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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효 Mar 23. 2018

사랑은 몸 안에 돌고 도는 물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이 글은 의식의 흐름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verything = Love = Water


 영화 The Theory of Everything 은 국내에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번역되었다 여기서 모든 것은 스티븐 호킹이 생애동안 연구한 '우주를 이루는 물리적 힘'일텐데 것이 사랑으로 번역된 것이다 사실을 알고 작은 배신감을 느꼈지만 편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셰이프 오브 워터라는 제목에 사랑의 모양이란 부제가 달려 있는 것을 보고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사랑과 물은 비슷하지'


"우리는 물에서 왔다"

 

 그래비티의 마지막 장면을 보자 스톤박사의 우주선은 바다에 추락했지만 그녀는 극적으로 살아남는다 그녀는 안간 힘으로 일어나 땅으로 한 발 한 발 걸어 나간다 인류의 진화를 연상케 하는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생명은 모두 바다에서 왔다는데 정말인가’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바다에서 왔다 태아가 되기 전 우리는 모두 엄마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존재였으니, 우리는 정말 물고기인지도 모른다


'빛', '춤', '숨'


처럼 한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에는 의미와 모양이 함께 담겨 있다 원래 글자는 그림에서 왔으니 그닥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런 글자 중에 몇몇 글자는 특별히 멋지고 심오하다 예를 들어, 앞에 세 글자는 모습 그대로 빛나고 춤추며 숨쉬고 있다 '물'도 그런 단어 중 하나인데 물이란 단어는 정말 물처럼 흐르고 있다 물의 속성이 있다면 '흐름 (flow)'일테고 모양이 있다면 '물'과 닮았을 것이다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아마 사랑의 모양도 물처럼 흐르고 있지 않을까


[Epoche] (판단 중지)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여자가 수화로 남자를 설득하는 장면이다 그녀는 "그는 나의 약점(장애)을 전혀 인식하지않고 나를 대해줬어"라고 말한다 에포케라는 것이 있다 판단을 보류한 상태로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 현상이 사람일 때 에포케의 태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우리는 판단없이 타인을 대할 수 있을까 아마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판단이 댐처럼 물을 막고 있다면 문을 하나씩 열어야 한다


엘라이자의 사랑고백
‘그대가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그대의 모양 무언지 알 수 없네

내 곁엔 온통 그대 뿐

그대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내 마음 겸허하게 하네

그대가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셀마가 생각났다 셀마는 어둠 속의 댄서의 여주인공이다 셀마와 엘라이자는 닮은 듯 다르다 셀마는 볼 수 없고 엘라이자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둘 다 내면에는 춤추는 별이 있다 셀마는 내면의 춤으로 삶을 수용하며 운명을 끌어안는다 엘라이자는 사랑을 무릅쓰고 마음으로 고백한다 그녀들은 알고 있다 눈과 입이 어두워도 상관없이 모든 곳에 여전히 사랑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그녀들의 겸허함을 닮고 싶다


스트릭랜드의 신앙고백
'너는 신이었군'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라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나는 ‘본질과 실존은 함께 있다’ 라고 주장하고 싶다 본질이란 말처럼 모호하고 넓은 말이 없다 본질은 고유함이다 고유함이란 실존과 분리되어 위 쪽 어딘가에만 존재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실존 깊은 곳에 그와 그녀의 고유함이 있다 그러니 신은 쭉 우리와 함께 있었다





사랑은 몸 안에 돌고 도는 물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물고기

 

 손가락을 억지로 붙여 놓아도 남자의 손 끝에는 가 돌지 않는다 피가 멈추면 몸이 썩듯 사랑이 멈추면 사람은 죽는다 우리가 물에서 온 것이 사실이라면 목 어디 쯤에 아가미가 하나씩 달려 있을 것이다 몸 안에서 사랑이 돌 수 있도록 우리는 판단을 멈추고 계속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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