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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찾는 다원 May 09. 2024

[전시]《5와 9》_영주맨션

전시리뷰

*본 글은 영주맨션의 지혜검 개인전 《5와 9》리플렛과 영주맨션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전시제목: 지혜검 개인전《5와 9》

참여작가: 지혜검

주최/주관: 영주맨션(https://www.instagram.com/youngjumansion)

전시기간: 2024.4.14 - 2024.5.12

전시장소: 영주맨션

(부산 중구 영초길 51 9-다동 지하 5호)


*영주맨션은 2018년 4월 15일에 개관한 부산의 예술공간이다. 영주아파트는 시영아파트의 시범아파트로 6.25 한국전쟁 전시 재난 복구를 위한 공공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졌다. 비탈길의 피난촌을 허물고 지어진 건물로, 영주맨션은 영주아파트에 위치해있다.  영주아파트는 2018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었으나 아직까지 공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영주맨션의 모습

 부산역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영주맨션은 6.25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밀집해있던 경사진 마을의 기억을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었다. 낮은 주택들과 오래된 상가들 사이에, 지어진 지 수십년은 지난 낡은 맨션들은 가까운 부산 도심의 새로움과는 대조적으로 긴 시간대를 거쳐 버텨오고 있었다. 아직까지 사람들이 살고 있는 흔적이 보이는 집들도 있었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떠났으리라 예상할 수밖에 없던 것은 단지가 몹시 조용했기 때문이었다. 공공주택 사업으로 설계된 영주아파트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다시 언제든지 무너질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영주맨션에 방문한 날은 비가 오고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열심히 올라간 다음 아파트 앞에 섰을 때 빗물과 안개로 가려진 부산의 풍경들이 군데 군데 보이고 있었다. 영주아파트에 대해 검색하자, 재개발 사업에 관련한 수많은 기사들과 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주아파트 사이에 섰을 때 바로 그 전날 보았던 공간 힘 전시에 참여했던 홍진훤 작가의 사진 연작 속 풍경이 보이는 듯했다. 한 때는 도시재생 희망의 산물이었으나, 대부분의 사람이 떠나 현재의 도시에 유예된 것만 같은 상황 속에 서 있으니 홍진훤 작가의 사진이 그러했듯, 훨씬 더 쓸쓸하고 적막했다.

 어릴 적부터 아파트에 살았고, 현재도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라질 아파트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도 철거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 대부분의 도심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은 이주가 익숙한 세대를 만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영주맨션을 들어가자마자 아파트에 툇마루가 있고, 한 층 정도 높이 발을 디뎌야만 방이 보인다는 점에서 익숙한 낯섦을 느꼈다. 영주맨션은 두 개의 주요 방과 주방, 총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각각의 구역에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지혜검, <삼각뿔 도형 도면으로 그린 여러 모양>, 2024, 석고, 종이에 콩테 각 12장, 36.4 x 51.4 cm, 가변설치

 

 한 방에 들어가면 지혜검 작가의 <삼각뿔 도형 도면으로 그린 여러 모양>이 있다. 벽면에는 삼각뿔의 펼쳐진 전개도를 여러 각도에서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다. 그 앞에는 석고로 만든 삼각뿔이 놓여 있다. 작가는 사람마다 동일한 대상을 다르게 보는 현상에서 출발해 작품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지혜검, <가정집 온도와 습도를 거꾸로 뒤집은 전자식 숫자 모음>, 2024, 종이에 연필 6장 각 29.7. x 42cm, 가변설치

 

 모눈종이에 그려진 <가정집 온도와 습도를 거꾸로 뒤집은 전자식 숫자 모음>은 전자시계에서 5와 9의 도상을 헷갈린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 두 작품 모두 정지된 사물을 두고 다르게 인식되는 이해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었다.


지혜검, <소리와 종이(흙)>, 2024, 종이, 흙, 녹음된 리코더소리, 헤드폰, 가변설치


 지혜검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보이는 것과 그것을 이해하는 상이한 방식들,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세계에 대한 작업을 보여주고 있었다. 서문을 읽고 또 전시를 보며 서로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런 생활은 이기적인 사람들의 모습에 이어지지 않았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끼리도 소통을 할 수 있듯이, 친밀감이 쌓이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대화를 나눌 수 있듯이, 같은 것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루어낸 복잡한 세계 속에서 어떤 시점을 채택할 것인지의 문제의식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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