다고 말했다.

그래도 늦지 않다.

사직서 수리 기간은 짧지 않다.

무려 한 달이다.

 

내가 떠나온 이유에 그녀는 1%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적게된 이유는 분명하다.

앵무새를 내 동료로 곁에 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


다음 직장에서도

그 다음 직장에서도

앵무새를 멀리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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