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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북 Dec 18. 2024

길고양이 밥을 주면 땅을 산다고?

길고양이 쉼터를 짓다!!





옛적에, 그런 말이 있다. 길고양이 밥을 주면 땅이 나온다고. 


나는 그 말을 참 좋아한다. 진짜냐구? 

그럴 리가..........


쌩구라다. 방금 지어낸 말이다.

하지만 팩트는 맞다. 우린 길고양에게 1. 밥을  줬고 2. 땅을 사게 됐다.

 이 두 문장이 어떻게 연결되는가 함은 아래에서 기술하겠다.





남편은 꽤나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주변 밭에게 피해를 끼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가련한 젠틀맨의 양심을 마구 헤집어놓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땅을 사서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곳으로 이사 가자.라는 동기는 아버지대에서부터 내려온 오래 묵은 큰 숙원. 그러나 너무 원대하여 감히 엄두도 못 냈던 주저함을 과감히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해주었다. 


고민은 오래 하는 타입이지만 결정한 것에 대해선 주저함이 없는 남편은 그해 겨울, 경매장에서 치열이 싸운 끝에(?) 땅을 거머쥐었다. 나의 땅. 나의 바운더리. 그것은 땅 한가운데서 고양이가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똥을 갈겨대도 전혀 눈치 볼 이유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무척 흡족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의 땅을 만났을 때 처음으로 한 일은 고양이의 쉼터를 둘 공간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일이었고, 사무실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벚꽃나무 앞, 약 10평의 공간이 쓰둥이들에게 할애되었다. 



쓰둥존 만들기 프로젝트 1




고양이 쉼터 이하 -쓰둥존-만들기 프로젝트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쓰둥이들이 살 실내 쉼터는 기존에 세 들어 살고 있던 땅의 소유주가 창고로 쓰던, 조금 손보면 깨끗한(& 에어콘까 지달려있는!)  중고 컨테이너를 사기로 했다. 냉방은 해결되었고 그다음은 난방이었다. 고양이들이 살 곳에 전기장판 깔아놓는 건 너무 불안해서 바닥에 온돌 마루를 시공하기로 했다. 사람을 불러 작업을 하는 도중 근처를 지나던 땅주인의 “어디다 쓰려고 이렇게 돈을 들여 정성껏 손보느냐”라는 질문에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어 솔직히 대답을 해야 했고  회사 입구에서 뒹굴러 다니던 양남이와 양자를 가리키며 “쟤네 집으로 쓰려고요" 하니 입맛을 쩝 다신다.  본인의 컨테이너가 고양이 집으로 재탄생 한다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 눈치였는데, 그만큼, 주변에서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애도 없는 젊은 부부가 고양이에 미쳐서..’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은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돈도, 시간도, 정성도 많이 드는 일이었다. 어쩌면 회사 부지를 이사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일지도. 이 많은 고양이들을 앞으로 우린 10년 넘게 책임져야 한다. 그 행동에 대한 책임감과 무게감은 굳이 노파심을 섞어 상정하지 않아도 뻔한 것이리라. 그래서 우린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 줘야만 했고 나는 소중히 꼬불쳐둔 200만 원을 건네는 방식으로 남편을 응원했다.


컨테이너를 손보고, 회사로 옮겨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고. 그 후엔 쓰둥이들이 햇빛도 받고 바람도 느낄 마당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보통 이런 일은 셀프로 많이 하지만 우린 똥손이라 사람을 썼다. 철망 하나도 꼼꼼히 고른 남편 덕에 제법 보기 좋은 쓰둥존의 마당이 탄생하였다.




지어놓고 보니 꽤나 그럴듯하다. 내부는 생각 외로 넓었고  아침엔 따스한 햇빛이 비치는 곳. 세간살이만 좀 가져다 두면 사람이 살기에도 나쁘지 않을 듯한 쾌적함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무엇인가. 집은 여기에 있는데 고양이들은 50여 키로 떨어진 기존 회사 마당에 있는 게 문제이다.




두남이의 이야기



Tnr 사건으로 매운맛을 잔뜩 본 우리지만, 그 뒤로 고양이를 포획할 사건이 추가로 생기거나 하진 않았으므로 우리의 포획 스킬도 딱히 업데이트되진 않았다.

그러니까  -어떻게- 잡을지에 대해서 여전히 답이 없었단 소리다.

일단 만만한 놈들부터 잡아 옮기고 죽어도 안 간다는 놈 있으면 두고 가야지 뭐, 정도의 계획을 간신히 짜놓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우리의 고난 중 일부분은 두남이 때문이기도 했는데 두남이는…이 구역의 대장이었고, 짱을 먹었단 뜻은, 지역 내 생태계에 완벽히 적응을 했단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늙은 할아버지 대장 고양이를 데리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선  많은 고민과 상의가 필요했다. 이 문제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포획을 시작할 수가 없었다.  하루 이틀에 걸쳐 신속하게 처리해야 되는 것이었고  나는 그 문제를 온라인에 털어놓고 조언을 얻고 싶어져서 잠들지 못하는 새벽에 벌떡 일어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다. 


2년 넘게 우리 공장 앞마당에 출몰하는 볼이 퉁퉁한 대장 고양이. 간혹 여기저기 다쳐서 오지만, 우리가 돌보는 고양이에겐 다정하고 아빠처럼 지켜주는 가족 같은 존재. 전체 이소시 이 고양이도 데려가야 할까요? 아니면 야생에서 그냥 자유롭게 살게 둬야 할까요? 또 새끼 때부터 지켜주고 돌봐준 세력 같은 쓰둥이들을 홀랑 데려가버린다면 두남이가 내내 기다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또한 데려간다 해도 두남이를 챙기던 사람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했는데, 별문제 없이 밥 잘 받아먹고 살던 고양이가 갑자기 사라져버린다면 원남이가 사라졌을 때 우리가 느꼈던 상실감을 의도치 않게 줄 수도 있는 것이었다.그런 고민을 주절주절 써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분이 “혹시 이 고양이 이야기 아닌가요?”라는 댓글과 함께 사진을 올려주셨다.


두남이였다.



서쪽의 귀인을 아시나요




그러니까 삶은 그런 것이다. 문제도 해결책도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온다.

쓰둥이들이 옆집 파밭을 똥간으로 사용한 것도. 그리고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올린 그 글이 하필이면 두남이를 돌봐주시던 분의 눈에 딱 띈 것도 말이다. 너무 완벽한 타이밍에 혹시 .. 나 사찰당하는 중?이라는 얼빠진 상상도 해보았지만 다행히 그런 것은 전혀 아니었고, 정말 우연의 일치로 그 새벽에! 그분이! 그 글을 보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것이었다. 이것도 치즈 고양이의 가호인가?

그분은 우리 회사의 맞은편에 카페에서  밥을 챙겨주신다며 본인을 소개하셨는데 고양이의 인상착의와 하는 꼬라지가(지 구역도 아닌데 남의 구역가가지고 짱이랑 맞짱 뜨는 등..) 두남이와 일치했고 그렇다면 우리가 이 고양이를 데려가도 되겠냐는 말에 흔쾌한 동의가 돌아왔다.


“두남이가 신호등을 볼 줄 알아요. 그래서 하루에 두세 번씩 건너다녀요. 근데 이 도로에 로드킬이 정말 많이 나거든요. 두남이도 언젠간 여기서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데려가 주시면 제가 포획에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아…신호등을 보는 고양이라니. 뭔가 범상치 않은 포스가 있다 했더니만, 이 영리한 고양이가 하루에 왕복 8차선의 도로를 오가며 양쪽에서 밥도 먹고 쌈박질도 한다는 것이었다.

감히 거절할 위치가 아니었던 포획계의 쭉정이였던 우리는 두남이를 부탁했고 그렇게 서쪽의 귀인을 만났다.



“두남이 잡았어요. 데려가세요”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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