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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Hailey Dec 26. 2021

그냥 평범한 사람 만나는 게 그렇게 힘드니?


"꼭 외국인이랑 결혼해야 하니?"

"그냥 평범한 한국 사람과 만나서 결혼하는 게 힘든 거니?"



현재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니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평범한 한국 사람과 결혼하면 안 되냐고 표현하시며 좋아하지 않으셨다. 우리 집에 외국인 사위가 말이 되냐고, 그냥 평범하게 다른 사람 만나서 결혼하면 안 되는 거냐며 환영보다 걱정을 내보이셨다. 과연 `평범함`이란 단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한국 사람으로 태어난 게 과연 평범한 걸까?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평범함이 될까?



평범함과 특별함은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에게 국제결혼이라는 타이틀은 환영받지 못했다. 앞으로의 거처는 어떻게 할 것이며, 문화 차이가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할 건지에 대해 부모님은 걱정부터 앞섰다. 만나보기도 전에 `외국인`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부모님은 What`s up!이라고 인사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상상하셨다. 한국인 어머님과 캐네디언 아버님 밑에서 자란 남자친구는 캐네디언 아버지께 "네"는 존댓말이 아니고 "예"가 존댓말이라고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무언가 제안할 때면 여전히 "예!"라고 대답한다.


"오늘 여기서 밥 먹을래?"

"예!!!!"


"이거 맛있지 않아?"

"예!!!"


부모님의 걱정과 달리 예의 바르고 착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말이 완전히 통하지 않더라도 꼭 소개해드리고 싶어 부모님께 밥 한 번만 같이 먹자고 이야기를 했다.



"어휴 너도 참... 나는 별 할 말도 없으니까 너희 아빠가 말하겠지. 나는 그냥 조용히 밥만 먹고 올거야."



라며 도도하게 나의 제안에 수락한 엄마. 함께 밥 먹는 날이 다가올수록 신경 안 쓰고 밥만 먹고 온다더니 "나 이 옷 어때?" "이거 입고 갈까?" 라며 내심 신경이 많이 쓰이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엄마 신경 안 쓴다더니?"

"처음 보는데 어떻게 아무렇게 입고가~ 그냥 예의인 거지~"



부모님과 남자 친구의 첫 만남. 남자 친구가 한국어로 또박또박 본인 소개를 하고 이야기해도 이해가 잘 안 가는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 아빠, 동생의 눈은 모두 나에게로 향했다. 그래서 나는 "그러니까 얘 말은~~"라며 한국어를 한국어로 다시 통역하는 웃픈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밥만 먹고 오고 이야기 나누지 않을 거라던 엄마는 남자 친구에게 무심한 듯 "우리 딸 어디가 좋은 거예요?"라고 질문했다.



내가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엄마, 그 말의 속뜻에는 큰 어려움 없이 아무 문제없이 남들 사는 만큼만 살아가길 바라시는 거겠지. 평범하지 않더라도 더 행복하게 그리고 특별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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