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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여자 Dec 05. 2022

이 모든 걸 비공개로 할걸.

어쩌다 보니 투자자 6.

그들은 내가 대출금을 상환하느라 텅장이 된 것에만 관심을 가졌다.


"어휴, 요즘 젊은 애들 쥐꼬리만큼 월급 받아서 언제 모아서 집 사겠니. 어른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20년 아니 30년 지나도 못 산다. 집 값이 한 두 푼 하니."


"그래. 적어도 24평 아파트 정도는 마련했어야지. 너 너무 욕심 없다."


더 많지만 생략하겠다.


그들 대부분은 남편이 장만해 온 집에서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만 생활하는 것처럼 얘기했다. 마치 그들 스스로 버는 돈은 그냥 막 써도 되는 용돈인 것처럼 여유 넘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냥 고개 끄덕이며 속아 주었다. 기세 등등 더 많은 말들이 쏟아졌다. 귀담아듣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랐다. 결혼하면 남자가 집을 해오고 여자가 그 집 사이즈에 알맞게 혼수를 해가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였다. 너는 여자니깐 집에 관해서는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들의 지론이었다.


남편이 공제회 적금을 넣든 말든 받은 봉급으로 대출금까지 모두 상환하고 통장 잔액이 마이너스가 되든 말든 그건 남편 쪽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는 거다. 부족해 봐야 부모님께 도움을 청하든 할 것이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몫을 챙기라는 인생 선배의 가르침을 빙자한 지나친 간섭이었다.


처음 그들이 내게 호구조사와 더불어 금전적인 부분을 궁금해하며 질문 세례를 퍼부었을 때 내 입을 봉했어야 했다. 별 뜻 없이 물어보는 말이겠거니 생각했고 나 또한 별 뜻 없이 웃으면서 친절하게 그것도 아주 상세하게 대답을 하는 불상사를 저질렀다.


"단독주택이라고? 그럼 전세야?"


"네."


"전세금은?"


"대출받았어요."


"매매도 아니고 전세인데 대출이라고?"


"네. 공제회로 적금 든 게 있어서 그거 담보로요. 조건이 좋더라고요."


"전세 얼마니?"


"5천이요."


"시댁 도움 안 받았니?"


"남편이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해보고 싶다고 해서요."


"...... 으휴."


그들의 깊은 한숨 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차 싶었다.


전셋집에 사는 것, 전세금이 대출이라는 것이 창피하지 않았고 숨기고 싶지 않았었다. 나 스스로가 그것으로부터 거리낌이 없었고 괜찮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지 않아 졌다. 내 현실이 그들의 입담으로 인해 어떤 날은 작게 또 어떤 날은 아주 크게, 또 날카롭거나 뭉툭하게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왔다.


이윽고 이 모든 걸 비공개로 할걸.


후회해 봤자 이미 지난 일이었다.





  

"집이 필요해. 34평이면 좋겠어. 이왕이면 신축 아파트로."


"......"


"자기야, 우리 집 사자."


"......"


남편은 대답을 못했고 어쩔 줄 몰라했다.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결혼식을 올리고 4개월이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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