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1-2. 와우... 그럼랩가사도쓰시나요???
지난 회에서 이야기한 대로 우리 회사는 ‘브랜딩’ 업무를 대행하는 ‘브랜딩 에이전시 Branding Agency’이다.
우리 회사는 브랜딩의 시각적 요소를 담당하는 비주얼 VISUAL팀과 언어적 요소를 담당하는 버벌 VERBAL팀으로 나뉘어있는데, 사실 ‘브랜딩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뭘 좀 아는 사람들(!)은 ‘비주얼 브랜딩’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종종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오는데,
- 아니요... 저는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인간은 ‘시각적 동물’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시각정보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브랜딩’이라는 단어에도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의 시각적 요소들을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 대중적으로 널리 인지도를 갖고 있는 브랜드들이 리뉴얼 RENEWAL을 통해 시각적 요소에 변화를 주거나 하는 사례들은 보통사람들도 자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중들에겐 ‘비주얼브랜딩’이 보다 친숙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브랜드들이 시각적 요소를 리뉴얼하는 경우는 자주 목격되지만, 언어적 요소 – 대표적인 예로 브랜드네임! – 을 리뉴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
브랜드의 언어적 요소들 중 고객 제공 가치를 확장하거나, 시장 내 포지셔닝의 변화에 따라 브랜드 슬로건을 바꾸는 등의 일부 부분들은 전략적으로 변화될 수도 있지만, 브랜드네임을 비롯하여 브랜드의 철학 PHILOSOPHY이나 미션 MISSION 등은 자주 변화를 도모하기 어렵다.
특히 ‘브랜드네임’이 바뀌어버린다면...!? 그 브랜드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브랜드로 인지되지 않을 것이다.
즉, 브랜드의 언어적 요소들은 쉽게 변화를 주기 어려운 만큼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브랜드에 있어서 ‘버벌브랜딩’이란,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중요성이 쉽게 간과되는 영역이랄까?
이렇게 대답하면 세 명 중 한 명 정도는 동공에 지진이 일어난다. ‘버벌VERBAL’이라는 단어가 아무래도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영단어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특정집단 - 요! 췍췍! 쇼미더버벌!!! - 을 중심으로 ‘VERBAL’이라는 단어의 인지도가 급상승한 것이 체감되는데...
위의 내 대답에 누군가 다음과 같이 되물어온 것이다.
- 아니요... 가끔 랩은 합니다만... 랩가사는 쓰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요...
‘버벌브랜딩’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예전에는 ‘브랜드 컨설턴트 BRAND CONSULTANT’라고 지칭했다. 예전이라고 하니 머나먼 옛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이 표현은 지금도 통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다만 시대가 바뀌며 ‘버벌리스트 VERBALIST’라든가 ‘버벌크리에이터 VERBAL CREATOR’ 같은 새로운 표현들이 등장하여 ‘브랜드 컨설턴트’라는 정통적인 표현이 다소 낡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버벌리스트’라는 표현은 꼭 우리의 업종에만 국한된 표현은 아닌데, 랩가사를 쓰냐는 질문을 받고 검색을 해보니, 아주 소수이기는 하지만 랩퍼들이 스스로를 VERBALIST로 지칭하고 있는 사례도 있었다.
랩퍼들에게까지 널리 사랑받는 이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그러니까, ‘브랜드 컨설턴트’가 ‘버벌브랜딩’이라는 영역 중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버벌크리에이터’나 ‘버벌리스트’ 같은 새로운 표현들은 ‘언어’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랜드 컨설턴트’라는 점잖은 표현보다 ‘버벌크리에이터’나 ‘버벌리스트’ 같은 새로운 표현들이 훨씬 경쾌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최근에 등장한 표현들이 ‘브랜드’라는 대상이 아닌 ‘언어’라는 수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마도 여러 가지 분야들이 서로 융합되어 발전해나가는 지금 시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공통점을 이야기했으니, 차이점도 이야기하는 것이 인지상정!
‘랩 버벌리스트’와 ‘브랜드 버벌리스트’의 차이는 다음 회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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