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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텍이 Dec 16. 2021

선순환의 흐름 위에서

삶기술학교 뉴스레터 제삶지대 62호 2021. 10. 8. Fri

오늘의 BGM | Maurice Ravel 의 `Miroirs: III. Une Barque sur l'Océan

독자님, 선순환이라는 것 경험해 보셨나요? 선순환은 순환이 잘 된다는 것, 즉 좋은 현상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을 뜻한다고 해요.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엔, 원인과 결과가 있고 그 원인은 또 다른 원인의 결과라는 사실이 있잖아요? 선순환이라는 건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고, 결국 그 결과가 좋은 원인이 되어 행복한 순환이 끝없이 이루어지는 거죠.


‘유기적’이라는 말이 있어요. 선순환을 이야기하려면 이 단어를 빼놓을 순 없죠. 유기적이라는 말은, 사전에 의하면 '하나의 생물처럼 각 부분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어서 떼어 낼 수 없는 것'이라고 해요. 전 이 단어를 중고등학생 때 처음 들었는데요. 그때도 문제 풀 때에만 적용했던 말이지, 살면서 관계 간의 ‘유기성’을 몸소 느껴보진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이제는 그 단어들을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어요. 어떤 정책이 한 사람의 생활고를 덜어주기도 하고, 누군가의 삶을 바꿔놓기도 하고요. 산업의 발전은 도시의 발전, 사람들 생활 수준의 향상이라는 것도 확인 할 수 있고요. 그런데 그 이면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어요. 대도시의 끊임없는 번영은 어떤 지역의 소멸이라는 것. 지역의 소멸은 이 땅의 정체성의 상실이라는 것. 한 지역의 상실은 다른 수많은 지역의 증발을 의미한다는 것이란걸요.

세상의 모든 일은, 마치 도미노 쓰러지듯 하나의 액션이 시작되면 어떤 연속성인 움직임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그렇지만 도미노에도 끝이 있는 것처럼, 순환의 고리가 더 이어지지 않으려는 지점들이 있어요. 그 지점을 내버려 둔다는 것은, 더 넓고 깊지만 가려져 있는 우리의 정체성과 세계를 ‘우리는 이 정도입니다. 그냥 여기까지만 할게요~’ 하고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끊어버리는 것이 끝이 아닌 거죠. 결국 그것들이 우리에게 돌아오게 되니까요. 그것들을 극복하려는 마음들로 사회 곳곳에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고, 삶기술학교도 그렇게 탄생된 곳입니다. 저와 같이 자기 삶을 찾으러 온 사람들은 삶기술학교 아래 모였고, 우리는 청년들이 쉴 공간을 마련하며 또 각자가 꿈을 펼칠 기회를 만나게 된 것이지요.


새로운 삶, 휴식이 있는 삶과 함께 자신의 것들을 찾으려 오는 사람들과, 지역을 이어나가려고 하는 두 마음이 만나는 지점에 선순환의 장소로서 서게 된 장소에요. 한산은 활력을, 청년들은 꿈을 실현할 장소를 얻어 땅과 시간과 사람을 이어지는 곳으로서, 이곳과 우리의 움직임이 서로의 가치를 잇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우리는 의미 있는 발자국들을 남기고 있어요. 오늘 (10 8일 금요일) 진행되는 ‘한산 청년 프로필 촬영’, 다음 주에 열릴 ‘한산 지역 주민 장수사진 캠페인’ 도 그 움직임 중 하나인데요. 이 두 프로젝트를 을 진행하는 토플라와 헤니의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토플라 : 이번에 두 가지 캠페인을 진행하며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즐거웠어요. 동네에 계신 여러 어르신분들과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어떻게 하면 이분들께 ‘한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번 촬영 프로젝트를 통해 한산에서의 추억을 기록할 수 있도록 도와서, 정을 쌓아가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서 행복해요.
      

마을을 살리는 데에 노력을 하고 있어요. 사라져가는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다시 찾고 새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재미를 살고 있답니다. 이렇게 작은 시골마을 한산에 와서 정착 청년들과 소통하며 시골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어요. 여유 있는 시간을 가졌고, 이 여유를 통해 저를 알아가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있어요. 결론적으로는 삶의 여유와 새로운 자아를 얻은 것 같아요!!


헤니 : 아무래도 청년들이 부족한 곳에서 지내다 보니, 모든 활동들이 활력을 불어 넣는 행위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정말 지역사회에서 생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 존재 자체로 활력을 줄 수 있는 존재일 수 있다는 것, 지역에 필요한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독자님도 어느 선순환을 잇는 선 위에, 내가 하나의 고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느끼신 적 없을까요? 아마 이 선순환의 흐름을, 반드시 이곳에 와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오늘 이 뉴스레터를 읽는 순간까지도, 독자님은 어느 순환의 고리를 이루고 영향을 주고 있어요. 쓸 데 없는 순간도 없고, 쓸 데 없는 존재도 없답니다. 후회스러운 날들도 언젠가 돌아보면 의미 있는 날일 수도 있답니다.


이 땅 위 독자님이 두발로 딛고 계신 그곳에, 독자님만의 호흡을 찾고 주위를 둘러보며- 어떤 유대와 흐름을 느끼셨으면 해요. 그것으로 독자님의 삶이 더 풍요롭길 바랍니다! 이번 일주일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주에 뵐께요! 


- 사랑을 담아 삶기술학교 YON


소개하고 싶은 것들
커피 산업의 선순환과 ‘나’ : 다큐멘터리 영화 – A film about Coffee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커피 시장이 원두 각각에 맛에 초점을 맞추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제 경험만 해도 그래요. 학교 앞 수많은 카페들은 커피의 쓰거나 고소한 맛, 흔히 말하는 ‘무난한 맛’만 보였고, 그 맛이 나면서 정신만 깨우면 장땡인 음료가 커피였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커피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다양해졌습니다. 이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에요. 이 흐름은 외국의 커피를 ‘맛있게 만들려는 움직임’ 즉 ‘원두’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작이 되었어요. . 커피 안에는 재배 순간만 가질 수 있는 최상급의 ‘'본연의 맛'이 있는데요, 커피는 과일 ‘커피체리’의 과육을 제거한 씨였고, 커피도 살아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커피 안에는 각기 다른 본연의 맛이 있는 거래요.


커피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최소 9개의 공정을 거친다고 해요. 과거의 커피 시장보다 더 나아가서, 지금 커피 시장은 ‘탄생 순간의 맛’을 위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생산자들은 커피 품질을 최대한으로 유지하고, 기업들은 좋은 원두를 위해 농장을 단독 계약하고, 생산지역에 인프라를 마련해 주고요. 로스터리는 더 나은 맛을 위해 일 년에 수백 번 로스팅을 하고, 맛의 요인 하나하나를 분석해요. 그 과정에서 원두들이 몇 번이나 걸러지고, 바리스타에게 선택된 원두들만이 잘 고안된 레시피로 내려진 커피가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내가 커피를 사는 행위로 이 산업의 순환이 이뤄지게 됩니다. 어떤 커피 농장주에게 ‘이 산업의 가치 사슬을 구성하는 사람들 중 누가 가장 가치 있냐’고 물었더니 '소비자'라고 했다더군요. 그들이 커피를 소비함으로써 농장 사람들은 단독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얻었고, 더 나은 삶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면서요.


우리가 커피를 사서 마시는 순간이 있어야만, 이 커피산업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우리가 의식하지 않더라도 어느 순환에 기여하게 되는 이 상황을, ‘우리가 알게 된다면’ 각각의 삶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


커피 산업의 흐름 안에서, 선순환을 읽어보세요. 이 영화는 현재 VOD 서비스로 보실 수 없어서, 유튜브 링크를 첨부해 드립니다. 자막 기능을 켜시면, 한국어 자막을 같이 시청하실 수 있어요.


로컬을 피부에 바르세요 : 브로컬리의 '온도'

브로컬리는 brand + locally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브랜드로, 잊히는 로컬에 나는 것들로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에요. 이번엔 얼마 전에 알게 된 브로컬리의 대표 브랜드 ‘온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해요.


전라남도 화순 수만리는 구절초라는 꽃이 유명한 곳이에요. 그래서 그동안 구절초를 재배하고 판매해왔는데요, 구절초를 찾는 사람이 적어지고 재배량이 점차 줄어들자 마을에게도 서서히 위기가 찾아왔다고 해요.


이 사실을 알고, 브로컬리는 전남 화순을 찾아 그곳의 구절초를 이용해 ‘가장 한국적인 비건 스킨케어’를 만들기로 했고, 그렇게 해서 ‘온도’의 구절초라인이 탄생했어요. 여기서 난 수익은, 원료 생산지에 일부분을 돌려주는 것으로 선순환을 이루어내고 있어요


최근에 코로나19로 맞이한 우리들의 소비 키워드엔 대안적인 삶 / 조금 불편해도 환경을 위한 삶이 떠올랐고, 그들과 엮어진 키워드 들 중에 ‘비건’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화장품 업계에서도 ‘비건’을 키워드로 한 제품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실감해요.


그런데 이와는 달리 ‘로컬’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화장품 업계에서 보기 힘든 단어에요. 제가 최근에 봐온 화장품 중 거의 유일하게 ‘로컬’과 ‘비건’이라는 단어를 둘 다 고민하고, 그를 내세워 소비자 앞에 나오는 한국 브랜드는, 브로컬리의 자사 브랜드 ‘온도’ 와 ‘어글리 시크’ (상품성이 없는 ‘못난이’ 작물들을 이용해 화장품을 만듦) 가 유일해요.


로컬이라는 단어가 화장품 업계에서 첫 발을 디딘 것처럼, 사회 곳곳에서 다시 살아나길 바라고 있어요. 우리도 그 결을 같이 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미래엔 로컬이라는 단어가 숨 쉬며 살아있어어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각 업계의 새로운 흐름을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누구나 흥미 있게 보실 수 있을 만한, 브로컬리의 ‘김지영’ 대표의 인터뷰를 가져왔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겠어요?



하나의 흐름 - Maurice Ravel 의 `Miroirs: III. Une Barque sur l'Océan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OST로도 유명한 Maurice Ravel 의 `Miroirs: III. Une Barque sur l'Océan 입니다. ' 바다위의 조각배' 라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제목도 모른 채 처음 이 곡을 듣자마자,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흐르는 물결을 떠올렸어요. 그런데 제목이 '바다 위의 조각 배'라고 하니, '작곡가가 물의 흐름을 제대로 그려냈구나!' 했답니다.


오늘 이 곡을 소개한 이유는, 제가 '흐름'이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하게 되어서 그랬어요. 로컬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세계에서도 선순환은 끊임없이 이어져야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선순환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순환은 곧 흐름이니까요! 


우리가 딛고 있는 그 어느 곳이든,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잘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소개한 이 곡 처럼 잊혀져가는 것들이 선순환을 이루며 '잘 흘러가길' 꿈꿉니다.


이번 주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독자님의 행복한 날들을 빌며, 다음주에 뵐께요 :-)  


- 사랑을 담아 삶기술학교 YON


편지를 보낸 삶기술학교@한산캠퍼스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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