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시 미로면 상거노리에삼척 심 씨 집성촌이 있는데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어느 심 씨는 이른 새벽부터 밭에 나가 농사일을 하면서 식구들을 부양했습니다.
옛적 어느 날,심 씨가 새벽에 일어나 집에서 약 1km 떨어진 본인의 조밭을 어둠 속에서 매기 시작하였습니다.쉬지 않고 부지런히 밭을 맨 결과, 해 뜰 무렵에 일을 모두 마쳤습니다.
심 씨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 흐뭇하게 조밭을 바라볼 때 아침해가 서서히 떠올라서어둠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게 웬일입니까?심 씨가 오늘 새벽에 남의 밭을 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열심히 맨 조밭이 자기 밭과 비슷하게 보이는 옆동네 사는 박 씨 밭이었습니다.
이 사실이 온 마을에 알려지면서 그는 <부지런한 심밤중>이란 별호가 생겨났고 엉뚱하게 부지런한 사람을 심밤중이라고 놀리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 오는 것입니다.
내 친구 심봉구 작가의 고향이 심밤중이 살았던 미로면 상거노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심작가도 역시부지런합니다.
해암정
강원도 강릉시와 삼척시에는 삼척 심 씨 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삼척 심 씨 시조 신제 심동로 선생의 후손입니다.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 뒤에는 해암정이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심동로는 고려시대 공민왕 때 시국이 어수선하여 벼슬(예의판서, 집현전제학)을 그만두고 그가 태어난 삼척군 북평(지금의 동해시)으로 낙향하여 해암정을 짓고 후학을 가르친 분입니다. 공민왕은 심동로의 낙향을 수차례 만류하였으나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동쪽으로 간 노인(어른)이라는 뜻으로 東老라는 이름을 하사하였습니다. 추암해변은 애국가의 일출 장면에나오는 유명한 곳입니다.
나는 추암 해변에 올 때마다 신제심동로 선생과'부지런한 심밤중'이 생각나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