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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Jan 06. 2024

봄꿈

포근한 눈발과 함께 온

너의 점잖고 천진한 인사가

그토록 황홀한 세계의 눈웃음일 거라

미처 알지 못했다     


익히 느껴본 떨림의 편린

툭 치고는 지나가는 장난

지내다 보면 잊히는 순간

아니었다, 그 온갖 가벼움이     


황량한 집과 쇠약한 혼을

한순간에 잊고 오로지

탐하고 바라보았다

너의 모든 선과 색과 결을     


이 지극한 고양(高揚)의 정점에

나는 일찍이 발 디딘 적 있는가     


혼미한 혼란에 잠시 휘청이다가도

금세 기적을 달콤하게 주무르고

들이켜고 핥고 또 핥았다     


그리고 너는 어느새, 결국, 대번에

빌어먹을 잔상이

메워지지 않는 구멍이

무수한 내일을 모욕하는 과거가 되었다     


무력한 날갯짓과

당도하지 못하는 걸음으로 가득한

오늘의 영원한 이름은 우울이다     


아득한 진공의 벌판에서

애틋한 봄꿈인 너를 적어보는 지금

숨 하나 가까스로 내뱉어

보이지 않는 땅으로 날리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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