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떨림 Aug 22. 2022

'소비자가 호구인가?'

동네 구멍가게에서 조차 일어날 수 있는 일

인생을 살다보면 여러 상황에 놓이게 된다.


언제나 항상 즐겁고 행복하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주부로서 코로나와 맞서 싸우며 집콕 생활을 하다가도 어이없는 일에 부딪히게 되는 날이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내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면 배고픈 날 문구점에서 맛있는 과자랄지 분식 집에서 떡볶이라도 하나 사먹을 수 있는 코묻은 돈이 굉장히 귀했다.


그래서 나는 내 딸아이가 한창 성장기 시절 배고프지 않게 언제 어디서든 먹고 싶은게 있으면 사먹으라며 딸아이의 지갑을 두둑히 채워두는 게 습관이 됐다.


초등학생들에게 분식집에서 먹는 피카츄 돈까스랄지 콜떡, 슬떡 등이 최고의 군것질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침 딸 아이가 다니는 학원 상가 건물에 있는 분식집에서 500원 1500원 2000원 단위로 쿠폰을 팔고 있었다.


시간날때마다 분식집을 들려 쿠폰을 사서 딸 아이 지갑에 채워두었다.


엄마가 딸에게 줄 수 있는 관심이었다.


그러다 며칠 전 그 분식집 사장님이 바뀐 사실을 알게됐다.


쿠폰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사장님으로 바뀌면서 기존 쿠폰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쿠폰관련해서는 전 사장님에게 전화해서 문의하세요. 현금으로 바꾸세요'


분식집 앞에 붙여 있는 알림글을 딸 아이가 전해줬다.


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는 세상 심각한 얼굴로 소식을 전했다.


별거아니라고 생각한 나는 그 번호로 전화해 쿠폰을 현금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왜인걸...


전 분식집 사장님은 얼토당토 않은 말을 늘어놓는 것이었다.


'새로운 사장님이 쿠폰을 안받겠다고 하네요'

-그건 얼마치 쿠폰이 팔려나갔는 지 매출액을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치킨 집에서 주는 쿠폰 보시면 알겠지만 쿠폰이란게 소실되는 거 아시죠?

-제가 라면 먹고 받은 공짜 쿠폰도 아니고 내 돈 주고 산 쿠폰이에요. 유통기한도 적혀있지 않은 쿠폰인데 소실이라뇨?


'갑자기 분식집을 그만두게 돼서 아이들한테 쿠폰 쓰라고 여러번 얘기했어요'

-적어도 분식집 앞에 공지를 하셨어야죠. 구두전달의 한계성은 모르시나요


'다른 분들도 이 건으로 연락했는데. 알겠다고 끊으시더라고요'

-몇 천원 밖에 안되니깐 그냥 냅두는 거겠죠. 5만원 10만원 이었으면 그냥 넘어갈 일이었을까요? 돈 액수를 떠나서 이건 소비자 보호가 안되는 구조네요. 그것만 알고 계세요.


나는 경영방식에 있어서 쿠폰시스템은 소비자 보호는 온데간에 없이 사업자의 이익만을 위한 얼토당토 않은 말도 안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전 사장님은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는 기분이 들게 하고 싶었는지. 말을 뚝 잘라서 알겠다며 계좌 번호를 주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하나도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


당연한 권리를 요구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문득 대학시절 보세 옷가게에서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엔 하루 전에 산 옷에 대해서도 환불과 교환이 안되는 시스템을 가진 옷가게가 즐비했던 시절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초반에는 힘없이 옷가게를 뒤돌아 나서야 했지만 지금 똑같은 일을 겪는다면 그때처럼 힘없는 소비자의 입장으로 살진 않을 것 같다.


버젓이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는 여전히 존재했다.


몇천원이니깐 그냥 넘어가겠다는 소비자들의 친절이 영악한 사업자들의 이익으로 넘어가서는 안되지 않을까.


당연한 권리를 주장했지만 불편한 심정은 소비자의 몫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 키우기' 어렵다고 왜 안 알려줬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