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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민 Aug 17. 2022

중소도시의 문화적 경쟁력을 위한 상상, 협업

작은 도시 영월의 지역문제를 문화로 읽기 part 6.

영월의 동강뗏목축제와 정선의 정선아리랑제가 힘을 합치는 상상 :    

  

도시의 경영은 기업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기업들을 자산이나 매출, 근로자수 등을 따져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으로 구분하는 것처럼 도시도 대도시와 중소도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경영전략과 방식으로 운영되기 어렵듯이 중소도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우수한 중소기업이라는 의미의 강소기업(強小企業)이 있듯이 중소도시가 문화적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강소기업들의 성공 이유로 분석된 것을 경영전략으로 채택해야 한다.      


그것은 협업활동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의정부예술의전당은 노원문화예술회관과, 또 하남문화예술회관과 상호간 공연 홍보, 티켓 할인이나 광고 공간의 공유 등의 공동마케팅과 우수 프로그램을 공동기획·유치하고자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46만 인구의 의정부가 51만의 노원구, 29만의 하남시와 힘을 합쳐 시장규모 120만여 명의 공연시장을 갖게 됨으로써 문화예술공간으로서 서울의 대형문화예술공간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다.     


또, 올 4월에는 원주문화재단이 ‘남한강’이란 문화동질성의 키워드로 강원 영서, 충청 북부, 경기 남부권에서 원주, 횡성, 영월, 평창, 정선, 충주, 제천, 여주, 양평 등 9개 지역의 문화행사와 문화공간에 대한 정보를 담은 광역 온라인 문화 플랫폼 ‘남한강 문화나비’(http://www.munhwanavi.or.kr)를 구축했는데 이는 단순 협력·경쟁력 차원에서 나아가 넓은 범위에서 문화적 동질성을 찾고 연계·협력하고자 한 것이다.     


지역문화가 행정구역에 가로 막혀 협력이 아쉬운 사례로, 영월의 동강뗏목축제정선의 정선아리랑제가 그것인데 이유는 두 축제의 공통의 배경이 되는 ‘뗏꾼아리랑’ 때문이다.     


  정선 지역의 <떼꾼아리랑가사  (출처 : 한국민속문학사전)

    황새여울 된꼬까리에 떼 지워놓았네/

    만지야 전산옥이는 술상 차려놓게/

    사구지 못할 것은 뗏사공 아저씨/

    보리줄만 끌러놓으면 간고지 없네/

    동방낭구야 상지상순에 내만 휘어잡고/

    자욱자국 여는 동박은 그대가 따시게/

    놀다 가세요 자다 가세요 잠자다 가세요/

    그믐 초성 반달 뜨도록 놀다가만 가세요/

    술은야 안 먹자고 맹세를 했더니/

    술잔 보고 주모 보니 또 한잔 마시네     


태조 이성계의 경복궁 창건부터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중수, 그리고 1960년대까지 강원도의 목재를 서울로 운반했던 옛 뗏꾼들의 여정은 남한강 최상류 정선 아우라지에서 동강을 타고 내려가 영월 덕포, 단양, 충주 목계나루를 지나 여주 이포나루를 거치고,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광나루, 뚝섬을 지나 한강의 노들나루 목재하치장에 도착하는 천리길이었다.   

  

뗏꾼아리랑 가사에서, 황새여울은 평창군 마하리, 된꼬까리는 영월군 거운리에 있는 위험한 구간인 여울이고, 전산옥*은 영월 만지 나루터에서 1960년대 후반까지 운영되던 주막 이름이자 여주인의 이름으로, 정선아리랑을 맛깔나게 불러 뗏꾼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실존인물로 서울에서도 뗏꾼들 사이에 유명했다고 한다. 

  * 전산옥(全山玉) : 1909∼1987, 정선군 신동읍 고성리 출신     


정선을 비롯한 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와 아리랑 소리꾼을 만들어낸 매개체가 ‘뗏목’과 ‘뗏꾼’인데,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중건(1865∼1872) 시기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정선에서 온 뗏꾼과 부역꾼들이 밤마다 놀이마당에서 부른 ‘아리랑타령’을 익혔고, 부역이 끝나 전국 각지로 흩어져 각 지방색에 맞는 노래로 변형되어 전 국민의 노래로 전파될 수 있던 배경이라고 한다.     


영월군은 1960년대까지 남한강 상류지역 주민들의 생활수단이자 교통수단이었던 옛날 전통방식의 뗏목문화를 계승하고자 1997년부터 2022년 올해 25회째로 동강뗏목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전통방식으로 뗏목을 제작하여 고사를 지내고 동강의 뗏목 풍경을 재연해보는 뗏목 시연 행사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3년 만에 열렸다.)             

           

정선아리랑은 전국 모든 아리랑의 시원으로, 아리랑 중 유일하게 지방무형문화재 (강원도 지방무형문화재 제1호, 1971년)로 지정된 전통 토속민요로서 2012년 12월 5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이러한 문화적 가치를 전승하고자 1976년부터 시작된 정선아리랑제는 올해로 47주년을 맞이하여 강원도를 대표하는 전통문화 축제 중 하나이다. (정선아리랑제 인사말 중)         


이 두 축제를 들여다 보면, 정선아리랑제에는 뗏목과 뗏꾼이 없고 영월 동강뗏목축제에는 아리랑이 없다. 정선아리랑이 전국 모든 아리랑의 시원이 된 계기인 뗏목 이야기가 빠진 이유와 동강뗏목축제에 뗏꾼아리랑이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나뉘어진 행정구역이 축제 스토리텔링의 완결성을 가로막은 것이 아닐까 한다. 반대로 여기 이 둘에 평창아리랑까지 더해지면 강원도 아리랑의 스토리는 더욱 풍성해지는 상상을 해본다.     


협력하는 방법은, 경주를 포함해 창원, 합천, 함양, 군산, 문경, 서산 등 8개 시·군이 모여 최치원의 역사적 유적과 정신을 집대성하면서 상생발전을 위해 조직된 ‘최치원 인문관광도시 협의회’ 방식처럼 풀어가는 건 어떨까? 현재는 강원도와 강원도관광재단이 주도하지만, 영월, 정선, 태백, 삼척등 폐광지역 4개 시·군에 걸친 ‘운탄고도 1330’ 역시 지역문화 확산을 위해 4개 시·군 간의 협력이 절실해 보인다.        

  


덧 1, 목숨까지도 위험했던 뗏목길 4대 여울은 조양강~동강 구간의 소위 골안뗏길에서 장열 상투비리와 용탄 범여울(이상 정선), 미탄 황새여울(평창)과 거운리 된꼬까리(영월)로, 상투비리는 사람머리 상투처럼 뾰족한 돌이 여러 개 솟아있어 상투+비리(베루. 바위나 절벽을 뜻하는 정선말)라며 뗏목을 출발시키기 전 이곳에 먼저 고사를 지내 안녕을 기원드렸던 곳이고, 범여울에서는 물소리가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 같다고 해 붙였고, 황새여울은 물살이 센 여울목 바위에 부딪히는 물고기를 먹기 위해 황새들이 모여들어 붙은 명칭이며 된꼬까리는 물살이 워나 거세어 <되게 꼬꾸라진다>고 붙은 지명.  

   

덧 2, ‘된꼬까리’가 정선땅이냐 영월땅이냐?

카카오맵에 ‘된꼬까리’를 검색해보면 영월군 거운리가 아니라 정선군 정선읍 귤암리 산129-1로 나오는데 꼭 확인되어야 할 것이고, 네이버지도에는 아예 어디에도 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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