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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 작가 Apr 19. 2023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김윤희 옮김     


치매도 아름다울 수 있나? 아름다운 치매라는 게 있어?


 잃어버린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몇 달 전 제주 섭지코지에 갔다. 머무는 곳에 키즈존이 있었는데, 한편에서 발견한 책이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니, 제목부터 상식을 깨는 짜릿함을 준다. 제목을 기억해 두었다가 주문했다. 내용은 제목만큼 단순하지가 않다.      


얼마 전 외국인 친구가 초등학교 수준의 문법 문제지를 추천해 주었다. 책을 사서 한동안 방치해 두었다(대부분의 책이 저에게로 오면 이런 과정을 겪습니다). 서문을 읽고, 목차를 보는데 아는 내용이 많아, have부터 봐야겠다 싶었다. 친구를 만나니, am/is/are 문제를 풀어보란다(제가 문법은 안 되는데, speaking은 초등 저학년 수준의 어느 정도선에 있는 거 같아요. 덕분에 의사소통은 된답니다). 그런데 아는 만큼 모르는 부분도 있다. 이처럼 안다고 여기고 skip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내가 ‘대충 알고 있는’ 이미지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치매도 그렇다. 뭐든 내가 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간 것들이 왜 전문가가 필요한지, 학문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모두가 알지만, 안다는 것의 개인차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병원에서 치매환자는 정신상태검사, CDR, GDS 등의 검사를 통해 치매 유무와 심각도를 살피고, 이에 대한 약을 처방받고, 가족은 사회와 연계할 것인지, 연계를 하면 얼마나 할 것인지를 정한다. 심각하면 요양병원에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치매는 지금은 심각도에 따라 이야기하지만, 이전에는 알츠하이머, 혈관성 치매 등으로 종류를 나누어 보기도 했다. 치매 증상을 일으키지만 발생 기저가 다르다고 본 것인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치매가 나타났다는 현재에 초점을 두고 진단을 한다.      


그런데 이 책에는 이런 내용? 없다. 치매 환자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들도 사람이라는. 마치 우리가 치매에 걸리면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가족들이 절망하고 이들을 케어하기 위해 애쓰는 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졌는데, 무엇을 잃어버리는 과정에 있는 이들이 기억을 저장하는 데 차이가 있을지언정 사람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물건을 사는 요시코 할머니의 모습이, 마치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의식을 거행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주 중요한 것을 놓쳐버린 채 치매를 고칠 수 없는 병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들이 더 이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고 있었다. 슬프다.      


치매를 앓는 이들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책은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잃는다는 것은 두렵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진 것, 할 수 있는 것에 눈을 돌려보면, 전혀 새로운 것이 보이고 이토록 아름답고 찬란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      

괜찮아. 괜찮아.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뒤죽박죽 그곳에서 우리는 어쩐지 너그러워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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