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발발되기 전까지는 종종 혼자 혹은 가족들과 찜질방에 가곤 했다.
찜질방에 가기 시작한 건 회사 입사를 하고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면서,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몸이 찌뿌둥하고 뭔가 생각할 것들이 있거나, 머릿속을 좀 비우고 싶을 때 독서실 맞은편 <궁전 찜질방>이라는 곳을 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궁전 찜질방> 이란 이름답게 찜질방 외관은 뾰족한 궁전 지붕처럼 생겼었다. 다소 촌스럽기도 한 외관.
찜질방 내부는 여느 찜질방과 다르지 않았다. 불가마, 소금방, 황토방, 얼음방 등 찜질할 수 있는 곳이 있었고, 찜질방에서 빠질 수 없는 먹거리; 식혜며
맥반석 달걀, 냉면 등을 파는 작은 푸드 코트도 있었다.
공부를 하다 혼자 찜질방을 갈 때는 찜질까지 하지는 않았고, 목욕탕 비용만 끊어서 목욕탕만 이용하곤 했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면 피부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스르륵 물속으로 들어갈 때의 그 기분이란..
내 몸이 녹아내리는 마시멜로 같이 몰랑몰랑, 흐물흐물해졌다.
따끈한 물속에 있으면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가 되는듯했다.
우울한 기분도 사라졌다. 나에게는 만 원이 안 되는 적은 비용으로 충분히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찜질방을 이용하던 중, 내 일생일대 찜질방에서의 큰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찜질방은 가지 않고 목욕만 하고 나오려던 중이었다.
갑자기 탈의실 불이 꺼지더니 한 아저씨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불났어요. 불! 빨리 나오세요!"
이게 웬일인가. 나는 서둘러 옷을 입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헐레벌떡
밖으로 뛰어나와 보니 이미 찜질방에서 탈출한 듯한 찜질방의 황토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맨발로 나와있었고, 곧이어 소방차가 줄지어 도착했다.
2층 찜질방 창문에 매달려 황토색 수건을 휘저으며 구조 요청을 하는 분들도 계셨다.
아마도 정전으로 출입구를 찾지 못하고, 창문이 있으니 창문에 매달려 있었던 듯하다
그나마 사람들이 빠르게 대피했고, 소방차도 빨리 도착해서 무사히 화재 진압이 된 듯했다.
누전에 의한 화재라고 했다.
나는 그나마 목욕을 다 끝나고 나오려던 참이었지만, 목욕탕 안에서 씻고 계셨던 분들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다. 낮이었고, 탈의실 쪽은 작은 창문이 있어 옅은 빛이라도 들어왔기에 암흑처럼 깜깜하진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던가.
말로만 듣던 목욕탕 화재.
정말 긴박한 상황에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하고 나왔을 수도 있을 그런 사건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날.
늘 사고는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던 날이다.
화재 사건 이후로 궁전 찜질방은 영업을 중단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문을 열었지만
그 후로 나는 동네를 떠났기에 다시 가보진 않았다. 아직 남아있으려나 궁금하고 생각날 때도 있다.
코로나에 목욕탕, 찜질방은 운영하기 힘들었을 텐데 무사히 버텼을까.
생각난 김에 지금 검색 한 번 해봐야겠다.
오! 아직 있다. <궁전 불가마 사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