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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May 03. 2024

결전의 날. 발레콩쿠르_1편

비전공자의 발레콩쿠르 도전기

결전 D-1


결전의 순간이 오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보냈다. 수많은 나만의 소중한 느낌과 일화들을 순간들을 포착해서 브런치에 11개의 글이 만들어질 정도로, 나에게 수많은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


콩쿠르 전날까지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집에서 계속 황토찜질을 허리에 대고 있었다. 눈이 떠있을 때에는 연습을 많이 못해서 걱정도 되었지만, 오히려 불안하니까 딴짓을 하게 되는 건가? 한편으로는 뜬금없이 책 퇴고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우선순위를 생각해!"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거라곤 손가락뿐이었다. 그래서 책 퇴고를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보던 남자친구는 노트북은 덮고, 계속 유튜브 발레 영상 안무를 대략적으로 보면서, 발레 안무를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하는 게 맞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아 그래 맞아. 이미지트레이닝 계속해야지."

남자친구가 알려준 이미지트레이닝. 독감 걸려서 아팠을 때도 계속했던 이미지트레이닝을 지금도 계속해야 한다. 내일이면 다 나을 거니까. 내일 아침에 바로 머릿속에 생각한 대로 안무를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계속 키워나갔다. 이제는 안무는 사실 변화는 없을 것이다. 순서만 안 까먹으면 된다. 이제부턴 제일 중요한 게 미안드 컨트롤. 그래서 눈을 감거나 떠있을 때, 계속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계속하며 불안감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결전 D-day


새벽 5시. 나는 저절로 눈이 떠졌다. 그 전날에 너무 많이 자서일까.

따뜻한 물을 가지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새벽 5시부터 6시까지 감사일기를 적고, 세이노의 가르침 책을 폈다. 눈부신 햇살 아침의 기분 좋은 느낌을, 강한 마인드를 독서로 장착하고 나아가고 싶었기에.


가시적인 결과를 외부에서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아라.
당신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칭찬하여야 할 주체는 타인이나 직장이나 사회가 아니다. 왜 상을 누군가로부터 받으려고 하는가.
 
상은 당신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것이 진짜이다. 새겨들어라.
 
훌륭한 화가는 자기 그림이 마음에 들 때까지 붓을 놓지 않는 법이다. 당신 역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수준에 스스로 흡족할 때까지 공부하고 노력해라. 스스로 얻게 되는 뿌듯함, 내가 여기까지 알게 되었구나 하는 벅찬 기쁨, 이런 것들을 소중히 여길 때 스트레스는 사라진다.

 -세이노의 가르침 中-


운명적인 날인 걸까. 오늘 새벽에 읽자마자 이런 구절이 나에게 너무나도 와닿았다. 발레 콩쿠르 상은 사실 바라지도 않는다. 타인이 나에게 주는 상을 생각하기보다. 내가 나에게 주는 상을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이 구절로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만족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운명적인 글 내용을 마음에 새기고, 준비해서 발레 학원으로 향했다.



완벽한 첫 콩쿠르 분장.


콩쿠르의 내 순서는 2시쯤이었다. 일찍 가도 할 것이 없다고, 선생님께서 오전에는 발레 학원에서 분장도 하고, 연습도하다가 가면 시간이 딱 맞는다고 하셨다. 수많은 대회 경력만큼이나 많이 해본 무대 화장. 선생님은 어깨너머로 무대 화장법을 배웠다고 하셨다. 소정의 돈을 드리고 선생님께 직접 머리와 화장받았다. 꼼꼼하게 해 주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감동이었다.


머리에는 촉촉한 미장센 젤을 듬뿍 발라 올백머리를 했다. 머리카락 한올도 허용되지 않도록, 매끈하게 머리를 말아 올려주셨다. 뒷머리에는 포인트로 커다란 빨간 꽃을 꽂아주셨다. 이제 머리는 완성. 화장을 할 차례이다.


참고로 콩쿠르의 무대 화장을 하기 전 얼굴 상태는 선크림도 바르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속눈썹을 눈두덩이에 붙이는데, 미끄러져내리는 경우가 있기에. 화장을 하기 전 베이스 상태는 매트한 상태로 만들어두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 (전날 팩도 안 됨!)


선생님의 손가락이 향하는 얼굴 부위가 이상했다. 난생처음 화장을 받아보는 터라 눈을 감고 선생님께 모든 걸 맡겼다. 눈을 살 짝 뜨니, 아이섀도 팔레트가 휘황찬란하다. 쨍한 빨, 노, 초, 파 등등등


"지혜님은 연두색과 빨간색을 사용할 거예요~"

정말 예상을 할 수 없는 조합 색깔을 외치며, 거침없이 내 얼굴에 채색을 하시는 선생님. 내 눈두덩이에 그 색깔이 올라가면 정말로 조화로워 보일지 온갖 궁금증이 폭발되는 사이에,  아이라이너를 들었던 손이 밑살과 눈 두 덩이에 거침없이 한 줄씩 쓱 그려졌다. 관자놀이에도 이마에도 그려지는 게 아닌가?


"선생님, 잘 되고 있는 거 맞죠...?"

"어머 놀라지 마세요~ 너무 이뻐요~"

"네? 너무 궁금하네요~~"


"짜란~"

대박... 난생처음 무대 화장을 해봤는데, 내가 나를 봐도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하늘 끝까지 올라가 있는 속눈썹이 나의 자신감을 만들어주는 듯했다. 첫인상은 무서웠지만, 볼수록 매력 있었다. 이마에 그려진 포인트 머리. 눈두덩이 두껍게 그린 아이라이너.  엄청난 크기의 속눈썹. 관자놀이에 붙여인 보석. 새빨간 입술. 모든 분장들이 새롭게 느껴지면서도 어색했다.


화장 전 & 화장 후




이제 준비 완료

강렬한 빨간색 무대의상을 입고, 탬버린까지 들고 있으니까 더욱 강렬해 보인다. 포인트 장식으로 나의 키가 더 커 보이게 만들어주는 티아라까지 머리에 얹으니, 너무나도 자신감은 더 상승! 발레 학원의 포토스폿에서 기념사진 남기고 3번의 연습 후, 바로 콩쿠르 장소로 향했다.



이제 준비 완료! 최선을 다하고 오자!

나에게 멋진 상을 주는 거야!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발레 #발레분장 #발레콩쿠르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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