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경제를 배우게 된 청년의 이야기 - Chapter 12
내가 꿈꾸던 돈을 벌기 위해서 또, 내 시간을 쓰지 않는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 매달 일정 금액을 수익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검토해보니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원리는 하나였습니다. '이자수익' 상가를 사서 월세를 받는 것도 이자수익이고 주식 배당금도 증권이라는 자산을 매입해서 이자를 받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처럼 가진 게 없고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차익거래'에 포커스가 맞춰 있습니다. 이자수익은 연 1.5% 연 2% 등 정말이지 개미 눈곱만큼 주는 거 같고 그 정도 이자율로는 정말 많은 돈을 투자해야지만 가슴 설레는 수익을 볼 수 있습니다. 연 2%의 수익을 볼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전재산인 7천만 원을 투자하면 1년에 140만 원의 수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금액도 하찮게 볼 수 없지만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에는 그 어떤 도움도 될 수 없습니다.
그러던 차에 빠르게 돈을 버는 차익거래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습니다. 아니 진작에 등장은 했지만 이제야 눈에 들어온 코인 시장이 그것입니다. 주식과는 다르게 하룻밤 사이에 수십 퍼센트에서 100%가 넘는 수익을 우습게 보는 말도 안 되는 신세계 같았습니다. 처음 코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 되고 주식으로 공부한 가치투자는 단 1%도 적용이 안 되는 도박판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꾸 코인 거래소를 들락거리니 주식으로 하루 1~2% 수익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가 바보같이 보입니다. 같은 노력이라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볼 수 있는 곳에서 매매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자기 합리화를 시전 합니다. 그저 맛만 보자며 조금 매수를 해봅니다. 잠깐 사이에 주식에서 하던 버릇이 있어서 매수를 하자마자 금세 올라 얼른 매도를 하니 그 잠깐 사이에 5% 이상 수익을 봤습니다. 그런데 그 코인은 매도 이후에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었고 조금 늦게 매도를 했다면 순식간에 20~30%는 더 수익을 봤을 거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귓가에 울립니다.
이제 욕심에 사로잡혀 앞뒤 안 가리고 코인 대세론자가 되어서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정리하고 돈을 싸들고 코인판으로 들어옵니다. 주식을 하면서 공부했던 차트를 대입해서 나름 전문가처럼 분석을 해봅니다. 그리고 들어가서 수익을 볼 때도 있고 돈을 잃을 때도 있습니다. 솔직히 대충 사고팔아도 돈을 잃거나 따거나 였을 겁니다. 아무리 신중하게 투자하는 것처럼 꼴값을 떨어도 이건 그냥 도박을 하는 거였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다 보니 도박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그런 되지도 않는 연기를 진지하게 할 수 있는 바탕이 된 거겠죠. 그냥 재밌었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시장이 좋았는지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며 아침 9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러시하는 코인에 올라탔다가 늦지 않게 내리면 쉽게 쉽게 돈이 벌립니다. 그렇게 유사 도박 중독이 되어 갑니다. 7천만 원이었던 시드머니가 한두 달 사이에 1억이 돼있었고 이쯤 되자 그동안 신중했던 투자기준은 온데간데없고 한탕주의에 눈과 귀가 멀어갑니다. 결국 불과 보름 만에 다시 7천만 원으로 돌아와서야 정신이 듭니다.
인터넷을 여행하다 보면 돈을 버는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있습니다. 제목만 보면 이 영상, 이 블로그 꼭 봐야 할거 같고 나만 빼고 다들 매일매일 승승장구하며 세상의 돈을 쓸어 담는 거 같습니다. 책을 소개하면 책을 사야 할 거 같고 주식을 소개하면 당장 이 주식을 사야 할 거 같고 코인을 소개하면 지금이라도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풀 매수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왠지 쫓아갔다가 역시 흔한 유혹이라는 걸 확인하면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일까 봐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속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혹시 진짜라면 정말 소중한 기회를 잃는 게 아닐까 고민합니다. 호기심이 많다는 허울 좋은 핑계로 수많은 유혹에 모두 당해보고 나서야 겉으로 봐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 것을 똥인지 된장인지 확인하기 위해 맨날 똥을 찍어 맛을 보는 멍청이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새삼 느끼고 쓴웃음을 짓습니다.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내게 다가오는 배가 구조선인지 해적선인지 모를 때는 그냥 부표를 붙들고 표류하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일확천금을 버는 비법은 마치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꼭 존재할 거 같은 유령처럼 내가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참을 방황하고 나서야 돈을 버는 비법이란 사람의 욕심이 만들어낸 것이고 그걸 이용해서 남을 속이는 것도 함께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맨날 똥을 맛보고 또 속았다고 했던 이 멍청이는 일확천금을 버는 비법은 없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다만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로또 당첨 비법은 없으나 부자가 되는 방법과 경제적 자유를 얻는 방법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렇게 많은 진실을 말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외면했던 이유는 남들이 모르는 소설 같은 비밀을 나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에 그렇게 헤매고 다녔는가 봅니다.
시간적 여유를 갖기 위해 정신승리가 아닌 최대한으로 조건을 낮추더라도 직장을 다니던 만큼의 수입이 있어야 진정으로 경제적 자유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았고 오히려 직장을 다니면서 써야 했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하는 거라 생각했기에 조금은 노동을 위한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그저 직장을 다녔던 수입만큼만 벌 수 있다면 아내도 저도 만족을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별별 부업을 알아보고 인터넷으로 비법을 배우고자 몇백만 원을 써가며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쫓아다녀도 그런 비법은 없었습니다. 정말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다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들의 의미를 조금 알게 됐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하는 모두가 처해있는 환경이 다르고 시드머니가 다르고 매달 목표로 하는 수익이 다릅니다. 누구는 부동산 투자로 누구는 주식으로, 코인으로, 인터넷 쇼핑몰, 유튜브 종류와 순서를 나열한다면 방법은 수십 가지에 이릅니다. 투자로 수익을 보는 방법 중에 시드머니가 어느 정도 수 억 수준이 되면 도달하는 방법은 보통 부동산입니다. 왜 부동산이냐면 우리나라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건국신화만큼 믿는 나라입니다. 아파트를 사든 상가를 사든 세를 받기 위한 부동산을 매입한다고 했을 때 내가 산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8억을 주고 산 아파트가 매달 나에게 100만 원의 수입을 안겨준다고 할 때 3년이 흐르면 총 3600만 원의 수입이 누적됩니다. 그런데 아파트의 가치가 하락해 3년이 지나자 6억에 매매가 되고 있다면 과연 수익을 안겨줬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우리나라의 국민 대부분이 8억짜리 아파트가 6억이 될 거라는 생각은 1%도 하지 않을 겁니다.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부동산은 상승을 하지 않은 경우는 있어도 가격이 하락한 적은 없으니까요.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내가 가진 돈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모든 사람이 수억, 수십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요즘은 주식에 대한 평가가 많이 좋아져서 부동산만큼 선호되는 자산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주식은 부동산보다 위험합니다. 내가 S전자 주식을 8만 원에 샀는데 6개월 뒤에 6만 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배당금은 분기마다 나오지만 원금이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전자 주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지난 수십 년을 돌이켜보니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계속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이었기 때문입니다. 짧은 기간 내가 산 가격보다 하락할 수 있으나 장기로 지켜보면 성공을 가져다준 주식입니다. 사실 부동산도 가격이 내릴 때가 있습니다. 부동산과 주식의 차이는 매일 가격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은 우리가 매일 가격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입니다. 그런데 주식을 매입한 사람들은 매일 가격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한 달에 2번 이상은 가격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더 버티기 힘든가 봅니다.
부동산, 주식 장기투자를 할 시드머니가 없는 사람은 시드머니를 남들보다 빠르게 많이 모으고 싶어 합니다. 이 부분에서 수많은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매달 3~400만 원 받는 직장 생활로는 억 단위의 자산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온갖 매체에서 등을 떠밉니다. 투잡을 하고 투잡도 부족해서 n잡을 하라고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쇼핑몰을 운영하라고 하고 유튜브를 하라고 합니다. 본인들은 그렇게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내가 성공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줍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한 노력은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그 노력만큼 얻기를 희망하고 응원합니다. 다만 저는 n잡을 하느라 마음도 병들고 몸도 병드는 게 싫었습니다.
저는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녔습니다. 적당한 수입과 적당한 시간적 여유를 바랐기 때문에 인생을 혹사하는 그 방법들이 저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을 즐기자 욜로~ 김밥 한 줄로 점심, 저녁을 해결해도 커피는 별다방~ 이런 것도 싫었습니다. 유행처럼 따라야 하는 것들을 정하고 그걸 해야 힙하고 트렌디한 대우를 하는 것들도 40대라는 나이로는 이해도 안 되고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코로나가 정말 심각하고 좋지 못한 전염병이고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겪었지만 저에게는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었고 내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집중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을 만들어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Defi(디파이)를 알게 되었고 뭔가 말도 안 되는 이자율이 또 똥이 아닐까 싶은 냄새가 솔솔 났지만 언제나 그랬듯 또, 역시나, 어김없이 찍어서 맛을 봤습니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 투자는 이익을 보는 사람도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다는 양면성에 기대를 걸고 정말 열심히 이것저것 찍어 먹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테스트를 시작한 지 12개월이 되었고 모든 투자 활동을 접고 5개월 동안 이걸로만 원하는 만큼의 적당한 수입과 많은 시간적 여유를 얻었습니다. 부동산, 주식보다 몇 백배는 높은 리스크가 존재하고 고작 1년밖에 안됐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걸 얘기하는 이유는 원하던 삶을 지금 살고 있고 이 삶이 맞고 틀리고 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한 힌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수십억의 인구만큼이나 많은 삶을 사는 방법이 있고 지금까지 써왔던 글처럼 사업을 하거나 직장을 다니거나 투자를 하거나 그 안에서 진정 삶의 의미를 찾고 행복하다면 그 누구에게도 그 삶을 조롱할 권리 따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쩌다 보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 비슷한 교육과정을 거치고 정해진 경쟁 시스템 안에서 승리를 쟁취하고자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틀을 벗어나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고 수저 색깔을 정하더니 이제 태생부터 글렀다고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생겼습니다. 역시나 저는 성인군자 같은 수양은 해본 적이 없어서 정신승리를 위한 말은 못하겠습니다. 다만 정해놓은 틀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세운 기준에 부합하는 행복을 찾는 수고로움은 태어난 김에 한 번쯤 해볼 만한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고민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그동안 어설프게 써오던 –몸으로 경제를 배우게 된 청년의 이야기- 시리즈를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다음 글부터는 제가 2년 동안 혼자 공부하면서 정리해둔 경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