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
이리 왔다가 저리로 옮겨가는
낙엽과 함께 숲을 헤매는
저 숲의 냄새를 맡아라
한낮의 열정과 한밤의 고독이
뒤섞여 운명을 달리하는
저 운명의 색을 보아라
사시사철 달라지는
삶에 있어 본질의 풍경과도 같은
저 밤을 생각하고
저 새벽을 깨어 있으라
어둠은 길고 빛은 짧다
낮의 소문은 짧고 밤의 고요는 길다
겨울이 오는 소리를 들어라
무더운 여름날에도
봄비가 내리는 포근한 날에도
겨울은 오고 있다
잠을 자지 않고 별을 헤매는 것은
죽지 않고 꿈을 꾸는
첫 번째 사람이 된 것과 같다
살아 있어도 살 필요가 없는
백 번째 사람이 아닌
죽어 있어도 죽을 필요가 없는
마지막 사람이 된 것과 같다
첫 번째로 죽더라도
숲의 냄새를 들이켜고
마지막에 죽더라도
숲의 소리를 들어라
숲 속의 작은 꽃들은
두려움의 소리를 지르고
숲 속의 작은 풀잎들은
적막의 향기를 발한다
숲의 소리를 들어라
숲의 향기를 맡고
숲의 모습을 보아라
그것이 너를 발가벗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