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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

by 문창승

날아온다, 작고 흰 다발이


너와 나 사이 반달을 그리며

놀랍도록 가볍게

그 묵직한 것이 다가온다


나를 향한 축복은 너의 그 웃음이며

내게 오는 새하얀 꽃밭은

실은 어둡고 까맣다


슬픔 서린 진눈깨비와

실망에 젖은 늪과

오랜 모순의 대지와

끓는 분노의 유성우가

한데 모여있는 화원


옛 아픔의 세계가 마침내

오늘의 너를 떠난다

남는 것은 그저

이슬비와 춘풍과 아침 정도겠지


진득한 고독의 포옹으로

나는 서서히 짓눌러 뭉개

끝내 시들게 할 셈이다

비로소 네가 던져버린 죽음을


그러니 이것은 나의 축복이다

너와 고통을 이별케 하고

너의 내일을 편안케 하는

나의 덤덤한 축복이다


잡았다, 하얗게 웅크린 칠흑을

영영 네게서 떠나온

이젠 내 품에서 부서질

이 얄밉게 싱그러운 깃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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