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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몬띵크 Nov 06. 2022

비비고의 '문화적 브랜딩' 전략

곰탕 브루어리, 도깨비 만두바, bibigo Peaches Arena

“It is in Apple’s DNA that technology alone is not enough—it’s technology married with liberal arts, married with the humanities, that yields us the results that make our heart sing.” - Steve Jobs



스티스 잡스가 했던 말입니다. "기술만으로는 안된다. 기술이 인문학과 결합했을 때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애플의 DNA라고 강조합니다. 



기술

기술 그 자체는 이제 기본이 되었습니다. 0.001초라도 일찍 결승점을 넘기려는 100m 달리기와도 같은 상황처럼 말이죠.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었고 '제품 동위' 즉, 제품 그 자체로만 본다면 큰 차이를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기술 + 인문학 = 문화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만 남게 됩니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수많은 제품들 중에서 어떻게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소비자들은 더 이상 '제품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인식한 뒤 실제로 구매까지 하게 되는 전 과정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관통할 수 있게 하는 것. 바로 이러한 '문화적 브랜딩'을 잘 이해하고 구사하는 제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입니다. 



비비고

최근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을 통한 '문화적 브랜딩'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비비고입니다. 전통적인 식품회사가 강조하는 소구점 (맛과 건강, 그리고 기술력)을 넘어서는 비비고의 행보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뻔하지 않고 감도 높은 시도들을 하면서 비비고만의 독특한 문화적 기반을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문화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이라는 점을 비비고는 참 적절히 파고들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음악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술이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에) 음식이 빠질 수가 없죠. 음식으로 문화를 완성시키는 일, 그것이 비비고가 제시한 문화적 브랜딩의 방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비고 x 옥동식 <곰탕 브루어리>
식품기업으로서 기술력을 보여주다. 


음식으로서 문화를 완성하려면 우선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 하겠죠? 옥동식과 협업한 곰탕 브루어리는 '맛'을 완성시키는 비비고의 기술력을 확실히 보여주는 기획이었습니다. 비비고는 미쉐린 빕 구르망 (2018-2023)에 빛나는 옥동식 셰프님의 레시피를 그대로 간편식에 담은 신제품, 특양지곰탕&특설렁탕을 출시했습니다. 당신의 식탁으로 찾아가는 bibigo table의 컨셉에서 비비고의 높은 기술력으로 옥동식의 진한 국물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었죠. 



곰탕 브루어리 공간 또한 눈여겨볼 지점이 많았는데 가장 첫 번째로 환대, 호텔 식당에서나 받을 법한 환대로 방문자들의 미소를 자아내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곰탕 '브루어리'의 컨셉에 맞게 육수만 따로 시음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재미있었습니다. 포토존에서 촬영 후 즉시 인화하여 추천사를 쓸 수 있는 공간까지 즐길 거리도 풍성했습니다. 식사를 할 때는 비비고 특설렁탕과 특양지곰탕이 명성유기에 멋스럽게 담겨 나왔고 잔술로 서울의 밤 한 잔까지 챙겨주시는 센스까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간편식인데도 식당에서 방금 우려낸 것 같은 깊이감이 느껴지는 국물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비고 x 제주맥주 <도깨비 만두바>
비비고가 할 수 있는 문화적 변주 가능성을 보여주다


떠오르는 맥주계의 신예, 제주맥주와 콜라보한 도깨비 만두바는 비비고의 문화적 변주 가능성을 보여주는 었습니다. 유쾌하고 비범하고 망측한 '도깨비'의 핵심 소재와 'Mix it up (섞어버려)'라는 슬로건은 기존 비비고의 브랜드 이미지에서 보다 거침없고 과감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128가지 나만의 만맥상 커스텀으로 즐길 수 있는 소스바, 기상천외한 맛들의 만두와 맥주. 그리고 다채로운 사람들이 어우러져 마음껏 섞이면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냈습니다. 김치 맥주라뇨, 말이 되나요? 알고 보면 CJ김치유산균을 활용하여 제주맥주와 공동 개발한 사우어에일인데 신선하면서도 유쾌한 네이밍으로 주목도를 높였습니다.



역시, 만두와 맥주의 조합으로 창의적인 문화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기획을 보면서 콜라보레이션의 차원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식품기업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하면 제품 패키징에 캐릭터를 등장시켜서 판매하는 것처럼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협업에 그칠 때가 많았는데 도깨비 만두바를 보면 훨씬 입체적으로 진화한 것 같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키고 소비자들이 입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앞으로 비비고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선택 뒷단에는 이러한 경험이 잔상으로 남게끔 만들었습니다. 




비비고 x LA레이커스 x 피치스 <bibigo Arena Peaches>
식품을 넘어 문화적 확장성의 자신감을 보여주다


앞선 두 기획은 비비고의 기술력과 문화적 변주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bibigo Arena Peaches에서는 이제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그 자신감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어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는 LA레이커즈, 그리고 스트리트카 문화 기반 브랜드인 피치스와 콜라보레이션을 하였습니다. 요즘 가장 핫한 성수동,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베뉴인 피치스 도원에서 비비고는 이곳을 찾는 젊은층 소비자들에게 어떤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을까요? 


저는 bibigo Arena Peaches에서 '음식으로 문화를 완성시키는' 비비고의 브랜딩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고 느꼈습니다. LA레이커즈의 강렬한 컬러와 비주얼, 피치스의 캐릭터를 활용한 베리에이션들과 멋진 공간 등 팝업의 많은 요소들 중에서도 결국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음식이었습니다. NY양념갈비만두와 치킨고수만두 중에 선택해서 받아 들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이 경험은 정말이지 자연스러웠습니다. 각종 게임을 통해 티켓을 받고 사진을 촬영하고 음악을 즐기는 이 와중에 계속 입에 들어가고 있는 스낵푸드. 이런 자연스러운 조합이라면 비비고가 스며들어 완성시킬 수 있는 문화의 한계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흥미로웠던 점은 LA레이커즈, 피치스와의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xeva 의 그래패티 아트가 가득 채운 공간에서 마치 제가 미국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한국적인 이미지를 통해 건강하고 트렌디한 모습을 강조하는 반면, 오히려 한국에서는 마치 미국 브랜드인 것 같은 느낌으로 브랜드 설계를 하여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보여졌습니다. 


KOREA 자체의 브랜드 가치가 치솟고 있는 세계 시장에서는 한국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한국에서는 글로벌 파트너십의 적절한 활용으로 세계로 진출하여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2-track 브랜딩 전략은 비비고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정말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이제는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잘 만드는 것으로는 정말이지 부족한 시대가 왔습니다. 한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 영역은 이제 '소비자들의 가슴까지 뛰게 만들어야 하는' 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막막할 수도 있습니다. '뭐부터 해야 할지...' 


저는 비비고의 사례를 보면서 크게 2가지를 먼저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1. 어느 기술적 영역에서 우리의 제품이 비교 우위가 있는지
2. 어느 문화적 영역에서 우리의 제품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지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으로 소비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일. 스티브 잡스가 말했다 해서 비단 애플에게만 해당되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신의 브랜드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브랜드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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