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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님 Jul 06. 2021

재택근무 시작과 함께하는 엄마와의 동거

엄마의 레시피를 담는 오님의 식탁 - 병치조림 편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꼭 엄마에게 영양가 있는 걸 해줘야겠다며 이것저것 스크랩을 했다.

어느 이름 모를 요양병원의 한 달 식단표를 몇 개씩 다운받아 보기도 하고 항암에 좋은 식단은 뭐가 있나 계속 캡처했다.

 

그렇게 재택근무 2달째..

 

막상 음식하기는 쉽지 않았다.

아침에 눈떠서 출근시간에 맞춰 집안일부터 회사 업무에 또 밥 차리고 치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뭔가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오히려 항상 그랬듯 엄마가 직접 나서서 부엌을 채웠고 이제는 어깨너머로 뭐가 필요한지 말하지 않아도 바로 대령하는 수준 정도만 되었다.

 

나물, 생선조림, 감자 샐러드, 카레, 깨죽 등등을 머릿속과 메모장에 엄마표 레시피를 남기기 시작했다.

어서 배워서 내가 해줘야겠다는 생각과 그리고 언젠가 이 맛을 그리워하게 될지 모른다는 마음.. 또 이 시간을 함께 감사하자는 여러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처음 남긴 것이 생선조림 양념장이다.

 

엄마표 생선조림 양념장은 생선만 다르지 항상 이렇게 양념장을 만드는 것 같았다.

요즘은 시장에 병치가 싸고 많이 보였다.

 

병치조림

 

밥숟가락 기준 양념장 만들기

고추장 1

고춧가루 반

조선간장 2

진간장 모자란 1

액젓 1

다진 마늘 2-3개

생강가루 티스푼 1

 

납작하게 썬 무, 감자 몇 개

병치 2-3마리

 

병치는 입 아래쪽 배 부분 바깥쪽으로 몸통을 따라 가위로 그어 내장을 제거한다.

납작하게 썬 무, 감자를 냄비에 깔고 생선을 그 위에 올린다.

그리고 만든 양념장을 생선에 슥슥 발라준다.

끓는 물을 냄비 벽 쪽으로 생선이 살짝 잠길 정도로 부어 바른 양념이 벗겨지지 않게 조심히 한다.

그리고 팔팔 끓인다.

 

 

엄마는 그렇게 하고 나면 병치 한 마리 윗면의 반이나 먹을까? 밥투정하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듯

더 먹으라고 고갯짓 손짓 발짓이 다 나온다.

 

내가 좀 아프기만 해도 뭐든지 다 해주던 엄마,

평생 가족의 밥을 지어준 엄마,

그런 엄마를 위해 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엄마가 내 자식이었다면 이보다는 더 잘하지 않았을까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한 내 새끼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더 사랑하지 못해, 더 잘하지 못해, 대신 아파줄 수 없어서.. 그리고 기도밖에 해주지 못해 마음이 쓰리다.

 

그래서 아직은 부족한 식탁이지만 함께 웃고 맛있게 먹으며 더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님의 식탁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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