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몬띵크 May 07. 2022

뭐가 없어야 되는 요즘 브랜딩

멋진 브랜딩을 위한 less 전략

요즘 잘 나가는 브랜드들을 보면 희한하게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 말고 자꾸 다른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침대 없는 침대 광고라던지, 선글라스 없는 선글라스 광고라던지. 왜 그런걸까? 사실 정답은 없지만 '브랜딩은 연애라는 관점'에서 비춰보자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브랜딩은 연애

브랜딩은 많은 관점에서 연애와 비슷하다고 말하는데 결국 '매력'을 어필해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개팅에 나간 상황을 예를 들어보자면, 이해가 확 된다. 소개팅에 나갔는데 A/B  유형의 상대방이 있다.


본인 어필에 진심인 A.

"저 돈 진짜 많아요."
"저 공부 잘해요. "
"제 콧대 진짜 예쁘죠? 자연이에요."


자신이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말하는 B.

"저는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플로깅을 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저는 여행을 참 좋아하는데 혹시 좋았던 여행지는 어디에요?"


대부분 B 유형을 선호할 것이다. 자신에 대해서 담백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 관심 분야를 실천에 옮기는 사람.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 이런 유형이 대부분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 게 아닐까?


이런 관점에서 A는 전통적인 마케팅이라고 이해할 수 있고 B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브랜딩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제품/서비스의 장점을 직접적이고 연속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마케팅이라면 브랜딩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드러내고 고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타사와의 경쟁이 아닌 가치 전달이 더 중요하고 고객과의 정서적인 유대감이 필수적인 시대이다. 제품/서비스는 실제로 등장하지 않아도 좋다. 나는 이런 전략을 '멋진 브랜딩을 위한 less 전략'이라고 이름 붙였다. 실사례 중심으로 빠르게 훑어보자.



1. AWAY

아직 캐리어를 출시하지도 않고 발행한 여행 매거진 HERE

미국의 중저가 캐리어 브랜드인 AWAY는 AMERICAN EXPRESS와 RIMOWA의 중간 가격대의 블루오션을 캐치해서 합리적인 가격에 튼튼한 캐리어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AWAY는 제품 런칭 홍보를 위해 캐리어의 직접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행'이 주는 가치를 전달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는 출판으로 이어졌다. 40명의 여행 인플루언서를 인터뷰한 책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곳 (The Places We Return to)』이 큰 인기를 끌었고 책 안에 캐리어로 교환 가능한 기프트 카드를 넣어 간접적인 홍보까지 해결했다. 이렇게 세련된 방식의 홍보 전략은 아직 주력 제품이 출시되지도 않은 AWAY를 하나의 브랜드로 끌어올렸다.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곳 (The Places We Return to)』


그 이후 AWAY 캐리어는 시장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주력 상품을 숨기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HERE 라는 여행 매거진 발행과 팟캐스트 채널 <AIRPLANE MODE> 을 통해 '여행'에 대한 가치 전달을 지속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지도 방문해보면 캐리어에 대한 홍보보다는 여행지 소개 등의 콘텐츠가 많은 편이다. 자신들의 주력 상품인 캐리어에 대한 홍보 내용이 거의 없는 그야말로 담백한 브랜딩 전개이다.

『HERE』



2. YETI

YETI Presents. 아웃도어 그대로를 영상에 담다.

이와 유사한 브랜드로는 미국의 아이스박스 브랜드 YETI가 있다. 캠핑족에게는 '아이스박스계의 에르메스'로 알려져있는 고급 아이스박스인데 제품의 퀄리티 뿐만 아니라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는 브랜딩이 인상적이다. 바로 유튜브용 단편 영화 시리즈. <YETI Presents> 이다. YETI 제품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YETI 라는 브랜드가 어떤 사람들을 위해서 탄생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 영화 시리즈로로 '아웃도어'의 가치에 대해 굉장히 진정성있게 전달하고 있다.

<YETI Presents>


"우리는 제품을 우리의 심장으로, 브랜드를 우리의 영혼으로 생각합니다. 둘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그것은 강력한 원동력이 됩니다." - 맷 라인체스, 2021년 Forbes 인터뷰에서


결국 제품의 퀄리티가 높으면 그에 맞는 브랜드 전략이 수반되어야하고 이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조화를 이루면 어떤 브랜드 임팩트가 나올 수 있는 YETI가 잘 보여준 것 같다.



3. The Balvenie

한국 시장에 대한 진정성 있는 로컬 전략

보리 재배(경작)부터 마지막 병입 순간까지 모든 과정이 장인들의 손에 거쳐 만들어진다는 발베니.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하면서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는데 로컬 전략과 less 전략이 결합되어 상당히 진정성이 느껴진다. 바로 ‘메이커스 캠페인’이다.

발베니...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발베니의 높은 품질, 훌륭한 맛과 풍미를 강조하는 홍보 마케팅을 전개하기보단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인 '장인 정신'을 강화시키는 전개 과정이 인상적이다. ‘메이커스 캠페인’은 한국의 장인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로 발베니의 장인 정신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아주 진정성이 느껴지는 캠페인이다. 소목, 소반, 선자, 염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명장 분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빌려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주목할 만한 것 같다.


한국의 장인들을 소개하는 ‘메이커스 캠페인’



4. WEELO

나다움의 가치를 전달하는 뉴스레터

국내 AI 홈트 서비스인 WEELO는 '나다움'의 가치를 인터뷰 콘텐츠로 풀어내고 있다. 물론 AI 홈트 서비스가 생소한 아이템인만큼 이에 대한 사용 설명과 관련 콘텐츠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이메일 뉴스레터라는 채널을 통해 '나다움'이라는 주제로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는 중이다. 홈트레이닝을 가장 나다운 공간인 집에서 하는 운동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나답게 멋진 라이프를 살고 있는 다양한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나다움'의 가치를 진정성있게 전달하고자 하는 모습. 뉴스레터를 신청하면 이메일로 인터뷰 내용을 받을 수 있다!




5. Simmons, ace&taste

less 전략을 활용한 광고들은 참 센스 있다.

인트로에서 언급한 '침대 없는 침대 광고''선글라스 없는 선글라스 광고'이다.


SIMMONS는 모두가 다 알고 있다시피 침대 브랜드이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이라는 카피로 유명할만큼 '편안함'의 가치가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광고에서 '편안함'과 'SIMMONS 침대'를 함께 강조하는 연출이 굳이 필요할까? 최근 SIMMONS의 광고에서는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에는 '편안함' 그 자체를 강조하는 연출을 통해 소비자가 충분히 SIMMONS 제품을 떠오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SIMMONS 라는 브랜드가 인지도 높은 브랜드임을 감안하더라도 자신들의 주력 제품인 침대를 과감히 삭제하고 '편안함'에만 초점을 맞춘 연출은 그들의 크리에이티브와 자신감 또한 보여준다.

Simmons 광고는 국내 광고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암스테르담의 아이웨어 브랜드 ace & tate 에서는 <Bring on the sun>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캠페인은 햇빛이 강할 때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누구나 겪게 되는 보편적인 경험을 포스터에 담았다. 포스터 어디에도 선글라스 제품이 등장하지 않지만, 한껏 찡그리고 있는 인물들의 표정을 보면 곧바로 선글라스가 떠오르게 된다.  

"이 광고를 보고 나면 선글라스가 쓰고 싶어질 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싱글톤x모빌스: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