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 영월의 지역문제를 문화로 읽기 part 7.
Senior Design Factory와 할머이다방
스위스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던 디보라 비피와 벤자민 모저는 2008년 졸업 작품을 주제로 고심하던 중 의미 있는 작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들은 전세계적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고령화 현상에 주목해 노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작업에 대해 고민했고, 그 결과로 10명의 노인과 서로 다른 손뜨개질로 대형 목도리를 만들었다. 이들은 졸업 작품에서 그치지 않고 2011년 본격적으로 시니어 디자인 팩토리 상설매장인 공방을 열었다.
그 공방에서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공예 기술을 가진 노인들과 니트웨어, 홈 액세서리 등을 함께 작업하고, 노인이 직접 젊은이들에게 수공예 기술을 가르쳐주었으며, 또한 노인들의 노하우를 담은 레시피 카드, 잼 및 제과류의 음식을 개발하여 판매했다.
제품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노인들과 청년들이 항상 공동으로 기획하고 제작한 시니어 디자인 팩토리는 시간을 소비하는 우리나라의 소위 ‘어르신 프로그램’과는 명확하게 구별되어 노(老)하우가 돈을 벌기도 하는 매우 훌륭한 아이디어였으나 비영리단체라 해도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이었을까, 2015년에 이 사업이 멈춘 것과 또 그래서인지 우리의 관심도 사그러들어 아쉬웠다.
영월 덕포리의 영월역 앞에는 70년 가까운 나이의 구)진달래장의사 건물이 소규모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재탄생했고 현재 영월문화도시지원센터가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 진달래장에서 여행자라운지로 조성은 했지만 사용되지 않는 귀퉁이 작은 공간에서 덕포리의 할머니들과 활동가분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노(老)하우를 활용하고자 하는 준비작업이 천천히 진행되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거기서 덕포리 할머니들이 판매를 준비 중인 “찰강냉이팥 범벅”이라는 이전에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영월 고유의 지역음식을 맛보면서 스위스의 시니어 디자인 팩토리를 떠올리게 되었다. 할머니들은 이제 겨우 “영월 할머이다방”의 시작을 준비 중이지만 노인세대와 그보다 어린세대, 청년들이 힘을 모아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SDF의 '키친' 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전수할 '워크숍'과 손재주를 뽑낼 수 있는 '공방'으로 생각을 확장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뭔가 자발적으로 머리를 모아 시도를 해보시려는 어르신들을 열심히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