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과이모 Nov 16. 2023

사랑은 고요한 연결감


"언젠가 우리가 함께 본 저녁노을은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어. 비가 창문을 두드리며 내리는 오후를, 잠든 아이의 평온함을,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을 소유할 수 없듯이. 아무도 대지에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것을 소유할 수 없지만, 그것을 알고 사랑할 수는 있어. 우리는 태양의 주인도, 오후의 주인도, 파도의 주인도 될 수 없어. 바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야."


"꽃을 소유하려는 자는 결국 그 아름다움이 시드는 것을 보게 될 거야. 하지만 들판에 핀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영원히 그 꽃과 함께 하지. 꽃은 오후와 저녁노을과 젖은 흙냄새와 지평선 위의 구름의 한 부분을 담고 있기 때문이야."



-파울로 코엘료, <브리다>



제주에서의 시간을 돌아보며 저녁 산책을 했다. 노을을 바라보며 걷던 바닷가 산책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산책길만 동그랗게 오려서 데려가고 싶다, 싱거운 생각을 하며 평소보다 오래 서성였다. 데려가고 싶은 마음, 나만 보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이 생겨났구나..


어떤 존재를 곁에 두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조금만 더 옆에 있기를 바랐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기를 바랐다. 갖고 싶은 마음, 소유하고 싶은 마음.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싶어 하며 살아왔구나... 곁에 두고 싶어 애가 탔구나... 사람이 사람을 가질 수 있을까. 사람이 동물을 가질 수 있을까. 사람이 자연을 가질 수 있을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유하지 않은 채 느끼사랑하고 있을까. 저녁노을을 가질 수 없음이 알아지니 내려놓아진다. 어깨에 힘을 주고 애태우며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사랑이 아니구나...


아침의 생그러움, 오후 햇살과 저녁노을, 바람 한 점과 젖은 흙냄새, 작은 새들과 사랑하는 이의 웃음소리... 한 송이 꽃 속에 우주 만물이 들어있다. 꽃이라 이름 붙였을 뿐, 그 안에 만물이 살아 숨 쉰다. 매 순간 인연 따라 모여졌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생멸하고 있다. 내 안에도 수많은 인연들이 돋아나고 사라지며 아름다운 무늬를 수놓고 있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살아있는 리듬. 고요한 연결감. 이것이 진정한 사랑 아닐까.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살아있든 몸 떠났든 사랑은, 생명은, 늘 지금 여기에 흐르고 있구나. 보이지 않지만 은은하고 단단하게 연결되어있구나..


사랑은 매 순간 느끼는 고요한 연결감.

여러 번 발음해 본다.

가슴에 차르르르 따뜻한 순풍이 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