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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윤리 29]

4. 언론인의 말하기 직업윤리

by 백승호

4. 언론인의 말하기와 직업윤리


(1) 언론인의 말하기

우리는 많은 정보를 언론을 통해 얻기도 합니다. 언론을 통해 보고 들은 정보가 정확해야 사실을 근거로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은 사람들의 가치판단과 인식을 좌우하고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언론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와 함께 제4부라 부르기도 합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언론인의 말하기는 민주주의 대의 정치를 실현하고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하는데 기여합니다. 언론인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고 정책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인은 사실과 진실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과 진실 속에는 정의가 담겨야 합니다. 언론에게 요구하는 핵심은 ‘정론직필’입니다. 정의는 인간이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이고 언론인이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인은 개인의 도덕성과 언론인으로 직업윤리를 발휘해야 합니다. 도덕이란 개인이 지켜야 할 바람직한 덕성이고 직업윤리는 사실과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비판과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한 것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새로운 소식과 다양한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전달하는 기능을 합니다. 국민이 알아야 할 본질과 핵심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외교 문제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정보는 국익과 관련되는 외교문제입니다. 그런데 대통령 의전이나 의복 등 사소한 문제를 핵심의제로 보도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하는 것입니다. 지엽적이고 불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요즘은 ‘특종’,‘단독’이라는 기자 개인의 욕망이나 언론사의 상업주의 때문에 신속한 보도를 중시합니다. 하지만 특종과 신속성을 강조하여 ‘오보’를 내다가 신뢰가 추락하기도 합니다. 기자 개인의 욕망과 언론사의 욕심 때문에 ‘오보’나 ‘가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진실과 사실 보도를 최우선적 가치로 생각해야 합니다. 가짜 뉴스, 왜곡보도 등으로 인하여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한국 언론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없습니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어 언론의 위상이 떨어진 것도 있지만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정론직필하여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국가별 뉴스 신뢰도는 최하위라고 합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40개국 중 언론 신뢰도 21%로 올해도 최하위였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도 같은 조사에서 22%로 최하위였고 조사에 포함된 이래로 매년 최하위권이었습니다. 핀란드가 1위였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9 언론인 조사"에서 언론인들이 스스로 느끼는 언론 자유도는 5점 만점에 평균 3.31점으로 지난 10년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뢰도는 2.80, 정확성은 2.76, 전문성은 2.68, 공정성은 2.52였습니다. 말하는 자유는 주어졌지만 신뢰성과, 정확성, 전문성과 공정성이 낮다는 것은 언론인들이 눈여겨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해야합니다.

리영희 선생은 언론인을 ‘언롱인’(언론을 농락하는 뉴스 장사꾼)을 경계했습니다. 요즘은 일부 언론인을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멸칭으로 언론인을 욕합니다. 기자들에게는 모욕적인 말이지만 널리 쓰이는 것을 보면 기자들이 자초한 것도 많습니다. 언론인은 저널리즘을 목숨처럼 여기고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진실은커녕 사실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비판받는 언론인도 많습니다. 이러한 언론인의 문제는 언론인 개인도 문제가 있지만 언론을 둘러싼 사회구조 문제 때문이기도 합니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조중동 신방복합체와 네이버 다음의 포털 잘못된 운영시스템 때문에 언론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박태웅 의장은 잘못된 인센티브 시스템이 언론을 망가뜨린다고 했습니다. 네이버는 클릭수, 기사 생산수, 독자수에 따라 대가를 지불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클릭하게 만들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달아 클릭을 유도합니다. 단독, 속보 등을 써서 클릭 유도하기에 바쁩니다. 기자는 취재보다 기사 쓰는 것에 온 신경을 다 쓰다 보니 언론은 나쁜 기사를 양산합니다. 사실과 진실보다 속보를 많이 내고 비슷한 기사를 그대로 따와서 기사를 냅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신문사가 9,000개나 된다고 합니다. 이런 곳에서 취재를 하지 않고 기사를 쓸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어서 언론 전체가 망가지고 있습니다. 신문윤리위원회에서 ‘보도 표절 금지 위반’ 사항에 대하여 제재를 하더라도 언론의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은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고 정치권력의 오․남용을 비판하고 정책의 부당성과 부작용을 알려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여 사회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언론보도의 생명은 진실보도와 공정보도에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권력, 정치권력에 자유롭지 못합니다. 우리의 언론 환경은 사주가 인사권과 경영권을 통해 편집권을 좌지우지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부 언론사는 소유지분이 소수에게 독점되어 있거나 편집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고, 신문시장 독점으로 인하여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으며 언론이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사회 개혁을 할 수 없습니다. 언론의 소유지분 제한이나 재산공개를 통하여 언론의 공공성을 확립하고, 편집권을 보장하여 진실을 보도하고 정당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언론은 정치권력과 사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언론의 자유는 사주의 이익을 위한 자유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한 자유이어야 합니다. 언론의 자유가 진정으로 보장될 때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습니다. 언론인이 자본권력이나 정치권력, 검찰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 정론직필을 할 수 없습니다. 언론인의 말에 민주주의의 국가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에 책임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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