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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힘겨울 때 필요한 글들

by 김오 작가

반짝반짝

정여울


이 책은 처음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막상 들고 보니, 글들이 잘 만져지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작가의 의견과 내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머릿속에서 반론을 펼치기도 했지만, 나는 이런 류의 글에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며 모난 돌이 꼭 깎여서 획일화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모난 돌은 원래 그렇게 생긴 것이다. 사람 그 자체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총구를 겨누는 것은 문제이지만, 한 사회의 일원으로 그 집단에서 융화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문제이다.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집단이 트러블 없이 흘러가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개성이 모난 돌이 될 필요는 없다. 굳이 모난 돌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날을 세우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개성 있는 사람일 수 있다. 라며 마음속 의견을 나누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와 같이, 살아가는 자세에 대한 생각을 써내려 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반짝반짝’은 조금 더 글이 정제되고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그 흐름에 동참하기 전에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희화화하여 놀림거리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인간의 본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개인주의라는 말이 나만 잘 살고 보자는 의미가 아니다. 개개인의 인격, 그 자체를 바라보고 존중하자는 의미이다. 그런데 현 사회는 나만 살고 보자는 식으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인간을 비하하는 부정적인 말로 가득 채워 나간다. 말의 힘은 크다. 인터넷상에서 글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글, 말, 부정적인 글, 부정적인 말들이 활개를 치고 마음속에 어둠의 알을 심어놓는다. 한번 심어진 알은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 어젠가 어떠한 불씨에 의해 봉인 해제될지 모를 일이다. 그것을 우리는 조용하지만 따뜻하게 긍정의 말과 글로 덮어줄 필요가 있다.

『사방이 뻥 뚫린 감옥에서 살아간다는 것

누군가 나의 자존을 끊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위협한다고 상상해보자. 매일 모욕당하고 협박당하고 린치와 욕설까지 감내해야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너는 열등하고 나는 우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타인이 있다면, 우리의 자존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모욕의 가장 무서운 결과는 모욕을 당하는 사람이 자신이 하찮다고 모욕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더 이상 ‘나는 좋은 사람이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나는 살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최면으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부서의 결정권자는 한 명이다. 이 사람은 알 수 없는 비릿한 웃음기를 머금고 쳐다보는 ‘나 비열하다’라는 광고를 보고 있는 듯하다. 이 사람은 타깃을 정하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자진 퇴사를 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사람인 것 마냥 잘하는 듯하더니, 이내 나를 비웃기 시작하고, 이간질, 폄하를 하더니, 그래도 안되자 지금은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


나에게는 주요 업무를 함께 하는 동료라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이 사람은 이전 직장에서 자신이 신이었다고 하며 내 후임으로 들어온 것을 견딜 수 없어한다. 이 동료는 과장의 신임을 얹고 처세술의 가면을 잘 쓰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과장과의 사이가 안 좋아진 것이 동료가 들어온 뒤부터다. 과장과 따로 만나서 자주 이야기하고 오는 동료는 꼭, 기분 나쁜 웃음과 함께 미안하지만 기분이 좋다는 표정으로 일은 모두 내가 하라고 했다는 둥, 내가 교수들 사에서 동료를 스플리팅 시키고 다닌다는 둥, 동료를 불러놓고 “내가 술을 먹었더니 별말을 하다네.”라며 이야기하더라는 등의 이야기를 해 댄다. 이에 과장이 나를 싫어하는 것을 충분히 알았으니, 말을 전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를 했으나, 횡포, 폭력은 그치지 않는다. 대놓고 모든 일에서 나를 열외 시켰다. 그리고 동료는 그 사실을 내 방에서 웃으면서 장시간 이야기하고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물론 나는 괜찮지 않다. 당분간 있다가 나갈 곳이라고 여겼다면 나았으려나. 장기간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을 하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속이 상하고 슬픔이 잦아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사람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나는 나대로 나의 길을 걸어갈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 요즘은 [스토너]가 자주 떠오른다.


『삶의 중심이 내 안에 있는 사람은 바깥세상의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향한 질투심 탓에 괴로울 때도 있고, ‘내 삶의 방향이 틀린 것일까’ 의심할 때도 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삶의 중심이 내 안에 있다면 이런 ‘분심’은 능히 이겨낼 수 있다. 나에게 인문학은 내 삶의 중심을 내 안에서 찾는 길이다. 다른 곳에서 인정받으려 하고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역경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내 안의 소중한 중심을 찾아가는 길이 내게는 인문학이다. 변방의 자리에서도, 아무도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의 끄트머리 감방에서도 신영복 선생을 지탱해준 건 ‘나의 중심이 저 세상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다’는 믿음 아니었을까.』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일들로 인해 일희일비한다. 슬픈 기쁨, 불안한 기쁨, 일회성 기쁨, 침잠하는 슬픔, 비참함. 나를 향해 비웃는 그 사람의 표정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나를 좀먹어 간다. 과연 내가 내 안의 소중한 중심을 지켜갈 수 있을까. 내 인생이 무너질까 두렵기까지 하다. 나의 중심. 길을 찾고 지키며 애정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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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하나하나가 내 이야기였다.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여서 그런 것인지,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선이 나와 비슷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 장소, 사람, 모든 합이 잘 맞아떨어지는 책이 있다. 그리고 그 덕에 버티어질 때가 있다.


그날은 지읒 상사와 마주쳐야 하는 고된 날이었다. 그것도 그냥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쓰레기로 만들어버린 집단에 안간힘을 쓰면서 2시간여를 보내야 했는데. 역시나 지읒은 후임을 마치 위대한 영웅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나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음이 남아 있는 게 없었다. 그런 와중에 이 글을 읽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내가 있었다. 상대의 의미 없는 말에 의미를 두지 말고, 그런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음을 담담하게 이야기해주었다. 특히, 이 대목을 읽을 때쯤엔, 잘하고 있다는 약간의 안도감까지 들었다.


[어쨌거나 똥은 피하고 봅시다......

내 경우에는 상대에 따라서 표정이 바뀌는 사람들,

사람들 앞에서 외모나 개인의 신상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목적이 있는 순간에만 세상 다정해지는 사람들과는

가까워지면 남아나는 멘탈이 없기에 애초에 거리를 둔다.


현실적으로 물리적 거리를 두는 건 어렵다 해도

정서적인 거리를 지키는 건 언제나 중요하다.

예를 들면 타인을 자신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들은

일종의 자기애성 인격장애로 볼 수 있다.

이들이 타인을 조종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전술은

종잡을 수 없는 칭찬과 비난 또는 침묵인데,

이들의 행동에 일일이 반응하면

비위를 맞추려 쩔쩔매게 되고

결국 그들에게 조종당하는 대상이 된다.

이런 경우엔 말려들지 않는 게 최선이다.

그들의 칭찬을 기쁨으로 삼아서도 안 되고,

그들의 비난을 진실이라 믿어서도 안 되며,

그들이 침묵하는 이유를 추측하려 애써서도 안 된다.

칭찬과 비난, 침묵 모두에 거리를 두고,

그들로부터 관심 밖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좋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그게 잘 안돼서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누군가 지지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을 주고 말았다.


코로나 시국에 저자의 대면 강연도 들었다.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의상에 똑 부러진 강의가 위안을 주진 못했다. 책과 실물의 경계는 내가 만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들에게서 나만의 노스탤지어 손수건을 걸어놓는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


평가하지 말고, 분석하지 말고, 그러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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