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의 발레콩쿠르 도전기
아무것도 준비되어있지 않은 몸...
발레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싼 가격이 빌린 무대의상을 입어보았다. 충격. 누구보다도 객관적으로 보이는 나의 눈이 이건 아냐. 아무것도 준비되어있지 않은 몸으로 보이잖아.라고 자동적으로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
발레콩쿠르 옷을 입었을 때, 팔안쪽 살, 허벅지, 뱃살 모든 부위가 드러났다. 상의는 가리는 것이 그대로 입는 옷이어서 나시를 입은 것처럼 어깨라인, 겨드랑이, 팔뚝라인이 다 보였다. 또한 하의 쪽. 발레무대 의상의 특성상 풍만하게 퍼져있는 옷이기도 하고, 흰색 스타킹을 신었기에, 웬만한 허벅지는 색상의 시각적 효과로 인해 평소보다 두배로 두꺼워 보였다. 그래서 모두들 뼈다귀처럼 빼는 그런 이유가 이런 것이지 않을까?
발레콩쿠르를 준비하기까지 이제 고작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시고... 단기간에 마른 몸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굶는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그나마 노력한 몸으로 무대에 서고 싶었다. 선생님께서는 일주일 굶으라고 하셨지만, 매일 2끼는 꼬박 챙겨 먹는 나로서는, 먹으면 왕창 먹는 나로서는, 잔반은 절대 남기지 않는 먹성 좋은 나로서는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일주일은 못하겠고, 소식을 하다가, 발레콩쿠르 나가기 3일 전부터만 한번 굶어보자 도전했다.
"그래. 이왕 도전하고, 이 세계에 뛰어든 이상. 시키는 건 뭐든지 해보자."
사실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시작했지만,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가족들에게도 콩쿠르 나가기 위해 단식을 감행해 보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어머니는 굶어서까지 그렇게 할 거면 그냥 때리치 아라!라는 말을 했다. 응원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나오니까 반발심이 더 생겨났다.
주변에서 반대의 의견을 내비쳐도, 이것만큼은 나의 고집대로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왕 시작한 거 단식을 처음으로 시도해보자 싶었다.
"여보. 단식을 3일 동안은 해봐야겠어. 나 응원해 줄 거지?"
너무 몸이 상하지는 않을지. 힘이 없어서 콩쿠르에 나가서 춤이나 출 수 있을지. 나의 건강에 먼저 걱정을 해주었다. 그러나 완강하게 단식을 도전하고자 하는 의견을 내비치니, 그는 무작정 단식시도가 아닌, 똑똑한 단식을 할 수 있도록 유튜브로 정보를 모아줌으로써 나를 응원해 주었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단식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단식의 세계는 너무나도 버거운 길
단식을 진행한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 모두 밖에서 일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히려 3일 단식이 성공했을지도. 그러나 나의 환경 특성상 그럴 수 없었다.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해야만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일을 하고, 퇴근하자마자 안무 연습을 했기에, 에너지를 쓰면서 단식하는 것은 정말 버거울 거라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했다.
단식의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 소식의 세계부터 가보자.
발레콩쿠르 D-7,6,5,4
발레콩쿠르 일주일 전부터는 소식을 시작했다. 아침은 아예 먹지 않았으며, 점심도 회사에서 밖에서 사 먹는 터라 최대한 탄수화물을 반으로 줄여 식사를 하려고 했다. 저녁에는 배고프니까. 계란 3개를 풀어 전자레인지찜기에 물을 가득 붓고, 전자레인지를 돌린다. 그럼 계란찜과 계란국의 어중간한 그 사이가 완성. 그것으로 저녁은 끝. 이렇게 4일을 보내니 뭔가 몸이 가벼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몸에 들어간 게 없으니, 나오는 것도 없었다. 그렇게 나의 장으로부터 소식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주워들은 정보가 떠올랐다. 장이 좋은 사람들이 몸도 마음도 여유가 넘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장트러블 있는 사람들은 예민하고, 짜증도 잘 내고, 쉽게 화를 내는 상태가 된다고... 나는 원래 그나마 마음의 편안함이 가득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먹는 것에 대한 제어와 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득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약간은 신경이 곤두선 상태가 되어있다는 걸 자각하게 되었다. 아... 내가 정말 예민한 발레리나들처럼 빙의 해가는 걸까? 라면서 조금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D-3 소식의 세계
그러면서 D-3을 맞이했다.
점심을 건강하게 먹고, 단식을 시작하자라는 마음이 커다랗게 자리했다. 집에서 마지막 식사로 아보카도연어롤을 4조각 먹고 땡... 했다. 이때는 점심을 먹은 후라 회사에서도 움직일 때 소비되는 에너지가 힘겹게 느껴지지 않았다.
땡땡땡. '6시' 퇴근 시간이다.
오히려 퇴근하자마자 뭘 먹을까? 뭘 해 먹을까?부터 생각하던 나였는데, 저녁을 안 먹어도 되니. 어제보다 시간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발레 안무는 계속해서 까먹지 않도록 연습하고 있었으니까. 일단 책 쓰기 원고부터 조금씩 마무리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샤워 후 1~2시간을 글쓰기에 몰두했다. 위가 비어있으니,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얼굴 피부도 좋아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는 발레 안무를 조금 연습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까지는 괜찮다... 가 아니다?
아침까지는 괜찮았다. 왜냐하면 아침은 원래 잘 안 먹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점심이 고비가 오고야 말았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직원분들을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멍하게 회사 책상에 엎드려있을까 봐 바로 근처가 집이라, 집으로 달려갔다. 멍하게 고양이를 바라보며 누워있다가, 회사로 다시 복귀했다. 이때부터 고비 시작.
배고프면 소금물을 중간중간에 마셔주면 좋다는 영상을 보았다. 요리도 안 해서, 소금도 없어서 소금을 쿠팡으로 시켜 소금물을 만들어 먹었다. 배고픔은 사라졌지만, 머리가 멍하고, 조금 아픈 느낌이 살짝 들었다. 힘은 없어서 몸의 동작은 느려져서, 바로 앞에 있는 복사기까지 가는데 세월아 네월아 한참이 걸리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머리가 점점 멍해지고, 판단이 느려져서 저녁에 1시간 운전해서 발레 학원 가야 하는데, 갈 수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계속 몰려왔다. 그러다가 으악. 참지 못했다.
"선생님... 저 굶으려고 했는데요... 도저히 안 되겠어요...
갈비탕 먹어도 될까요...?"
고작 29시간 버티고, 발레학원을 가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보식으로 갈비탕을 먹고 싶었다. 나의 이런 노력을 선생님께 내비치고 싶었다. 그래야 혼자만 알고 있기엔 후회될 것 같았다. 그저 주변에 조금 내비치면 약간 덜 후회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가 이렇게라도 노력을 조금이라도 했구나라고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나는 배달의 민족 어플을 켰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짜 먹을 수 있도록 5시 20분에 배달을 시켜놨다. 이왕이면 몸보신 더 하겠다고 스지고기도 같이 주문했다. 으악... 집에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놓여있는 갈비탕. 보자마자 소리 질렀고, 손이 떨렸다. 싱크대에서 풀어헤치면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음식이란 것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구나. 내가 모든 경험한 모든 순간들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단식 29시간.
발레리나들의 애환을 간접적으로 단기간 체험한 느낌이었다. 발레리나들이 소식을 하면서 몸을 가볍게 만들려고 하는 이유. 온몸을 날씬하게 만들어 보이려고 하는데 집착하는 이유가 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지만 다이어트로 굶는 방법을 선택하는 건 정말 옳지 않다는 걸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건강하게 먹고 빼자. 몸이 상하지 않게 천천히 빼도 늦지 않다는 것을.
나는 80세까지 취미 발레할 거니까. 천천히 해도 된다~ 건강하게 먹으면서 운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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