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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IIN 진 Oct 22. 2024

발표동아리 후기,
48,610자의 기록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게 두려웠던 적이 있나요?

솔직한 생각과 고민들을 함께 나누던, 순수했던 6년 전 20대 초반의 추억 이야기


✍️ 인생에 한 번이라도 무엇인가에 진심을 다해본 적이 있다면, 지나고 나서 후회와 미련이 없는 것 같다.


✍️ 과거의 내 글은 생각도 말투도 어려서(?) 진지하게 읽기가 어렵지만, 풋풋하고 애틋해서 삭제는 안 했다.


[대학교 2학년, 발표 동아리에 합격하다]


교환학생 직전에 추억을 만들고 싶어 연합 발표 동아리를 했었다. 구불구불한 혜화 언덕을 올라 면접을 봤는데, 다행히도 서류 합격자 60명 중 20명에 들었다. 사실 취업 경쟁률에 비하면 별것도 아닌데, 그때는 너무 간절하게 붙고 싶었다. 한 학기 동안 정말 모든 세션에 노력을 쏟아부었고, 뒷풀이든 회식이든 번개든 애정이 너무 커서 안 간 곳이 없었다.


짧다면 짧지만, 시간의 밀도로 봤을 때는 정말 몰입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사실 거의 다 잊고 살다가, 글을 위해 카페와 드라이브를 보고 알았다. 지금도 14년째 운영되는 만큼, 대학생 동아리 치고 체계적이었던 것 같다.


[동아리 운영에서 배우는 리더십]


조직에 속해있다면 공감하겠지만, 다양한 사람이 모인 곳이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매주 발표 준비를 하면서 피드백까지 하다 보니, 서로 열정의 온도가 맞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면 열심히 하던 사람들은 지치고, 적응 못한 사람들은 점점 멀어진다.


그래서 잘하는 사람들에겐 노력을 인정해주고, 버거워하는 사람들에겐 다시 동기부여를 줘야 한다. 조직에서 일을 할 때, 이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좋은 쪽으로 시도해봐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얘기하는 소소한 추억들]


다 까먹었었는데, 예전 일기장에 아래와 같은 문장이 있다.


가평에서 생존자들과 튀겨먹던 치즈스틱, 중대 장독대 두부김치, 이태원에서 사람들이 내 알바 끝나는 거 기다렸다가 택시 900원씩 내고 숙대 코노가서 퍼펙트스코어 노린 것, 발표 슬럼프 고민 공유하며 단톡에서 서로 바보같은(?) 긍정 에너지 주던 것, 미세먼지때문에 마스크 쓰고 만났던 홍대 놀이터, 1시간 전에 우리집 근처로 부른 무계획 번개, 안 간 곳 찾기 어렵던 신촌 거리 치킨이랑 고깃집들, 밤 새서 편집하고 등하교길에 발표 BGM 찾기 삼매경이었던 날들, 분단위로 밈이 생성된 다들 미쳤던(?) 속초여행 (해수욕장에 서로 꽂아버린.. 뒤 먹은 바베큐, 파스타, 광어회, 수박 화채, 소중한 잭다니엘ㅋㅋ), 무엇보다 싸우지 말고 불족이나 먹으러 가자 하다가도,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날카롭게 피드백해주던 사람들.


이젠 오래 지난 만큼, 마지막으로 하는 동아리 이야기일 것 같다. 언젠가 모든 기억이 흐려지더라도, 가끔 웃을 수 있는 추억에 감사하다. 지금 사회 여러 분야에서 각자의 길을 잘 걷고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지 않은 게 이런 시간들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의 인생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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