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 마지막날은 울란바토르를 돌아보고 저녁에 공항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3박 5일간의 빡빡한 일정에 마지막 날이 되니 체력이 부치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 여행이었으면 이런 일정은 어림도 없겠다 싶었다. 캐시미어 아웃렛 쇼핑도 하고, 전통재래시장 구경도 하고, 박물관, 사원, 겨울궁전을 돌아보고 샤브샤브를 먹고 마사지를 받으면 되었다.
캐시미어 아웃렛은 생각보다 옷의 질이 좋고 가격이 쌌다. 막상 사서 한국에서 안 쓰면 어쩌지 하는 마음 때문에 머플러와 몇 가지 선물 정도만 샀지만, 한국에 와서 보니 더 사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머니 여행객들은 한아름씩 사셨다.
몽골의 전통재래시장은 우리나라 90~00년대 시장의 모습 정도로 보였다. 예전에는 여행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가 한국 예능 프로에 몽골 시장이 나온 후로 포함되었다고 했는데, 많은 물건들이 있었지만 사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한국 물건을 가져다가 시장에서 파는 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는데, 주변 상인들이 좀 싫어한다고 했다(너무 잘 팔려서). 실제로 한국 팀들이 한국의 누룽지 과자를 시장 초입에서 팔고 있었다. 대학생 때는 그런 활동들을 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이 되었다.
이마트나 GS25도 몽골에 와서 대박을 터뜨렸고, 아직 들어오지 않은 한국 음식 문화나 제품들도 점점 더 많이 들어올 것 같았다. 그런 성공 사례들 때문에 몽골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이 생길 것 같았다. 돼지국밥집도 대박이 났다고 했는데 아직 치킨집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그런 걸 가지고 들어와도 괜찮겠다고 여겨졌다. (몽골에서 치킨집을 해 볼까..)
박물관이나 사원, 겨울궁전들을 돌아보면서 몽골의 역사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역사적인 것들은 아무래도 칭키스 칸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여러 역사적인 인물들이 있겠지만 칭키스 칸을 빼면 몽골의 역사 절반 이상이 없어질 것 같았다. 북쪽으로 러시아, 남쪽으로 중국, 서쪽으로는 유럽, 동쪽으로는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쳤으니 내세우고 싶은 대단한 역사임에는 틀림없다. 박물관에서 그들의 모습들을 보니 당시에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을지 가늠이 갔다. 전투에 최적화된 민족 같았고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오랑캐와 같은 이미지였을 수 있겠다 싶었다. 육포처럼 가지고 다니기 쉬운 전투 식량을 먹으며, 돌을 달궈 육포를 샤브샤브처럼 먹으면서, 말을 타고 활을 쏘고 다른 나라들을 정복하는 것이 몽골 민족의 특징 같았다.
몽골 사람들을 보면 한국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약간은 다르다. 그들도 여러 민족들이 섞였을 거라서 단일한 외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에다가 약간의 이국적인 요소들이 덧붙여진 느낌이다. 예를 들어 눈 사이가 약간 먼 사람도 있고, 덩치가 큰 사람도 있고, 약간 서양적인 모습이 보이는 사람이 있고, 마르고 무섭게 생긴 사람도 있고, 작고 착하게 생긴 사람도 있었다. 여행사 사장님이 몽골에는 예쁜 사람이 적다고 했는데 실제로도 예쁜 여자들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예쁨이라는 유전적 특징보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특성의 외모가 더 많이 유전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간 샤브샤브집은 몽골에서도 유명한 집이라고 했는데 맛이 있었다. 고기는 말고기와 소고기, 양고기가 나왔는데 말고기는 소고기와 거의 비슷한 맛이었고, 양고기도 냄새가 하나도 없이 신선하고 부드러웠다. 말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것 없이 잘 먹었다.
마사지샵은 몽골에서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아마도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오면서 늘어나고 있는 중인 것 같았고, 마사지를 하는 사람들도 아직은 아마추어들이 많은 것 같았다. 나는 비교적 만족했는데 어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냥 만지는 척만 하고 설렁설렁 하다가 끝난 경우도 있다고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집에 가져갈 물건들을 좀 사고 비행기를 기다렸는데 기상 악화로 1시간 반이나 연착되었다. 그래서 새벽 3시까지 기다렸다가 비행기를 탔는데 너무 졸리고 피곤했다. 밤 비행기로 여행을 다니는 건 정말 리듬을 다 망가뜨리고 피곤하구나 새삼 느꼈다.
이번 몽골 여행은 처음 가 보는 곳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 다음에 또 가고 싶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던 몽골과 실제로 가 본 몽골과는 차이가 컸다. 자연이 생각보다 깨끗하고 좋았다는 것, 아직 도시의 발전은 많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 정치적으로도 아직은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다는 것, 도로 사정이나 운전 습관은 아직 좋지 않다는 것, 국가에서 칭키스 칸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매우 크다는 것, 음식 문화가 발달되지 않아서 맛이 없다는 것, 땅은 넓지만 다른 나라들의 침략이 생각보다 적은 것 같고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것, 사업을 하려면 몽골도 아직 블루오션인 것 같다는 것, 종교나 건축적인 부분은 티벳이나 인도 쪽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고, 말이나 글은 러시아와 비슷한 부면이 있고, 중국과는 사이가 좀 안 좋은 것 같다는 것 등이 기억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가이드분이 한국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다녔다고 했는데, 고등학교 마치고 한국에 살 생각은 안 했냐고 물어보니까 한국의 경쟁적인 문화, 시간에 쫒기는 생활이 싫어서 몽골에서 살고 싶었다고 했다. 몽골은 잘 살지는 못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애들도 경쟁적인 교육을 하지 않아도 되고, 국가에서 해 주는 교육도 생각보다 괜찮다고 하였다. 한국에서 살아본 몽골 사람 입장에서 한국이 그렇게 비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