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에서의 아침은 눈부셨다. 깨끗한 자연이 아침이 되니 더 깨끗해 보였다. 선명한 초록색, 선명한 파란색. 와이프에 따르면 내가 취해서 자고 있을 때 소들이 내려와서 게르 주변에서 풀을 뜯었다고 했다. 그리고 게르 문을 열고 나오니 몽골 다람쥐들이 총총 뛰어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몽골 아침의 풍경을 눈과 사진에 담으며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아침 식사는 한식이었다. 밥, 북엇국과 김치, 호박 볶음, 계란, 무나물 무침 등이 나왔는데 나는 매우 만족하며 먹었다. 아침을 먹고 정리를 한 뒤에 우리는 트레킹을 하러 갔다. 몽골의 산과 언덕을 걸어가서 정상을 찍고 오는 코스였다. 정상에는 늑대가 기다리고 있었고, 가는 길은 동화와 같은 푸르른 언덕길이었다. 올라갈수록 내려다보는 풍경은 매우 이국적이었다. 군데군데 있는 바위도 생전 처음 보는 바위였고, 야생화와 풀들도 평화로웠다.
몽골의 전설에 따르면 늑대와 사슴이 바다를 건너서 왔다고 했다. 마치 우리나라 전설에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되어 환웅과 결혼하였듯이 늑대 부족과 사슴 부족이 바다를 건너와서 이곳에 정착한 듯했다. 드넓은 땅을 보면서 주변국들이 가만히 놔두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침입한다고 하더라도 득이 될 것이 없어서 가만히 두고 있겠지만 한국처럼 땅이 좁은 나라에서 봤을 때 신기했다.
트레킹을 마치고 우리는 거북바위도 보고, 아리야발 사원도 가고, 유럽식 스테이크도 먹고, 현지 유목민 생활도 구경했다. 유목민이 실제로 살고 있는 게르 체험을 했는데 직접 말도 키우고 우유로 다양한 음식도 만들어서 우리에게 대접해 주었다.
게르라는 것이 이동을 자주 하는 유목민들에게 있어서는 펴고 접기가 쉬운 집의 형태였고 둥근 원형의 집 안에 한쪽은 주방, 한쪽은 거실, 한쪽은 손님 접대 공간이 있었다. 주인아주머니는 키도 크고 호전적으로 생겼다. 고양이가 손님들에게 안기려고 하자 목을 잡고 집어던졌는데 유목민 특유의 거침이 엿보였다. 우리가 대접받은 음식은 홍차를 살짝 우린 일종의 밀크티 같은 수테차였는데 묽으면서도 짭짤한 것이 특징이었다. 썩 맛있는 맛은 아니었다. 말젖으로 만든 술인 마유주도 내왔는데 시큼한 것이 '달지 않은 막걸리에 식초를 섞은 맛'이었다. 도수는 아주 낮아 어린이나 노인도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터키에서도 먹었던 카이막이 있었는데 가정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그런지 천연 그대로의 맛이 느껴졌다. 설탕 같은 걸 뿌려서 먹으니 달달하니 먹을만했다.
주인아주머니의 아들로 보이는 아이가 새끼 고양이를 안고 왔길래 좀 놀다가 나왔다. 물론 돈을 받고 여행객들을 유치하겠지만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는 있었다.
그날 저녁은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 무한리필을 먹었다. 물론 중국에서 가져온 값싼 냉동 삼겹살이어서 고기 질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같이 나오는 반찬이나 된장국, 김치찌개는 맛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