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온다, 작고 흰 다발이
너와 나 사이 반달을 그리며
놀랍도록 가볍게
그 묵직한 것이 다가온다
나를 향한 축복은 너의 그 웃음이며
내게 오는 새하얀 꽃밭은
실은 어둡고 까맣다
슬픔 서린 진눈깨비와
실망에 젖은 늪과
오랜 모순의 대지와
끓는 분노의 유성우가
한데 모여있는 화원
옛 아픔의 세계가 마침내
오늘의 너를 떠난다
남는 것은 그저
이슬비와 춘풍과 아침 정도겠지
진득한 고독의 포옹으로
나는 서서히 짓눌러 뭉개
끝내 시들게 할 셈이다
비로소 네가 던져버린 죽음을
그러니 이것은 나의 축복이다
너와 고통을 이별케 하고
너의 내일을 편안케 하는
나의 덤덤한 축복이다
잡았다, 하얗게 웅크린 칠흑을
영영 네게서 떠나온
이젠 내 품에서 부서질
이 얄밉게 싱그러운 깃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