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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잘돼가? 무엇이든

직업 이야기 첨가

by 김오 작가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지음


독립출판물이 있는 서점에 갔다. 독립서점이라고 보기에는 대형서점의 구색을 갖추고 있어서 독립출판물이 있는 서점이 적당한 표현이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몇 쪽을 읽는데, 잘 읽혀 들어왔다. 같이 간 히읗이 “사지 마. 비싸”라고 했다. 그 말인즉슨, 그 돈 주고 살 정도의 책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비싼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내 성격은 또 어떠한가. 자꾸 눈에 밟힌다. 결국 샀다.

어느 대목은 건성인 것도 같고, 어느 부분은 더 건성인 것도 같은데 글 하나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인지, 괜찮았다. 어느 부분은 소리 내어 읽어도 문맥의 구성이 맞지 않아 고쳐보기도 하고, 지나치게 접속사를 경계해서 흐름이 끊기도 하고, 누구의 글을 따라서 쓰는 것도 같고, 글이 어수선했다. 좋은 글에 밑줄 긋기보다 어색한 문장에 밑줄이 그어졌다.


그럼에도 저자의 여린 이기적인 마음이, 다가가지 못하는 겁이 내려앉았다. 사랑스럽게 한심하다.

그리고 당신의 이름이 왜 요조인지 알았어요. 문학을 사랑한 요조 님.


ps 책을 읽으면 어디에서 제목을 가져왔는지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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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지음


좋았다. 너무나도 비참하게 겸손해서 좋았다. 누군가 이런 태도를 취하면 얕잡아 보면서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비참하게 겸손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데 저자는 정말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고, 멋졌다. 엄마, 아빠, 남편 필수, 영화감독, 박찬욱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글인데 그 안에서 나름의 자부심과 스스로 따듯하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에게서 귀여움도 봤다.


글들이 전반적으로 위트 있고, 잘 썼다. 다른 이들도 읽어봤으면 좋겠다. 글쓰기를 전문으로 배우지 않아도, 좋은 사람들 곁에서 따뜻하게 성장하는 어른을 봐서 좋았다. 나는 어른의 성장이 항상 기대된다.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나서는 사람들이 성장보다는 자신이 아는 것을 확고히 하기에 여념이 없다. 어른은 그저 타이틀이다. 앞으로 늙겠습니다. 하는 전조증상을 나타내는 두 글자에 불과하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그저 자신의 일을 하면서 자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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