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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pr 04. 2024

25. 슬프지만 부끄러운

오랜만에 만난 동생, 제멋대로인 것은 그대로.

대책없이 사는 것도 그대로.

그런 널 지켜보면서 엄마를 떠올린다.


엄만 그랬지, 동생은 과학적으로 키울거라고.

7살 내게 그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아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 마음임을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조금의 차별임을 또 알아챈다.


성인이 된 동생은 아직도 어리다.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결혼했고,

올케를 한국에 놔 둔 채,

유학을 떠났다.

무책임하게 또는 이기적이게.


신혼에 들인 강아지는

올케가 바쁘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버려졌다. ‘훈련’이라는 포장으로.

그들은 책임이라는 걸 질 수 없냐는 내 말도 엄마에게 통하지 않았다.

엄마는 아직도 다큰 아들의 모자람을 덮으려, 안으려 했다.


우리 밥풀이, 원래는 엄마 강아지.

엄마가 힘들다고 나에게 버린 밥풀이.

외롭다고 다시 달라 했던 밥풀이.

심장병을 않고 있기에

걱정되는 마음에 약먹이는 시간, 돌보는 방법을 세심하게 몇번이고 되풀이 하며

친정에 데려다 놓았는데

그 공간에 이제,

밥풀과 치즈가 같이 산다.


걱정이다.

밥풀이가 걱정되어 다시 데리고 오겠다고 엄마를 설득해 보았지만

두 마리 다 키울 수 있다 하셨다.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밥풀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두 강아지를 분리 할 수 있는 베이비 도어와 홈캠을 보내는 것.

질투심 많은 밥풀이라고 몇번을 더 말씀드린다.

내키지 않지만 지켜본다.


동생 얘기로 다시 돌아와서,

건강이 걱정되어 건강검진을 받게 했다.

이 또한 엄마의 부탁이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혜택으로 조금 저렴하게 검진 받을 수 있기에.

젊은 나이에 고혈압, 지방간, 천식 등 몸이 안좋다고 나왔다.

검진결과를 보지도 않았던 동생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사는냐는 본인의 몫: 지 팔자다.

옆에서 듣던 엄마는 또 아들 걱정이다.


걱정없는 동생, 소시오패스 엄마: 누울 곳을 보고 다리를 뻗는 동생과 목적을 위해 주변 사람을 이용하는 우리 엄마

내가 같은 뱃속에서 딸로 나왔지만

나는 그저 아들을 키우는데 필요한 수단이고, 엄마에게 올케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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