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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디움파트너스 Aug 13. 2021

‘삼다수’가 어디 물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Ch2-2.‘브랜딩회사’를지인들에게 쉽게 소개하는 법 2



RA는 브랜딩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지금 ‘브랜딩’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50대의 남성지인에게 브랜딩회사란 무엇인지 최대한 간략히 설명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쳤다. 



참고로, 지난 회에 이미 브랜딩회사를 지인들에게 쉽게 소개하는 꿀팁을 하나 소개한 바 있다. 바로 ‘잘 알려진 브랜드를 이야기하면 된다’는 것! 지난 회에서는 올리브영을 예시로 들었었지만, 50대 남성지인은 올리브영을 전혀 모르는 상황!


과연 RA는 이 상황에서 뭐라고 이야기했을까!? 



삼다수 아시죠? 그 이름 만든 회사에 다녀요.”





국민적인 히트를 기록한 CM송으로도 유명한 생수브랜드 삼다수.


태연과 규현이 부른 ‘제주도 푸른 밤’과 ‘화산암반수~♪ 제주삼다수~♬’ 중에 당신에게 더 익숙한 CM은 무엇인가!? –참고로 RA는 80년대에 태어나 두 CM이 전파를 타는 것을 모두 경험했지만, 아직까지도 삼다수 하면 후자가 먼저 떠오른다. 




화산이 폭발해 만들어낸 지형에서 흐르는 청정 화산암반수로 만든 제주 생수는 예전에는 대한항공 기내에서만 제공됐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깨끗한 물을 비행기 탈 때만 먹을 수 있다는 건 비행기를 탈 일이 없는 사람들에겐 매우 억울한(?) 일!


그리하여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국내에서 정식으로 제주의 청정자연을 담은 화산암반수를 유통할 계획을 세웠고, 우리 회사는 새롭게 탄생할 생수브랜드의 브랜드네임개발을 맡게 되었다.



당시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은 매우 까다로운 것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제주’를 사용하지 말고 ‘제주의 자연이 만든 천연수’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브랜드네임을 만들어라!

-...네? 제주도가 볼드모트인가요!!!???




이 프로젝트의 최대 난관은 ‘제주’ 없이 ‘제주’를 표현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도 제주도는 이미 자신을 대표하는 강력한 세 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돌 많고 바람 많고 여자도 많다는 ‘삼다三多’ 



학창시절 RA의 한국지리 선생님은 제주도의 지형적 특성을 설명하며 ‘삼다’를 매우 강조했었다. 지금은 교과과정이 그 시절과 많이 달라졌겠지만, 그래도 한국사람이라면 ‘삼다’라는 단어에 곧바로 ‘제주’를 떠올리지 않을까!?




치열한 버벌브랜딩 작업 끝에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이름 삼다수 ‘제주’ 없이 ‘제주’를 표현하라는 까다로운 미션을 무난히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브랜드네임으로 결정되었다. 삼다수가 처음으로 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 것이 1998년이니,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때의 회사분위기를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삼다수라는 이름이 발상회의에서 제안된 순간 아마도 모두 함께 ‘이거다!!!’를 외치지 않았을까!? 




당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우리 버벌브랜딩팀의 30년 차 베테랑 YP는 삼다수를 한 마디로 ‘분별력 있는 브랜딩’이라고 말한다.




삼다수의 경쟁력은 제주의 화산지형이 만든 깨끗한 천연수라는 것인데, 삼다수라는 이름은 이미 화산이 만든 돌과 바람 등 제주의 자연환경이 축약하고 있어 별 다른 마케팅 없이도 ‘삼다수는 제주의 천혜의 환경이 만든 물’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한다. 




이렇게 제주의 지역특색과 ‘제주산 천연수’라는 제품특징을 완벽하게 살리면서, ‘제주’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삼다수의 신의 한 수! 




만약 삼다수가 ‘제주수’처럼 -예시일 뿐이다- 지역이름을 붙여 브랜드네임을 만들었다면 그 이름은 독자성이나 배타성은 갖지 못하게 된다. 제주에서 나오는 물이 모두 ‘제주수’이니, 이건 내 물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이라고 주장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삼다수는 독자성과 배타성을 가지고 제품의 ‘정체성’‘편익’, ‘기대’를 모두 표현하고 있는 이름이면서, 길이 또한 3음절로 짧다. 짧은 이름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기억하기 쉽다는 것이다! 또한 발음도 어렵지 않다. 남녀노소 모두 읽기 쉽고 기억하기 쉬우면서, 뜻까지 이해할 수 있는 이런 브랜드네임, 생각보다 흔치 않다!



삼다수는 여러 가지 부분에서 경쟁제품을 대상으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브랜드네임이다. 물도 좋고 *이름도 좋고*, 그게 바로 삼다수가 이렇게 오랫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참고로 삼다수 용기의 어깨 부분은 제주도에서 물을 긷는 데 사용하는 물동이인 ‘물허벅’의 모양을 본뜬 것이라고 하니, 한 번쯤 유심히 관찰해 보면 제주의 정취를 더욱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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