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3-2. ‘설雪’에 담긴 브랜드 헤리티지
‘흰 눈처럼 고운 피부’를 연상시키며 ‘눈 속에서 피어난 매화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화장품브랜드 설화수. 설화수는 화장품업계의 금수저 아모레퍼시픽의 42개 브랜드들 중에서 이름에서부터 아모레퍼시픽의 유산Brand Heritage인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정통으로 어필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설화수의 모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은 1966년 ‘ABC SPIRIT’을 담은 첫 한방화장품 -당시엔 한방화장품이라는 개념이 아직 없었다- ABC인삼크림을 출시할 때부터 아시아의 지혜를 담은 한방화장품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1954년에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독자적인 화장품 제조를 위한 연구소를 만들었고,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한방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1966년엔 인삼을 원료로 한 ABC인삼크림이 첫 선을 보였고, 196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인삼을 중심으로 한 한방미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973년 인삼의 유효성분을 추출하여 특허를 받은 고급 한방화장품 ‘진생삼미’가 첫 선을 보였고, 2년 뒤인 1975년엔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삼미’라는 브랜드를 출시하여 해외 34개국에 수출하게 된다. 1987년엔 눈꽃 같은 피부를 의미하는 생약 한방화장품 ‘설화’가 출시되었다.
아시아의 아름다움이라는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와 지혜를 담은 한방화장품 브랜드의 전개가 제격이었던 것이다.
이어 1997년, 인삼을 주재료로 아시아의 지혜를 담은 한방화장품의 개발에 꾸준히 매진해온 끝에, 아모레퍼시픽은 40여 년의 한방연구를 집약하여 현대적 감각과 조화시킨 브랜드 ‘설화+수秀=설화수’를 런칭하게 된다.
설화수라는 브랜드네임은 1987년에 출시되었던 설화에 빼어날 수秀를 더한 것으로, 설화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고집해온 한방화장품의 맥을 이으면서 동시에 등급표현인 수秀를 더해 한층 더 진일보한 고급 한방브랜드라는 의미를 담고자 하였다.
2004년 설화수의 브랜드 브랜딩에 참여한 이래로 우리 버벌브랜딩팀은 연담, 보연, 섬리안, 자함, 예율, 명의초, 수율 및 최근의 진초백, 백삼팩까지 설화수의 라인 브랜드네임 작업을 꾸준히 맡아오고 있다. 오늘의 주제가 브랜드 헤리티지이니, 설화수 라인브랜드 중에서도 모브랜드인 설화수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가장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는 라인브랜드를 꼽아보자면, 2006년에 런칭한 프리미엄 안티에이징 라인인 진설이다.
설화수가 잘 나가는 만큼 당시 시장엔 수많은 ‘설화수 워너비’ 브랜드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설화수는 새로운 프리미엄 라인브랜드를 통해 브랜드 고유의 정통성, 즉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화하고 독보적인 위치를 점거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우리에게 맡겨진 프로젝트는 브랜드네임과 브랜드스토리, 그리고 로고와 용기디자인. 설화수는 이 작업들을 통해 브랜드에 한국적 감성과 문화적 가치를 더하고 한국의 미의식을 계승하여 글로벌 명품브랜드로 확고히 자리잡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설화수는 우리에게 막중한 임무를 하나 더 맡기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는 심혈을 기울여 ‘한국의 미의식(=즉 아모레퍼시픽의 근간인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구현할 각 분야의전문가들을 찾았다. 한국복식의 권위자인 S대의 K교수와 한국적 감성을 살린 단순하고 간략한 작품들로 유명한 도예가 K대 R교수, 그리고 산업디자인 전문가 한예종의 K교수가 ‘한국의 미의식을 계승하겠다’는 프로젝트의 미션에 공감해 섭외에 응했다. 그리하여, 각각의 탁월한 전문성을 살리며 진행된 열정적인 협업 끝에 설화수의 DNA를 이어받으면서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물씬 담은 프리미엄 라인만의 차별화된 용기디자인이 탄생하게 되었다.
한편, 설화수의 새로운 프리미엄 라인은 50년에 걸쳐온 인삼연구의 결과물인 액티브인삼셀과 적송추출물을 주 원료로 하여 만들어진 프레스티지 안티에이징 제품들로 꾸려질 예정이었다. 우리 버벌브랜딩팀은 우리 한방약재의 보배인 인삼을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해온 설화수의 노력과 열정에 주목했고, ‘진귀한 가치를 담아 시간을 뛰어넘는 안티에이징’이라는 브랜드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설화수의 제품 브랜드네임은 모두 한자를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브랜드 아이디어로부터 ‘보배’와 ‘진귀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 한자 ‘진珍’이 일차적으로 채택되었다. 새로운 브랜드네임은 설화수의 최고급 프리미엄 라인에 붙여질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나머지 글자에 설화수의 헤리티지를 담아 ‘설화수를 대표하는 최고급 라인’을 표현하고자 했다.
설화수는 ‘겨울에 피어난 매화꽃의 빼어남’을 의미하는데, 그 중에서도 설雪이라는 글자는 차디찬 겨울의 눈 속에서 움튼 내면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내면의 아름다움Inner Beauty으로 비로소 외면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아시아의 지혜를 담은 한방화장품’을 표방하는 설화수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흰 눈을 뜻하는 설雪은 깨끗하고 순수한 심상으로 희고 아름다운 피부를 연상시키는 것은 물론, 긴 시간 인삼과 우리 한방재료의 연구에 매진해온 설화수의 아름다운 집념과 열정을 표현하기에도 제격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거대한 성장은 ‘아시아의 아름다움’으로 단단히 중심을 잡고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해온 덕분이었다. 아시아의 아름다움이라는 아모레퍼시픽의 유산을 이어 받은 상속자 설화수 역시 아시아의 지혜를 담은 한방화장품이라는 자신의 핵심역량과 정체성을 꾸준히 강화해온 결과 이제는 스스로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확고히 정립한 브랜드로 성장했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브랜드 헤리티지인 ‘설雪’을 프리미엄 라인브랜드 진설珍雪 에 물려주며 금수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시아의 아름다움과 아시아의 지혜를 끈질기게 이어가며 세계 시장을 상대로 성과를 거둔 아모레퍼시픽과 설화수. 이들의 유산형성비결(!)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중심을 잃지 않으며, 꾸준히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기반하여 역량을 쌓아온 것이 아닐까?
최근 설화수가 예년과 조금 다른 시장상황을 맞아 주춤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금수저 이전에 근수저로서 착실하게 브랜드 헤리티지를 쌓으며 역량을 갈고 닦아온 만큼, ‘ABC-Asian Beauty Creator- SPIRIT’을 바탕으로 한 든든한 체력으로, 흰 눈을 뚫고 피어난 매화꽃처럼 한겨울을 잘 이겨내고 다시 아름다운 설화雪花를 피워낼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