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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영 변호사 Apr 03. 2023

통비법 위반 피고소 사건 무혐의 불송치(각하) 결정

올해 초에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나의 soul mate인 박모 변호사님으로부터 급하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까지 자신이 자문을 해주었던 사건인데, 현재 의뢰인이 너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의뢰인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변호사를 급히 좀 소개하여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대충 사건 개요를 들어보니, 정말 쉽지 않은 사건(박변호사님 표현으로는 '정말 갑갑한 사건')임을 알 수 있었다.

사건 개요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에 박변호사님이 나에게 말했다.

"니가 좀 출동해줘야겠는데?"

사무실로 돌아와서 사실관계 및 관련 법리 등을 아주 면밀하게 검토하였고, 검토 결과 위 사건은 무혐의 내지 무죄가 거의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나를 더욱 절망스럽게 만든 것은 해당 법조항이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즉, 기소는 거의 확실하고 벌금형이 없기 때문에 벌금 약식기소가 아닌 구공판이 될 것이며, 법원에서도 유죄가 거의 확실하므로 위 사건에서의 최선은 징역형의 선고유예를 받는 것이었다(그러나 말이 쉽지 벌금형의 선고유예도 어려운데, 징역형의 선고유예를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변호사라면 알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나를 더욱 힘들게 하였던 것은, 의뢰인의 현실과 동떨어진 기대였다. 의뢰인은 징역형 선고는 물론이고, 기소 내지 구공판의 가능성조차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으며, 반드시 무혐의 결정을 받는다는 전제 하에 가급적 피의자 신문도 받지 않거나 또는 수사 절차를 통산하여 단 1회만 받고 끝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였다(위 사건의 의뢰인과 피의자는 다른 사람이었다. 즉, 의뢰인을 돕기 위해 친인척들이 나섰다가 통비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하게 되었고, 그들은 위에서 설명하였듯이 빼도 박도 못하고 기소 및 유죄 선고를 받을 위기에 하게 된 것이었기에, 친인척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등 의뢰인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냉정한 현실적 조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위 검토 결과를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모두 말하였다. 거의 99.9% 내가 말한 범위 내에서 이 사건은 전개될 것이라고.

다만, 극희 희박한 가능성으로 유일하게 위 사건에서 무혐의 결정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방법 내지 길이 딱 하나 있는데 이건 정말 기적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한 번 시도는 해보겠지만 기대는 하지 말고 기도는 해달라고 하였다.

그 후 위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나 또한 기도하면서 위 유일한 길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걸어나갔다. 중간에 위 길이 틀어질 뻔한 위기도 여러 번 있었고, 하마터면 타이밍을 놓쳐서 다 된 밥을 그르치게 될 수도 있었으나, 다행히 동물적인 촉과 감각으로 위 타이밍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고, 내가 당초 계획했던 그대로, 단 하나의 길이었던 위 길을 한 치의 오차 없이 끝까지 다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기적과도 같은 아래의 결과물을 얻게 되었다(피의자 신문도 없이 범죄안됨 각하 불송치 결정을 받은 것이다).

수사결과를 의뢰인에게 말씀 드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제가 당부드린대로 정말 기도하셨나요?"

"네 정말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변호사님. 왜 혹시 안좋은 결과가 나왔나요?"

함께 기도하며 단 하나의 길을 걸어온 끝에 기적과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위 수사결과를  의뢰인에게 말씀 드리자, 의뢰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엉엉 울면서 거듭 감사함을 표하였고, 그 동안 마음에 지워졌던 부담과 짐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위 사건에서 어떻게 내가 불송치 각하 결정을 받아낼 수 있었는지를 궁금해하는 박변호사님을 모시고 크레버 대게나라로 가서 대게 정식을 대접하며(박변호사님이 대접하겠다고 하였으나, 소개해준 사건이 잘 해결되었으므로 내가 대접하겠다고 하였다) 그 비기(?)를 말씀 드렸다.

위 사건 못지 않게 어려운 또 다른 사건이 현재 진행 중이다. 부디 피할 길을 내어주시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룰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부디 그 사건에서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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