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갔던 곳을 꼽아 보자면 도쿄, 오사카, 교토, 나라, 삿포로, 후쿠오카, 오키나와가 있지만 나고야는 처음이다.
나고야는 일본 최대 중경공업 도시며, 3대 무역항이 있는 교통의 요지라고 한다. 나고야성, 지브리파크, 미라이타워, 도요타 기념관 같은 관광지가 유명하고, 히츠마부시(장어덮밥), 미소카츠(된장돈가스), 코메다커피가 먹을거리로 유명하다.
원래 3박 4일로 계획을 잡았으나 내가 서울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하루 늦게 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브리파크는 못 가게 되었지만 그리 아쉽지는 않았다.
덕분에 나는 여행 전날 인천공항신도시에서 하루를 보냈다. 오피스텔형 호텔이었는데 비용 대비 괜찮았던 것 같다. 저녁을 먹기 전에 주변을 뛰고(요즘 뛰는 데 재미를 붙여서 여행 와서도 뛰고 싶다는), 뜨끈한 돼지국밥을 먹고, 새로 1병과 오징어땅콩 과자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그다음 날 새벽 4시에 기상하여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고, 붙일 짐도 없을뿐더러 아침이라 면세품 인도장에도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프리패스로 라운지까지 갔다.
라운지에서 식사를 하고 1시간 정도 있으니 비행기 탈 시간이 되었고, 어느새 한국과 일본 사이 동해를 날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아내와 항상 함께 비행기를 타다가 혼자 타니 색달랐다. 혼자 여행하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껴 보았다. 공항에 내려서 나고야 시내까지 메이테츠 특급열차를 타고 갔다. 표를 사는데 reserved 티켓과 non-reserved 티켓 중 뭘 할 거냐고 물어서 나는 당연히 예약을 안 했으니까 non-reserved라고 대답을 했는데, 가만히 눈치를 보니 non-reserved는 뭔가 좌석이 안 정해져 있는 열차를 뜻하는 것 같아서 바로 reserved 티켓으로 바꿨다(지정석/자유석을 말하는 거였다). 평소에는 자리가 많기 때문에 자유석을 해도 충분히 앉을 수 있다고 한다. 지정석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좌석만 이용 가능.
열차는 부드럽게 빨리 달렸고 30분 만에 시내에 도착했다. 호텔 쪽에서 아내와 만났고, 우리는 짐을 맡기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우리의 점심은 원래 ’스시노미도리‘를 먹으려고 했는데 이미 대기만 35팀이 있어서 포기하고, 위층에 있는 굴요리(Oyster bar)를 먹으러 갔다.(거기도 30분은 기다렸다.. 거의 모든 식당들에 긴 대기줄이 있었고, 일본 사람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기다렸다 먹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나고야 성으로 향했다. 나고야 성은 그전에 폐허가 되었던 성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1612년 재축조하였다고 한다(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한 후 일본 전역의 실권을 장악한 인물이다. 원래 일본의 성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산 위에 지었는데, 가등청정이 조선에 왔을 때 평지에 성을 지은 것을 보고 와서 평지에 나고야성을 축조해서 공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지금 볼 수 있는 건 ‘혼마루어전’이고 ’천수각‘은 폐관 중이었다. 혼마루어전은 최근에 복원된 공간인데 생각보다 화려함에 조금 놀랐다. 완벽주의적으로 각이 서 있는 다다미방의 나무들과 황금색의 화려한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당시 성내의 분위기가 얼마나 삼엄했을지 상상이 갔다.
38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진지하게 내부를 관람하고, 밖으로 나와서 더위를 식힐 겸 아이스크림을 먹고, 올라갈 수 없는 천수각을 돌아 조용히 빠져나왔다.
나고야 성에서 버스를 타고(사람이 너무 많고 더워서 힘들었다) 호텔로 돌아와 좀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왔다.
점심 때는 사람들이 미어터져서 못 먹을 것 같던 식당들이 애매한 시간이 되자 한산해졌다. 그 틈을 타서 우리는 미소카츠 맛집에 도전했다. 바로 ‘Keitei’!
미소카츠라고 해서 된장맛이 많이 날 줄 알았는데 진하고 달콤한 간장맛에 된장의 향이 약간 들어간 맛이었다. 생각보다 돈카츠가 부드럽고 잘 튀겨졌고(도쿄 마이센보다 맛있었다), 소스도 맛있었다. 거기다 무한리필 가능한 양배추채와 기린 생맥까지 더해지니 이건 웬만한 일본 돈가츠 맛집보다 더 나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일반 일본 미소된장국보다 색이 진하면서 풍미가 깊은 그 집 된장국이 너무 인상 깊었다(된장국도 무한리필인데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서 못 시켰다).
생각보다 배가 불러서 소화도 시킬 겸 걸어야 했고, 우리는 40분 거리에 있는 미라이타워까지 걸어갔다. (여행을 할 때 걸어가면 차를 타거나 지하철을 탔을 때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고, 그 나라의 생생한 면모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도착하니 여유와 감성이 있는 밤 분위기가 좋았다. 옆에 특이한 아이스크림집(Venchi)이 있어 사 먹었는데 먹어볼 만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고야에 하루만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고야 첫날 돌아다니면서 젊은 커플을 많이 만났는데, 신기한 것은 도쿄나 오사카보다 뭔가 더 착한 특유의 생김새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한국 사람들을 거의 못 보았고, 일본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