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111조
신문의 작은 칼럼 하나를 읽다가 발견한 사전죄가 나의 공부를 끌어냈다. 필자는 판례와 양형 기준도 없이 70여 년간 존재해 온 법규에 새로운 판례가 더해질 수 있는지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이 대통령이 이 모순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그가 법학적 엄밀함보다는 지지층 결집이나 상대 진영 압박을 위해 법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용주의의 탈을 쓴 막무가내 레토릭을 사용하는 이유에 손뼉 칠 수가 없어 불편하다
대통령은 취임 선언(헌법 제69조)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할 것'을 엄숙히 다짐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은 북한에 드론을 날린 이에 대한 처벌을 위해 형법 111조의 사전죄를 언급했단다. 이 언급이 가져 올 우리 헌법과의 모순 그리고 위험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은 취임 선언(헌법 제69조)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할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 그러므로 '사전죄'를 언급하는 것은 영토 조항과의 정면충돌이다. 북한을 '외국'으로 간주하는 듯한 발언은 헌법 제3조(영토 조항)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의무와 배치될수 밖에 없다. 민간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형법상 성립이 불투명한 조문을 끌어오는 것은, 국민이 법의 적용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법적 안정성 보장 역시 대통령의 의무다.
형법 제111조(외국에 대한 사전) ① 외국에 대하여 사전(私戰)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금고에 처한다. ② 전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③ 제1항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단, 자수 시 감면 가능)
사전(私戰)': 국가의 선전포고나 군사적 명령 없이 개인이 사사로이 외국에 대해 적대 행위를 하는 것
보호법익: 국가의 전쟁수행권 독점과 대외 관계의 안전. 개인이 마음대로 남의 나라 전쟁에 끼어들었다가 우리나라가 원치 않는 외교적 마찰이나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특이점: 징역형이 아닌 금고형. 이는 명예적 범죄(정치적·사상적 동기)의 성격을 고려한 처벌 방식이다.
헌법 제3조 (영토조항):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이 조항은 북한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헌법적 근거가 되며, 영토의 변경(북한 지역 포함)은 오직 '수복'의 형식으로만 가능함을 시사하는 조항이다.
대통령의 말대로 형법 제111조가 성립하려면 행위의 대상이 반드시 '외국(Foreign Country)'이어야 한다. 여기서 누구나 아는 헌법적 딜레마가 발생한다 북한은 '국가'가 아니며, 그 지역은 우리 영토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엄격하게 법 문언대로 해석하면 북한에 대한 공격은 '사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사안에 따라 북한을 다르게 본다. 과거 국가보안법/간첩죄에서는 북한을 '적국(敵國)'에 준하는 단체로 보아 처벌을 긍정해 왔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북한과의 거래를 '국가 간 무역'이 아닌 '민족 내부 거래'로 봐 왔다. 만약 북한을 '외국'으로 인정해 사전죄를 적용한다면, 이는 우리 정부가 북한을 주권 국가로 승인하는 꼴이 되어 헌법상 영토 조항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내가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법의 도구화' 때문이다 드론 비행이나 전단 살포는 행정법(항공안전법 등)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를 국가 간의 전쟁 개시를 의미하는 '사전죄'라는 거대 담론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법률적 '과잉 대응'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특정 조문을 콕 집어 언급하는 것은 수사 기관과 법원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이 너무 자연스레 해오던 행동이라 이 발언의 문제점이 별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다 허물어진 삼권 분립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게 옳은 일인가? 이근 대위에게 적용한 여권법 항공 안전법등의 별도의 제재수단이 이미 존재함에도 사실상 사문화되었던 규정을 끄집어내는 것은 '북한을 외국으로 볼 것인가'라는 헌법적 난제를 사회에 던지려는 의도인가? 나는 실효적 지배를 하지 못하고 있는 반 국가 단체에 대해 우리가 취할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NCND 전략이라 생각한다. 이는 실익적 측면에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헌법 고수), 동시에 현실적인 교전 상대방으로 관리하는(안보 유지) 이중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법리적 유연성측면에서도 굳이 '사전죄'라는 거창한 칼을 꺼내지 않아도, 행정법적 규제(항공안전법 등)를 통해 충분히 통제하면서 외교적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
2023년 헌법재판소는 "대북전단 금지는 위헌" 소위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2020 헌마 1647)을 내렸다. 핵심 이유는 전단을 날리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며, 이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목적은 정당하지만, 이미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으로 현장 통제가 가능한데도 아예 법으로 금지하고 감옥에 보내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에 어긋난다는 논리였다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혹은 모순적인) 법리적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경미한 법도 위헌인데, 무거운 형벌을? 헌재는 단순히 전단을 보내는 행위를 '남북교류협력법'으로 처벌하는 것조차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형량이 무겁고(1년 이상의 유기금고), 죄질이 무거운 '사전죄(전쟁 개시)'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헌재의 결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해석이 될 수 있다. 헌재는 전단 살포가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주민 안전을 위협할 순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국가 간의 전쟁' 상태를 야기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전죄'는 말 그대로 개인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법원이 전단이나 드론을 '전쟁의 서막'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법리적으로 매우 희박하다고 보지만 또 모를 일이다. 우리 사법도 무너지고 있으니 말이다.대북전단 금지법 당시 정부 논리는 "북한은 우리 영토의 일부이고, 남북 관계는 특수 관계이므로 내부적인 통제가 필요하다." (국내법적 시각)였다
사전죄 적용언급하는 현 정부 논리는 "북한은 사전죄의 대상인 '외국'이다." (국제법적/외국 시각)인 것이다. 즉, 필요할 때는 '우리 영토(NCND)'라고 하다가, 처벌하고 싶을 때는 '외국'이라고 부르는 자기모순을 어쩌려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경기 북부 지역에 산다. 드론이나 전단 등으로 직접적 인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 위험한 것은 기준 없는 법 적용이다. 헌법을 아예 존중하지 않는 정부가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