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
Bookclub
파리는 날마다 축제_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_이숲
책을 읽고 이스터에그의 옥탑방에서 한 시간여 대화를 나눴다.
H의 텅 빈 눈은
“없는 자존감이 더 내려가는 중이야”
“자꾸 나한테 실망을 하게 되네”
“너무 싫어서 나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하지”
“내 실체를 알면 너무 실망하니까”
“좀 다르게 생각하고 살아야 해”
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작가와 반대되는 행위
생각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 현실과 이상의 차이, 꿈이 있다는 것과 필요성, 절실함의 끝
그래서 더 적절한 책이었다. 집중이 안돼서 잘 못 읽겠다는 푸념 속에서는 머릿속은 이미 축제로 가득했으니.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가깝게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고, 다른 작가(예) 스콧 피츠제럴드)의 삶에 대해서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물론 헤밍웨이에 맞춰진 시점이기는 했으나, 매력 있었다. 작가의 삶이 스며들어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241p 나는 그 모든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며, 글을 쓰는 팁을 얻었다. 헤밍웨이가 카페에서 뭔가에 홀린 듯이 글을 써내려 가거나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글을 쓰는 것. 일상의 모든 것이 소재가 되는 것. 그런 것들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글을 쓰고자 하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고, 무력감에 있는데 어떻게 헤어 나올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12p [옮겨심기. 그런 경험을 글로 옮기기에 다른 어떤 곳보다도 적합한 자소가 따로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227p [겉장이 파란 공책 한 권, 연필 두 자루와 연필깎이, (주머니칼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대리석 상판 테이블, 코끝을 간질이는 커피 향, 이른 아침 카페 안팎을 쓸고 닦는 세제 냄새, 그리고 행운. 이것이 내게 필요한 전부였다.]
12p [상의 주머니에서 공책과 연필을 꺼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항상 글쓰기를 위해 공책과 연필을 가지고 다니고, 글을 쓰고자 할 때마다 망설이지 않고 꺼내서 글을 쓰는 역동. 무언가를 하고는 싶은데, 실제로는 하지 않는 역동을 가지고 있는 내게 의미를 가지고 다가온 말이었다.
55p 대상을 설명하지 않고 설명하는 진실한 서술 방법. [빛이나 질감, 형태 같은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둘이 열심히 토론하던 것도 기억해요.]: 이것은 실제 심리평가보고서에서도 내가 자주 논하는 것이다. 진단을 진단이라고만 명시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러한 진단을 가진 사람이 진단명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려질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서술해야 하는가를 늘 염두에 둔다.
170p [그는 자기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팔릴 작품을 쓰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 자기 재능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p195
[며칠 후 스콧은 자기 책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표지가 요란했는데, 그 거칠고 상스럽고 야단스러운 모양이 무척 거북했다.] : 모든 것을 명작으로 채울 필요도 없고, 그렇지 않다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스콧 피츠 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와 같은 실로 위대한 글을 쓰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글들도 다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에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모두 명작으로 채울 욕심은 없다. 명작은 있으면 된다. 생계를 위한 작품도 필요하다.라는 그의 소신을 듣고. 내가 느끼는 부적 감정에 대해 흘려보낼 수 있었다. 나의 생각이 전환되었다. 글은 이처럼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그동안의 생각의 동굴 안에서 허우적대다 침잔하고 마는 나를 단번에 바꾸어 놓았으니 말이다. 읽고 쓰는 행위를 놓지 않고 가는 자만이 진정한 자신을 이룬 것이다.
p 240 작가가 일인칭으로 쓴 단편의 내용이 대단히 그럴싸하여 사실처럼 보일 때 독자는 그런 사건이 실제로 작가에게 일어났던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p 293
작가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좋은 글은 쉽게 파괴되지 않지만 비웃음을 당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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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부드러워라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는 피츠제럴드의 이야기가 여러 차례 나온다. 내가 알고 있는 환상 속의 피츠제럴드가 움직이는 느낌을 받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일은 이이 예견되어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재즈를 소설로 읽고 있는 듯한 몽롱한 기분에 흠뻑 젖었다면, 재즈가 몰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이 아닐까.
어지럽다. 책도, 그도. 글을 보다 보면 작가의 마음이 보일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냥 피츠제럴드다. 혼돈과 혼돈의 세상을 살면서, 그래도 놓을 수 없는 작업들. 한 남자의 의식의 흐름대로 살다 간 이야기 속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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