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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복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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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 작가 Apr 20. 2023

나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

   

휴직 기간 동안 나에게 연락 온 회사 동료가 몇 있다. ‘경’은 나의 속을 긁기 위해, ‘’는 자신의 속상함을 토로하기 위해, ‘혜’는 휴직하기 위해, ‘래’는 자식이 아파서, 모두는 제각각의 이유로 나에게 연락을 했고, 그들은 안부를 시작으로 각자의 짐을 덜고자 했다.    

  

그리고 같은 부서 사람 중 어느 누구도 나에게 연락한 이는 없었다. 한 부서에서 십 년을 일했는데, 마치 내가 사라지길 바라는 것 같았다. 심지어 휴직하는 날까지 ‘영’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에게 줄 선물값을 내라고 독촉했다. 나는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레' 선물 살 돈 내놓으라고 하면서 내가 출산했을 땐 축하인사조차 없었다. 그러고는 '지'가 입원했다며 돈 걷자는 말을 태연히 한다. '영'뿐이 아니었다. '실'은 자기 아들을 데리고 와선 무턱대고 검사를 해달라고 하며 아기 낳으면 좋은 선물 해준다는 이상한 소리나 해대더니 역시나 쌩이다. '소'는 내가 출산선물을 하자 그제야 켕겼는지 밥 먹잔다. 그런데 먹는 둥 마는둥하더니 사라진다.


그런데 그게 뭐? 내가 소외받은 게 뭐 자랑이냐고? 자랑은 아닌데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마음을 흐린다. 분명한 건 이들로 인한 아픔은 숨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버림받은 기분을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그리고 스스로를 비하한다.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면 그만인데. 마음의 빗장을 닫고 닫아도 쉽지가 않다. 불쑥 그들의 무례함이 갈비뼈를 훅 치고 올라온다. 통증은 익숙해질 수 없다.


돌아가자마자 또 돈 내라고 할 것이다. 바보같이 또 돈 내어주고 울지 말고 받은 것도 없으면서 주기만 하는 거 그만하자. 그들은 내 부모가 돌아가셔도 못 본 듯 못 들은 듯할 것이다.


나의 마음을 괴롭혔던 수많은 무시 속에서 벗어나 있는 시기를 거쳐 나는 겨우 조금 걸을 만 해졌다. 복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시기도 찾아왔다. 반면 누군가의 마음은 붓고 부러져가고 있을 것이다. 일에서 벗어나야 할 시간을 맞이한 이들의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속이 안 좋고, 두통이 오고, 배가 아픈 등 신체 증상이 온다.

2. 일의 능률은 오르지 않는데 더 일에 매진하느라 다른 생활을 하지 못한다.

3. 수면이 불규칙해지고 뭔가를 자꾸만 한다.

4. 화가 나다가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른다.

5. 끝내야 하는데 끝을 내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지만 어찌할 바를 모른다.      


회사를 다니면서 겪는 일들은 나에게 아픔으로 다가온다. 나의 아픔을 눈치채지 못하면 크기와 깊이가 얼마나 더 크고 깊어질지 알 수 없다. 일을 하는 사람에게 제 때 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 늦더라도, 많은 늦은 감이 있더라도 벗어나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런 시간을 거쳐 나는 다시 나의 안부를 묻는 사람과 나를 외면하는 사람들 사이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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