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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텍이 Dec 16. 2021

에디터와 큐레이터들이 모인 곳

삶기술학교 뉴스레터 제삶지대 61호 2021. 10.1. Fri

오늘의 BGM | Thelonious Monk - I'm Confessin' (That I Love You)


독자님, 뉴스레터가 발행되는 여기 한산 와보신 적 있으세요? 궁금하지는 않으신지요? 전 원래 대전 사람이고 먼 고등학생 시절(...) 한국지리 광팬이었는데도 서천이란 곳이 있는지, 한산이란 곳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들어 본 적도 없는 이곳에 동년배들이 모여 있다는데, 도대체 뭐가 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SNS 열심히 찾아보고, 홈페이지도 보고, 로드뷰도 보고요. 화면을 통해 상상한 뒤 뛰어든, 이곳의 ‘화면 너머의 삶’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어요.


어떻게 다르냐고요? 상상보다 훨씬 재밌더라고요. 여기가 너무 좋다고 생각한 언젠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왜 재밌을까?’ 하고 질문을 던지다 보니 머릿속에 슬며시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여기 오기 전 했던 걱정을 다 깨부술 만큼, 걱정이 사라진 뒤 제 안에 빈 공간만큼 가득 채워줄 것들이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던 자연과 별 박힌 하늘이 있고, 처음 만나는 문화 자원들이 있고, 한 번 먹으면 계속 생각나는 인생 술이 있고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미래를 고민하고 이으려는 사람들, 저를 그 장면 속으로 이끈 이곳의 사람들이 있었어요.


추석 전에 가진 ‘건축 워크숍’에서, 연사를 맡아주신 김무승 코치님께서 건축사를 설명해 주실 때 ‘정반합’이라는 표현을 하셨어요. 정반합이란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주장한 논리 전개 방식인데요. 하나의 주장인 ‘정’,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인 ‘반’을 합쳐서 더 높은 종합적인 주장인 ‘합’이 도출되는 거래요. 그게 건축사에서도 나타난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걸 듣자마자 우리 사는 모습이랑도 비슷하다 느껴지던걸요.

어떤 특별한 일을 겪지 않는 하루를 살아도, 우린 온갖 정보와 관계 속에 존재하고 있어요. 그 안에서 어떤 정보는 쪼개고, 선택하고, 지워가며 내 안으로 가져와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요. 나만의 관점이 있다는 것, 취향을 있다는 것은 내 세계를 설정했다는 것. 여기서 한 사람을 ‘정’이라고 한다면, 이 곳에서 만난 다른 누군가의 세계는 ‘반’이고 그 사람을 만나 더 큰 세계로의 ‘합’이 될 수 있는 곳, 한산은 한 사람의 세계의 어떤 부분을 허물고 더 드넓을 세계로 확장 시킬 수 있는 이 곳이에요.


우리는 삶기술학교라는 이름으로 공통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어요. 그렇지만 구성원들이 그 자체로 개성 넘치고, 빛나는 사람들이기도 해요. 우리는 따로, 또 같이 한산에 서서히 물들고, 반대로 한산을 서서히 물들이기도 하고 있어요. 여기서 지내보니, 제가 발을 디딘 이 곳이 '충분히 나의 색깔을 충분히 탐구할 수 있는 문화 공간' 이라 느껴졌어요. 동시에 여기에 온 모두가 문화 기획자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왜 그랬냐면요- 문화공간에는 빠질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그게 한산에서도 일어나는 것 처럼 보였거든요. 바로 큐레이션이에요. 큐레이션! 요새 유행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많이 쓰이는 단어인데.. 뭘까요? 돌보다, 보살피다라는 뜻의 라틴어 curare (take care의 어원)에서 시작된 단어인데요. 이 큐레이션은 본래 미술관에 많이 쓰이던 개념이래요. 작품을 다 가져와 전시할 수 없으니, 한 주제로 그에 맞는 작품들을 가져와 스토리텔링을 하고, 각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거죠. 지금은 각 카테고리마다 정보가 넘치고 있고, 개인이나 기업들이 이것들을 아우르며 ‘큐레이션’하는 일이 아주 빈번하게,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우리말로 ‘편집’이라는 뜻으로 퉁쳐지고 있는 것 같지만 둘은 분명히 달라요. 에디팅은 ‘편집’이라는 뜻을 가지지만, 어떤 컨텐츠를 생산해내는 행위로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데요. 반대로 큐레이션은 기존의 것들을 다시 모아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에 내놓는거에요. 정보의 노이즈 캔슬링이 필요한 이 시대에, 내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내놓는 것. 그리고 이걸 소비하는 사람의 관점도 더 단단하게 만들어지도록 방향을 유도하는거죠.


저는 여기에 있는 삶기술학교 구성원 하나하나가 에디터이자 큐레이터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나’라는 브랜드의 에디터이자, 여러 문화를 품고 전파하는 큐레이터의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한산이란 공간도, 삶기술학교라는 단체도, 그리고 그걸 기획하는 각 개인도 에디팅함과 동시에 큐레이팅 하고있어요. 우리는 우리가 보는 방식으로 한산에 있는 것들을 다시 한 데 모아 세상에 내놓아요. 그 과정에서 각자가 밟아온 세상과 한산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섞이는 걸 경험할거에요. 


연계의 시대에요. 장르를 넘어서, 컨텐츠를 잇고, 이어질 수 없는 분야들이 기존의 관념들을 엎어버리고 이어지는 시대. 연계 자체가 곧 특별한 무언가가 되는 시대. 정반합이 계속되는 시대. 우리는 여기서 사람과 사람을, 자연과 사람을, 역사와 사람을 잇고 있어요. 더 깊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여기에 있어요. 

제 안엔 짙게 남은 이 곳 만의 색깔이 있답니다. 삶기술학교의 공색 색은 ‘노란색’인데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곳은 밝은 에너지, 달큰한 소곡주의 색, 갈대밭의 색, 끝없는 논 위의 익은 벼의 색, 서해의 노을 색을 품고있다고요. 셀 수 없이 많은 색으로 이루어진 스펙트럼 속 노란색들 중에 주황과 노랑- 그 어느 사이에 있는 그 짙은 노란색, 가을이 이렇게나 잘 어울릴 수 없는 색, 그게 이곳의 색깔이라고요. 


독자님은 어떠신가요? 자신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독자님이 있는 곳은 어떤 곳인지, 나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에디팅하고, 내가 어떤 걸 큐레이팅하고 있는지 상상이 되시나요? 저는 아직 그 어느 것도 끝나지 않았어요.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저만의 색깔에, 저만의 세계에 짙은 노란색을 타서 더욱 다채로운 삶의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중이에요. 


언젠가 기회가 되신다면- 한산과 삶기술학교의 가을 노란빛을 경험하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서로가 물드는 그림을 같이 그릴 날들을 꿈꾸고, 오늘도 독자님의 하루가 아름다운 가을 풍경처럼 평온하길 바랍니다. 이번 주도 수고 많으셨어요. 다음주에 뵐께요.



- 사랑을 담아 삶기술학교 YON


소개하고 싶은 것들
문화를 파는 카드사의 시선 : 현대카드 다이브


현대카드 하면 떠오르는 것 있으신가요? 저는 수 많은 카드들 중에 이 회사가 유독- 세련됐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디자인도 멋지고, 디자인 라이브러리나, 한남동의 바이닐 VINYL &PLASTIC 이라는 바이닐 샵도 운영하고 있고요. 이 입 떡벌어지는 가수들 데려다가 콘서트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슬로건을 봤어요. 현대카드는 문화를 파는거라고요. 단순히 카드 서비스를 파는 게 아니라, 그 너머 – 사람들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넘겨본 현대카드는 저 뿐만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세련됨’, ‘신세대’ 같은 이미지라 해요. 이런 현대카드에서 ’다이브‘라는 이름으로 큐레이션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dive의 post 항목을 눌러보면 제일 먼저 소개하는 첫 줄 < 힙한 트렌드의 최신 콘텐츠로 DIVE > 라는데요. 힙한 콘텐츠 많죠! 그런데 그걸 일일이 다 찾아보는게 힘든거죠. 그러다가 발견한 이 홈페이지는 현대카드가 브랜딩 / 마케팅 꽤나 해본 솜씨로 문화 콘텐츠를 선별하고 운영하는 곳이라는데, 이렇게 믿을만하고 감사한 데가 다 있네 했다니까요. 


post의 항목엔 디자인/아트 . 건축/인테리어, 여행, 음악, 쿠킹/고메, 스타일, 테크, 스페셜 있는데요. 정말 ‘힙합 콘텐츠’ 정보 노다지니까, 북마크 해두고 시간 짬짬히 날 때 마다 눌러보시길 추천해요!


현대카드 다이브 보러가기


진짜를 찾고 있었어 : 진짜 서울


여행을 계획할 때, 언젠가부터 가이드북을 들춰보지 않거나, 블로그를 찾지 않게 되었어요.  막상 그곳에서 소개한 장소에 가면, 현지인은 한명도 없고 전부 소문 보고 달려온 관광객뿐이란 생각으로 시작된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몰려오는 실망감에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슬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뜰 때엔 직접 해시태그를 검색해 좋아 보이는 곳을 찾기도 하고요. 유튜버나 믿고 보는 인플루언서들의 추천을 따라가기도 했는데- 다 좋은데 장소들을 직접 제가 모아야 한다는 수고로움이 있었죠.


이제는 진짜 지역민들이 아는 핫플리스트를 정리해서 공유를 하면,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그 때 그 때의 테마를 골라 편하게 보는 지도 큐레이션 서비스가 생겼어요. 그런 서비스들 중 하나 ‘진짜 서울’을 소개할께요.


서울은 매번 가도가도 ‘역시 수도는 수도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무수히 많은 가게들과.. 무수히 많은 핫플레이스들과.. 노다지들이 잔뜩 숨어있잖아요? 그런 서울에 방문 할 때, 아니면 서울에 살고 계신 분들도 언제든 편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진짜 서울, 진짜 추천해요!


제가 떡볶이 귀신인데, 서울 떡볶이 지도.. 살짝 추천하고 갑니다. 


진짜서울 보러가기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 중에서 : 
Thelonious Monk - I'm Confessin' (That I Love You)


이젠 뮤직 큐레이션이 너무 당연해졌지요?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많이 들렸던 소식은 ‘그렇게 큐레이션을 잘한다더라’ 였습니다. 그리고 써보니, 만족스러웠지만 – 스포티파이로 옮기진 않았습니다. 전 그만큼 큐레이션 잘하는 애플뮤직 쓰고있거든요 하하.


애플뮤직 사용하시는 분들은 음악 검색할 때, 어떤 곡의 특정 단어를 검색하기보다 ‘비’ ‘물’ ‘재즈’ 같은 한 단어를 던져보세요.

빗소리부터, 요가음악 ( 송장자세 전용 플레이리스트도 있어요.. ), 운동할 때, 잠들기 전, 독일 재즈씬, 미국 재즈씬 등등 애플이 직접 선별한 별의 별 플레이리스트들이 다 있어요. 


‘진짜 이런 것도 있다고?’할 만큼의 큐레이션을 하고 있는 애플 뮤직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 ‘언제나 일요일’ (진짜 일요일 기분에 맞는 느긋한 느낌의 플레이리스트에요) 중, 리스트업 된 곡 중 하나인 Thelonious Monk - I'm Confessin' (That I Love You) 를 추천하며 ! 이번 주도 뉴스레터를 마무리 하려고 해요.


이번 주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의 행복한 날들을 빌며, 다음주에 뵐께요 :-)  


- 삶기술학교 YON


편지를 보낸 삶기술학교@한산캠퍼스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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