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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Mar 31. 2024

[중용 34. 레트로와 레프로]

지금 여기의 시대정신, 품격과 품위를 갖춘 멋진 사람이 되려면 

제28장  ‘지금 여기’에 맞는 품격과 시대정신


【28-01】 104/130 수구가 아니라 법고창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데도 스스로 등용되기를 좋아하며, 비천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세상에 태어나 옛날의 도로 돌아가려 하면 이와 같은 자는 재앙이 자신의 몸에 미칠 것이다.” 

子曰 愚而好自用하며 賤而好自專이요 生乎今之世하야 反古之道면 如此者는 栽及其身者也니라

자왈 우이호자용하며 천이호자전이요 생호금지세하야 반고지도면 여차자는 재급기신자야니라     


【해설】

 행복한 삶과 불행한 삶은 자기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자신이 더 나은 선택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자신을 알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또한 자신의 감정과 기분 등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을 할 때 평온하고 편안한 지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실력과 능력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등을 잘 헤아려 선택해야 한다. 어리석고 능력이 없는데 무엇을 맡아서 하고자 한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해가 미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시대정신'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 시대는 그 당시 시대인 당대를 말하고, 정신은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와 신념을 말한다. 시대정신은 ‘지금 여기’에서 출발한다. 옛날, 과거, 저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 여기에서 필요한 가치와 신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옛날 과거, 저기에 집착하여 지금 여기 오늘날 현재를 등한시한다면 옛날 과거만 지키는 수구(守舊)가 된다. 과거 전통을 오늘에 맞게 계승하여 당대의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옛것이 빛난다. 지난날 훌륭한 가치와 성인군자의 덕을 오늘날에 맞게 응용하여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환한 웃음

고전의 본질을 찾아 오늘날 우리 삶에 적용하여 더 나은 삶으로 발전계승하는 것이 고전을 읽는 의미다. 과거에 현재에도 변함없는 것은 인간은 생로병사하며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사람이 지니야 할 좋은 품성과 덕성, 전쟁보다 평화를 중시하는 마음,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감력 등은 시공을 초월하여 소중한 가치이다. 지난날의 저기에서 원리나 원칙을 본받아 오늘날에 변용하여 더 발전하는 것이 온고지신의 진정한 의미이다. 옛날, 과거, 저기 중에서 본받아야 할 소중한 가치는 본받고, 오늘날 변화에 맞추어 새롭게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지난날을 무시하거나 매장하여 새로운 것을 조작하여 엉터리를 만드는 매고이조신(埋古而造新)은 배격해야 한다. 옛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데 옛것만 고집하면 수구꼴통이나 보수꼰대가 된다. 과거 감성의 복고풍 레트로(Retro)도 중요하지만 시대정신에 맞게 새로운 알맹이를 창조하는 레프로(Repro)는 더 중요하다. 


연암 박지원은 온고지신을 잘 계승 발전시켰다. 초정집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아! 옛것을 본받는다는 자는 지난날의 진흙에 난 흔적만 쫓아가는 병통이 있고, 새것을 창조한다는 자는 법도에 맞지 않은 근심이 있다. 진실로 능히 옛것을 본받으면서 변화할 줄 알고, 새것을 창조하면서도 능히 법도에 맞을 수만 있다면 지금의 글이 옛글의 글과 같다.” 

噫! 法古者病泥跡, 創新者患不經, 苟能法古而知變, 創新而能典, 今之文猶古之文也.

희! 법고자병니적, 창신자환불경, 구능법고이지변, 창신이능전, 금지문유고지문야.      


시대정신은 옛날의 오래되고 낡은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롭고 창의적이되 지난날의 훌륭한 정신도 간직한 것을 말한다. 성인군자는 시대정신으로 지금 여기의 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성인군자를 신격화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정신으로 원리와 본질을 살려서 변용하고 우리 문제를 더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어른 김장하 선생 

오늘날의 성인군자는 품격과 품위를 갖춘 멋있는 사람이다. 말과 행동을 상황과 어울리게 하는 사람이고 품위는 지적 예술적 감성을 갖춘 위치를 말한다. 품격과 품위는 학력과 경제력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여유로움과 다정함, 겸손하면서도 당당함에서 품격과 품위가 나온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하며 상황에 맞는 말을 당당하게 하는 품격. 교양과 지식을 갖추고 따뜻한 마음과 편안한 얼굴로 남을 대하는 품위. 경청을 잘하며 친절하고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품격. 모르는 것이 없는데도 아는 척하지 않는 품위. 욕망을 따라 행하더라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품격. 남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옳고 바른 것을 몸소 보여주는 품위. 이런 품격과 품위를 갖추고 시대정신을 가진 멋진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지금 여기’를 지향하는 성인군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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