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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푸치노 Oct 10. 2022

갱년기 다이어트, 혈당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오래전 저녁 한 끼를 굶는 다이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운동 없이 저녁 한 끼만 줄여도 한 달에 대략 3Kg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이어트는 한 달을 진행하다 멈추었고, 1주쯤 후에 다시 예전 몸무게로 돌아가고 말았다. 저녁을 굶는데 그야말로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저녁 내내 머릿속에는 온갖 음식에 대한 생각만 가득했다. 몸무게는 줄었지만 전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렇게 계속 살기는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고 서둘러 다이어트를 종료했다. 나는 저녁 한 끼 줄이는 것도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만 절실하게 확인하고 끝난 허무한 다이어트였다.


그러던 내가 최근에 3개월 동안 체지방 5.5Kg를 감량했다. 살 빼기 가장 힘들다는 갱년기에, 그전에는 한 번도 다이어트에 성공해 본 적이 없던 내가, 한 끼 굶는 것도 힘들어하던 내가 어떻게 다이어트에 성공한 걸까. 비결은 내 몸의 혈당 변화를 이해하게 됐다는 데 있었다.


우리 몸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갑자기 너무 많은 양의 포도당이 공급되면 어떻게 될까? 몸은 포도당을 어딘가에 저장하게 된다. 일단은 간과 근육에 일정량의 포도당을 글루코겐의 형태로 저장한다. 그렇게 하고도 포도당이 남는다면? 지방으로 쌓인다. 살이 찌는 거다.


특히 혈당이 급격하게 올랐다 내려가는 혈당 스파이크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살이 찌게 할 뿐만 아니라 산화 스트레스, 염증 반응, 인슐린 과다 분비, 당뇨병, 관절염 및 우울증 등을 유발한다. 또한 혈당 변화가 급격할수록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예일 대학교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이 사실이 증명되었다. 피실험자들의 혈당 수치를 모니터링하면서 그들에게 음식 사진을 보여주며 뇌 활동을 fMRI로 스캐닝한 결과, 혈당이 안정되었을 때는 음식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혈당 변화가 급격한 경우에는 고칼로리 음식 사진을 보았을 때 갈망을 담당하는 뇌 부분이 활성화되었다(글루코스 혁명 참조).

나는 혈당 스파이크라는 존재를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배고픔을 못 참는 건 내 타고난 체질 때문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내 체질 문제가 아니라 내가 먹는 음식이 문제였다. 위 그림은 식단 변화를 주기 전 내 몸의 혈당 그래프이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로 식후 한 시간쯤 후 급격한 혈당 증가가 나타나고, 이후 인슐린의 활동으로 혈당이 빠르게 감소해서 '진행성 저혈당' 증상이 나타난다(빨간 선 부분). 배고픔을 참지 못해 뭔가를 먹게 되고 혈당은 다시 증가한다. 


그러나, 혈당 스파이크를 피하기 위해 식단을 바꾸고 나자 배고픔을 크게 느끼지 않게 되었고, 평일 오후 소위 '당 땡기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음식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유혹으로 폭식을 하던 일도 생기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음식에 대한 갈망이 줄었고 전보다 적게 먹고도 살 수 있는 몸이 되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위가 가벼우니 불쾌감이 줄고 기분도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살도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3개월간 식단 변화와 운동을 병행한 결과 공복 혈당은 110mg/dL에서 100mg/dL로 감소하고, 당화혈색소도 6.1%에서 5.7%로 개선되었고, 공복 인슐린 수치도 17uU/mL에서 6으로 줄어들었다. 


내가 실천한 식단의 변화는 음식의 먹는 순서를 바꾸는 것이었다. 야채를 먼저 먹고, 단백질을 먹고,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먹었다. 야채를 먼저 먹으면 똑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해도 혈당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연속 혈당기를 통해 내가 직접 효과를 확인해 본 바다. 일부 일본 의사들이 쓴 책에서는 아예 식단에서 탄수화물을 제거하는 것을 추천하기도 하지만, 탄수화물 없이 포만감을 느끼기도 쉽지 않고, 세상에는 맛있는 탄수화물이 너무 많아서 탄수화물을 포기하며 살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탄수화물을 가장 늦게 먹는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일 수 있었다. 


야채 섭취가 쉽지 않은 경우에는 차전자피의 도움을 받았다. 차전자피는 질경이 씨앗의 껍질을 갈아서 만든 것으로 물과 만나면 40배가량 팽창하는 특성이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변비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선한 야채를 먹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상황에 따라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차전자피로도 혈당 변화를 늦출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밥 먹기 전에 식초 탄 물을 마시는 것이다. 식초에 있는 아세트산이 녹말을 포도당으로 전환하는 알파 아밀라아제의 작용을 임시적으로 비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혈당을 천천히 올라가게 만든다. 


3개월의 식단 변화와 꾸준한 유산소 운동으로 내 몸 상태가 7~8년 전쯤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혈액 검사 결과로도 그렇다. 대략 7~8년 전의 결과와 유사해졌다.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가벼워지고 몸의 전반적인 활력도 증가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던 갱년기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나니 자신감도 생겼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충분히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전에 다이어트를 하며 느꼈던, '더는 이렇게 못살겠다'라는 느낌이 없다. 혈당 변화의 중요성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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