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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May 29. 2024

미국 소도시 에어비앤비 한 달 살기

모든 걸 다 갖춘 집도 괜찮아




정확히 말하자면 하우스시팅 2주 차. 미국 소도시의 단독 주택에서 처음 지내보는데, 전원생활은 분명 매력 있는 삶인 것은 확실하다.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집은, 3층 구조로 1층에는 마스터 베드룸, 방 2개, TV룸이 있고, 2층에는 주방과 다이닝룸, 리빙룸, 데크가 있다. 3층은 다락 창고로 사용하는 것 같다. 야외에는 넓은 정원과 텃밭이 있고, 정원 끝에는 손님용 방이 독채로, 한편에 가라지와 작업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하이라이트는 안방으로 연결되는 자쿠지가 있다. ㅋㅋㅋㅋㅋ ㅎㄷㄷ


단독 주택 혹은 자가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화된 공간인 것 같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본집에서 함께 살면서 별채를 오피스로 사용하시다가, 아이들이 모두 독립하고 각 방을 개인 오피스로 사용하시고 별채는 아이들이 방문할 때마다 머물 수 있게 해두었다고 한다. 정말 이상적인 공간 분리. 







게다가 주인에게 딱 맞춤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 더더욱 편리하게 설계되었다. 모든 빌트인 가구들의 높이와 크기, 동선 따라 만들어진 수납공간, 그리고 취미와 생활 패턴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소들. 


예를 들어서 이 집 마스터 베드룸의 화장실은 주문제작의 끝판왕. 일단 화장실에 창문 있는 거 너무 좋아!!! 그리고 모든 것이 두 개씩, 세면대도 두 개, 샤워실에 벽붙이 수전이랑 반대쪽에 샤워헤드도 있다. 변기에는 비데까지! 진짜 보기 드문 비데 ㅋㅋㅋㅋㅋ 샤워실도 유리문이냐 샤워커튼이냐, 화장실 내부의 타일과 바닥재까지, 메디슨케비넷 위치랑 조명과 환풍기 위치도, 전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방은 싱크대와 카운터 탑이 엄청 높게 지어져 있어서 집주인 내외분의 키가 엄청 클 것이라 예상 ㅋㅋ 높이가 명치까지 온다 ㅋㅋㅋㅋㅋㅋ 싱크대의 깊이도 꽤 중요하다. 깊게 만들면 설거지거리가 당장 눈에 안 보여서 좋지만 설거지할 때 엄청 불편하니까. 빌트인 디스펜서도 엄청 편하다. 요리할 수 있는 가스레인지, 오븐, 스토브, 식기세척기 등등의 위치도 신경 써야 하고, 조리도구와 식기도구의 수납도, 아일랜드 바의 위치와 테이블 크기와 의자 수 등등 결정해야 할 일이 진짜 무궁무진하다.


데크에는 바비큐 그릴이랑 테이블과 캠핑의자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게 자주 사용해야 말이지 밖에만 놔두면 잊어버려서 금방 낡거나 녹슬거나 할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밖에서 고기라도 구워 먹으려면 그 수많은 준비와 뒷정리를 언제 다 하냐 말이지 ㅠㅠ 아이들이 있으면 다 같이 모여서 뭐라도 하기 좋을 텐데. 친구들도 뭐 맨날 놀러 오는 건 아니니까 ㅠㅠ


정원은 진짜 관리할 게 말도 못 하게 많겠다. 이 집은 스프링클러가 이틀에 한 번 자동으로 작동하고 로봇청소기처럼 로봇 잔디 깎는 기계가 4일에 한 번 자동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역시 살림은 템빨인가 ㅠㅠ 







좁은 집에서는 밖에 나와있는 것들 눈에 띄면 전부 서랍 안으로 집어넣기 바빴는데, 넓은 집에서는 손만 뻗으면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 그리고 넓어서 그런지 전혀 복작거리게 느껴지지도 않고 뭔가 편-안 한 느낌이랄까. 똑같은 물건들인데도 공간의 크기에 따라 사람 마음이 이렇게 바뀌니 ㅠㅠ


소파에서 티비 보다가 추우면 바로 옆에 담요가 여러 개 쌓여 있고 (아마도 소파에 앉을 수 있는 사람 수만큼?)

거의 우리 옛날 집만 한 침대 옆에는 나이트 스탠드와 램프가 있고 (이거도 사람 수만큼) 

세 걸음만 걸으면 물건 놓을 수 있는 조그마한 테이블이나 스탠드가 있고,

그 위에는 코스터, 그 근처에는 앉을 수 있는 의자, 그 옆에는 벽을 채우는 액자가 꽉 차있다.


집 밖에 한 발자국도 안 나가도, 집 안에 모든 것이 마련되어 있다. 여기 와서 외출한 게 손에 꼽는다. 테이블에 앉았다가, 아일랜드에 앉았다가, 2층 이지체어에 앉았다가, 1층 소파에 앉았다가, 데크에 앉았다가... 이러다가 2주가 후딱 지나갈 듯.


이 큰 집을 관리하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어갈까? 아무래도 매일매일 쓸고 닦고 하지는 못하겠지. ㅠㅠ 지금 이틀에 한 번 텃밭에 물 주는 것도 일인데. 이 집 텃밭에는 토마토? 케일? 딸기까지 키운다. 파는 거에 비하면 볼품없지만 또 그 신기한 맛에 먹는달까 ㅋㅋㅋㅋㅋ 아, 이토록 친환경적인 삶이라니!


이 집이 이렇게 가득 찰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집 안에 살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혼자서는 절대 관리하지 못할 큰 집도, 여러 사람이 살면서 각자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그 공간을 자신으로 채워가는 것. 지금의 나는 하와이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더 넓은 공간도 무리 없이 꾸려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요즘 내 최애는 냉장고에 달린 얼음 정수기. 아이스 워러 너무 좋다. 자동 온도조절기랑 자동 공기청정기랑 자동 환기구랑 뭐든 자동이 짱이야. 


특히 감동은 온수가 진짜 잘 나온다는 거. 이렇게 큰 집에 온수를 틀면 바로 뜨거운 물이 콸콸콸~~ 이게 가능하다는 건 보일러가 항상 켜져 있어서 뜨거운 물이 준비되어 있다는 건데. 만약 콘도였다면 보일러가 전기로 돌아가니까 전기요금이 엄청나게 나왔을 것 같다. 


게다가 2층은 완전 통창인데 어제였나 낮에는 진짜 찜통이 됐다. 공기도 텁텁하고 본격 여름이 시작되면 엄청 더워질 듯. 통창의 가장 큰 단점을 깨달았는데 새들이 날아와 부딪힌다. 그 자국이 남아서 너무 무서움. 바부야!! 여기 아니야 ㅠㅠ 그리고 가끔 유리창에 똥도 쌈. 근데 3층으로 연결된 유리창 밖은 닿지도 않아서 닦을 수가 없다. 이것도 업체 불러서 외관 청소를 해야 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여기 정원에 물 주는 거하며, 24시간 돌아가는 가전들 하며 관리비는 얼마나 나올까? 게다가 여유만만한 미국에서 건물 보수하거나 리모델링하려면 엄청나게 힘들 듯 ㅠㅠ 이 집 저 집 다들 공사를 안 하는 곳이 없다. 누구는 지하실 수도관 터져서, 누구는 지붕에 물 새서, 누구는 나무가 썩어서 ㅜㅜ 가구들도 전부  원목이라 옮기기도 엄청나게 무거울 것 같고... 쓰레기 수거나 재활용도 신경 써야 하고, 눈 오면 눈 치워야지 비 오면 덮어 놔야지, 갑자기 소오름!! ㅜㅜ


그래도 덕분에 전원주택에서 몇 주 만이라도 살아보니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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