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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Apr 01. 2024

[중용 35. 문명의 3요소 예, 제도, 문자]

-예의와 제도(도량형), 문자 

【28-02】 105/130 문명의 3요소인 예, 제도, 문자

천자가 아니면 예의를 임의대로 의논하지 못하며, 제도를 함부로 만들지 못하며, 문자를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

非天子면 不議禮하며 不制度하며 不考文이니라 

비천자면 불의례하며 불제도하며 불고문이니라       


【해설】

 천자가 아니면 예의를 임의대로 의논하지 못하며, 제도를 함부로 만들지 못하며, 문자를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고 했다. 예와 제도, 문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게 필요한 세 가지 요소이다. 예의를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아간다. 제도와 사회의 규칙을 만들어 혼란스럽지 않도록 한다. 문자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고 이를 통해 문명을 발전시켰다. 

 

예(禮)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어하는 규범이다. 이러한 예의는 가족예의, 친구 간 예의, 상하 간 예의, 공적 의례, 상례와 제례, 등이 있다. 천자가 의논하는 예의는 공적 의례에 가깝다. 공적 의례는 의전이라고 하는데, 의전을 법도에 맞게 제정하여 위엄을 드러내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다. 예를 통해 기강을 바로잡고 질서를 유지하여 천자는 삼공을 통솔하고 삼공은 제후를 거느리고 제후는 경대부를 통제한다. 경대부는 선비와 백성을 다스려 국가 질서를 유지한다. 천자는 직분에 맞는 공적 예의를 바로잡아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백성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중요한 일로 여겼다. 

 제도는 오늘날의 사회제도의 뜻도 있고 도량형의 뜻도 있다. 사회제도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행정 등과 관련된 제도를 말한다. 여기서는 도량형을 중심으로 이해해 보고자 한다. 도량형을 정비하는 것도 제도 중에서도 아주 중요했기 때문이다.  도량형은 단위다. 이 세상에는 형태가 있는 물질이나 형태가 없는 비물질을 일정한 단위로 통일해서 나타내야 사회적 혼란이 없다. 도량형은 물질과 비물질의 단위를 일정한 기준으로 통일한 것이다. 도량형이 통일되지 않고 일정한 표준이 없어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도량형을 통일하고, 오늘날 미터법을 만들어 인식기준과 표준을 정한다. 단위를 표현하는 기준은 사회적 약속이다. 미터법 또는 국제단위계(國際單位系)는 현대 도량형 중 하나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국제표준 도량형이다. 1791년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는 '지구 자오선 길이의 1,000만 분의 1'을 1m로 하자고 정하였다. 그 이후 1875년 5월 20일에 17개국은 미터법을 쓰기로 결정한 후, 미터 및 킬로그램원기를 1879년에 제작했다. 우리나라는 1959년에 미터협약 가맹국이 된 이후 미터법을 사용하고 있다. 무게를 나타내는 질량은 킬로그램(㎏), 길이는 미터(m), 시간은 초(s), 전류는 암페어(A), 온도는 켈빈(K), 물질량은 몰(mol), 광도는 칸델라(cd) 등 공통되는 7 가지 기본 단위를 정했다. 이처럼 사람은 살아가며 요일과 달력을 통해 시간의 개념을 정했고, 도량형을 통일하여 인식기준과 표준을 정하여 사회적 약속을 했다. 특히, 도량형은 계측 단위나 계측기구를 가리킨다. 도(度)는 길이(거리)나 척도를 말하는데 약 15cm를 말한다. 양(量)은 부피를 말하는 양손으로 한 줌 정도를 양이라고 한다. 형(衡)은 저울인데 무게를 재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기준과 표준이 정해져야 소통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어야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만일 도량형이 통일되지 않으면 사회는 혼란스럽다.

 인류는 지식과 정보를 글자를 통해 후대에 전달하면서 문명이 날고뛰듯 진화했다. 글자는 처음에 무늬에서 비롯되었다. 거북의 등이나 짐승의 뼈에 새긴 것은 무늬였다. 이러한 무늬에 의미를 부여하여 문자가 생겼다. 중국의 상나라는 갑골문자를 만들어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진나라와 한나라에 이르러 금문과 전문을 거쳐 한문을 사용했다. 서양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쐐기문글자와 이집트 문명의 그림글자를 사용했다. 그러다가 그리스는 기원전 8세기부터 헬라말을 글말로 적으면서 서유럽의 뿌리가 되었다. 서양의 알파벳은 그리스 사람들의 글자인 첫째 알파와 둘째 베타를 이름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로마 사람들은 그리스의 알파벳을 간추리고 가다듬어서 로마자를 만들고 라틴말을 사용하여 라틴문명을 일으키고 발전시켰다. 특히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서사시를 라틴말로 적으면서 라틴문명이 발전한다.  세종대왕은 세상에서 가장 쉽고 온전한 소리글자인 한글을 만들어 우리말과 글을 쉽게 표현할 수 있게 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는 '음소문자'다. 한글은 어느 문자보다 규칙적이고 체계적이다. 자음에 획을 더해 된소리나 거센소리를 만드는 방식이 규칙적이고, 모음을 합성하는 방식도 체계적이다. 디지털 시대 한글의 위력은 더 힘차다. 영어나 한자보다 입력도 빠르게 할 수 있고, 해독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한글 덕분에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이 온 나라에 퍼져 세계에서 가장 문맹이 적고 눈을 뜨고 발고 환한 문명을 이룩하고 있다. 이처럼 문자는 사람들의 생각과 뜻을 만들고 담아내어 문명을 발전시키는 바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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