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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민 Dec 13. 2022

문화도시의 도시브랜드

작은 도시 영월의 지역문제를 문화로 읽기 part 8.


천안문화도시센터의 도시간 콜로키움에서 ‘관계인구, 고향사랑기부금제와 도시매력도’에 대한 발표 준비를 하면서 관계인구에 관한 대표적인 일본 히가시카와쵸(東川町)의 사례를 들여다 보다가 일 년 전부터 품어 온 문화도시의 도시브랜딩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간략히 정리해본다.      


문화도시 지정 심의 기준 중에는 문화도시를 통한 도시브랜드 창출이라는 평가항목이 있는데,  “문화도시 추진에 따라 *①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가 ②사회(주민 등)가 인정하는 ③도시브랜드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문화도시사업을 진행하는 많은 도시들이 심의 기준에서 말하는 도시브랜드의 개념에 대해 헷갈려서 2020년 1차 본도시 선정 이후 지금까지의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도시브랜드’가 제일 애매하고 혼란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 ①~③의 원숫자는 편의상 임의로 삽입함.   


일반적으로 브랜드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특징짓고 경쟁상황에서 차별화하기 위해 만든 네임, 로고, 상표, 패키지’라고 정의하며 대중(소비자)으로 하여금 브랜드의 차별적 가치를 인지하게 하는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한다. 


문화도시가 말하는 도시브랜드는 정확하게 정의될 수 있는 도시 자체나 장소에 대한  브랜딩과 달리 지역 ‘고유’의 ‘문화(적 가치)’를 브랜딩하라고 하니 둘 중의 어느 하나에도 제대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정의 또는 선택하기엔 너무 어려운 '문화' 보다는 '고유'가 다소나마 편하긴 하겠지만, 그 조차 지금까지의 과정 중심의 문화도시 사업추진의  방법론으로 인해 고유 또는 차별화의 리스크를 지는 것을 피하려고 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많은 도시들이 문화도시 브랜딩을 문화도시센터의 CI/BI작업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고유성이라든가 특성화 요소보다는 문화도시다움이라는 아주 일반화되고 추상적인 속성들의 집합을 브랜드라고 생각해 추진하거나 아니면 차별적 결과물 도출보다 시민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과정 중심의 브랜딩 등으로 인해 해당 문화도시 브랜드가 고유성과 차별성이 미흡하다고 지적받는 상황이다. (솔직히 가장 개성적이어야 할 ‘도시문화’ 브랜드가 너무 몰개성적이 됐다는 생각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는 이유는 '문화'가 너무 어렵고, 문화도시 관계자는 브랜딩 전문가가 아니고, 브랜딩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전략이나 방향을 제시받지 못한 상태에서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도시나 장소 등의 브랜딩 외에 지역의 문화가치에 대한 브랜딩 과정을 고민할 기회는 매우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문화도시 심의기준을 기반으로 한 도시브랜딩이란 시민들과의 많은 논의과정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지역 고유의 다양한 문화적 가치 중 하나를 선정하고,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해서 도시의 문화를 특징짓고 다른 도시와 차별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문체부가 좀 더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나 더, 브랜딩은 어떤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소비자)대중들에게 소구할 것인가 하는 브랜딩전략을 세우고 실천하여 이를 강화시켜 나가야 하는데 개성있는 메시지의 지속적인 소구과정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8천 명 인구의 히가시카와가 1985년부터 ‘사진의 마을’, ‘사진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마을’로 시작해 지금은 ‘사진문화수도’라는 거창한 브랜딩이 가능했던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이 브랜드를 놓지 않고 노력을 다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가진 자산이 '자연'이라면 대개 '생태(문화)'로 풀어버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사진'이라니, 그들의 차별적인 발상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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