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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독기 Nov 06. 2021

직장인 수험생에게 스터디가 필요할까?

직장인이 기나긴 수험공부를 하다 보면, 스스로가 참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선택이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고민이 되고, 정말 사소한 것 조차도 정말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가령, 내가 공부하는 시간이 적정한지, 

내가 선택한 책과 강사를 제대로 고른 게 맞는지, 

다른 수험생들은 다 아는 걸 나만 모르는 건 아닌지, 

내가 책을 보고 이해한 것이 정말 맞는 것인지, 

나만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이런 고민들은 대게 직장인 이라는 신분으로 홀로 공부를 해야하기 때문에 

당연히 하게 되는 고민들이라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옆에서 코치를 해주거나, 누군가 함께 공부를 하면서 고민을 나누고 이약기하고 싶은데

오직 혼자서 그 긴 여정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겪게 되는 필연적인 문제인 것이죠.


그래서 온라인 카페에서 궁금증을, 아니 하소연에 가까운 고민거리를 쏟아내며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 중에 하나였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고민이, 불안이 해소가 되지 않기 때문에 

'스터디'라는 것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하게 됩니다. 


스터디를 구하는 이유


스터디를 구하는 이유는 크게 동기부여, 학습효과, 자기통제를 위함입니다. 


스터디를 통한 동기부여

시험 공부가 결코 짧지 않기 때문에 그 동안 좌절, 실망감을 적어도 한번쯤은 느끼게 됩니다. 

또 공부의 양과 난이도, 시험점수로 인해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수십번은 겪게 되지요. 

하지만 스터디를 하게 되면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나와 거의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험이 원래 이런 거구나 하고 좌절/실망감이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스터디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터디를 통한 학습효과

스터디원들은 각자 선택한 강사와 책이 상이합니다. 공부 수준도 제 각각입니다. 

어떤 과목에 강한 수험생이 있는가 하면, 특정 과목에는 취약한 수험생도 있죠. 

그래서 여러 사람이 모여 토론하고 공유하다보면, 자기에게 부족한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잘 알 수 있게 되고,  스터디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각자 듣는 강사들의 A급 문제를 함께 공유하면서 예상 시험문제 적중률을 높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각종 자료를 공유하면서 내용적으로 풍부해지는 것이죠. 


스터디를 통한 자기통제

자격증을 공부하는 수험생들은 학창시절과 달리 무한한 자율적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험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컨트롤 ㅌ해야 합니다. 그러나 인간인지라 나태해지기도 하고 나약해질 때가 생깁니다. 

그것이 한 번 두 번 반복되다 보면 시험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결국 포기하기도 합니다. 

스터디는 대게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 정해진 미션을 완료해야 하는 규율이 존재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정한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이것이 나를 붙잡아주는 원동력이 됩니다. 


요즘의 스터디 모습


스터디는 제가 20여년 전에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에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그 때는 대게 문제를 함께 시간은 재서 풀어보거나, 특정 주제에 대해 '발제'하고 '요약정리'하는 식으로 자료를 공유하는 스터디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3끼 식사만 같이 하는 밥터디, 아침에 일찍 일어나도록 하는 기상스터디, 쪽지시험만 같이 보는 쪽지스터디, 암기사항을 함께 외우는 암기스터디, 모의고사 등 자료를 공유하는 자료공유스터디 등등

특정 영역만을 공유하고 서로 도움을 받으려는 스터디가 대세입니다. 

어차피 공부하는 내용은 학원에서 강사님들이 잘 먹여주시니 내 생활을 바로 잡고 외워야 할 것을 확실히 외워서 시간적으로나 내용적으로 효율을 높여보려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 수험생에게 스터디는 약일까 독일까?



그럼 직장인들에게 스터디는 약일까 독일까?

저는 감히 직장인 수험생 스터디는 독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직장인들은 전업수험생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라는 점을 아실 겁니다. 내 시간 보다는 회사에, 가정에 얽매여 있는 시간이 많다는 뜻입니다. 

전업 수험생들이야 시간이 자유롭고 제약하는 사항이 그리 많지 않아 스스로 통제할 필요성이 크지만, 

직장인 수험생들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분량이 매우 적습니다. 

남은 시간은 어떻게든 쥐어 짜서 몰입해야 하는 상황인데 스터디를 참여 하느라 그 시간마저 쪼개내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손실일 수 있습니다. 


직장인 수험생끼리 모인다고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각자 처한 상황(회사, 업무스타일, 직무, 직급 등)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모여서 서로의 하소연만 늘어놓고 서로 다독여주다 끝나는 스터디를 너무나 많이 봤습니다. 스터디를 참여한다는 것 자체에 안도감을 느끼고, 스스로 해야 할 공부조차도 등한시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밥터디, 기상스터디 등은 직장인들의 패턴에 맞지 않을 것이고 

암기스터디, 자료 공유스터디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암기는 방법의 문제이고, 자료는 너무 많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시험의 본질은 결국 흰 백지 위에 내가 아는 것을 쏟아 부어야하는 시험이라는 사실입니다.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분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홀로 고민하고 홀로 암기하고 홀로 노력해야만 고독한 시험시간에 내 능력을 온전히 쏟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긴 수험기간 동안 외롭고 힘들지만, 우리는 직장인이기에 직장에서 그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남은 시간은 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스터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면 좋겠지만, 제가 오랜 수험생활 기간 동안 경험해 본 바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스터디는 그리 성공적인 케이스가 많지 않았습니다. 

굳이 뭔가를 새로 도모하려하지 마세요. 지금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잘 하고 계신 겁니다. 

일을 벌이다 보면 그 자체에 진이 빠집니다. 나의 리듬을 내가 조정하지 못할 수 도 있습니다. 

대신, 온라인 카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같은 것을 활용해 보세요. 그냥 일상과 수험 고민을 부담없이 털어낼 수 있는 공간 말이죠. 수험생활에서 필요한 것은 동지나 전우가 아니라 그냥 가벼운 대화상대 정도입니다. 


사람에게 의지하지 마세요. 모든 걸 스스로 견디고 이겨내야 합니다. 

그래야 수험생활이 길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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