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경제를 배우게 된 청년의 이야기 - Chapter 11
깊은 고민 끝에 2~3개월의 유예를 갖고 퇴사를 위한 현실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얼마나 이 세상과 맞지 않는 능력을 지녔는지 40대가 돼서도 남들 다 있다는 집도 없고 돈도 없는 현실이 뭐 이제는 딱히 놀랍지도 않습니다. 30대 후반이 돼서야 20대의 도전정신으로 생긴 빚을 모두 청산할 수 있었고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노력한 흔적으로 연식이 10년이나 지난 중고차 한 대와 월세 보증금이 전재산 목록이라 따로 정리할 필요도 없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상황에도 직장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고 온갖 핑계들을 나열합니다. 병원에 가면 생전 처음 보는 의사 선생님의 노기 어린 훈계를 들어야 하고 몇만 원이라도 더 벌려고 하면 그 정도 노력만큼 가족과 멀어집니다. 현실은 지옥 같은데 이곳을 벗어날 방법은 생각도 안 나고 생각해볼 여유도 없습니다.
몇 달 쉬엄쉬엄 하다 보면 또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누구나 직장을 다니다 이런 순간이 오고 이 슬럼프의 구간을 잘 넘기면 또다시 몇 년 아무 일 없이 출근을 할 거라는 걸 알기에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봅니다. 요 몇 년간 통 하지 않았던 독서를 다시 해보겠다고 중고서점을 찾았고 정말 낡고 오래된 책을 집었습니다. 22살 청년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그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반갑기도 하고 결국은 가난한 아빠를 벗어나지 못한 거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잠시 서서 오랜만에 훑어봐도 참 좋은 내용입니다. 자산의 종류와 가치에 대해 알게 되었고 돈이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또다시 심장이 요동칩니다.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이라고는 제로에 가까운 현실에 책에서 말하는 그 어떤 방법도 내가 가진 현실에는 와닿는 게 없어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슬럼프를 탈출하고자 하루하루 스트레스받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영업이라는 직업 특성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치열한 영업전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 숨을 고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숨 두 번만 고르다가는 곱지 못한 사장님의 눈초리와 남편에게 말은 못 하고 가계부를 보며 한숨을 쉬는 아내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진정 벗어날 수 없는 지옥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에 별일 아니라는 듯 차분한 아나운서의 멘트가 흘러나오는 뉴스가 저의 모든 신경을 사로잡습니다. 세계적으로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출몰했고 그 여파로 주식시장이 연일 급락하고 있다는 뉴스입니다. 하루 종일 검색으로 무슨 일인지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아찔한 희망이 뇌리를 스칩니다. 대출을 알아보고 4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받을 수 있는 걸 확인한 후에 아주 오래전에 개설해둔 증권계좌가 있는 게 기억이 나서 계좌를 찾아봤습니다. 15년 전에 개설해둔 증권계좌에 뜻하지 않은 돈이 80만 원이나 있는 걸 보고 돈 만원이 아쉬운 상황이 그렇게 많았는데 어떻게 이걸 잊고 살 수가 있는지 신기합니다.
아내를 설득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아내에게 대출을 받고 싶다고 운을 띄우는데 별 설명도 듣지 않고 해 보라고 합니다. 그렇게 허무하게 허락을 얻어내고 대출을 받아서 며칠 동안 골라놨던 종목에 겁도 없이 올인을 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고 전염병의 공포와는 다르게 세계적으로 돈이 풀리는 대 유동성의 시대가 초등학생도 주식을 사고 나가서 놀고 오면 가격이 올라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뭘 사도 자고 일어나면 수익이었고 손해를 보지 않는 시장은 즐겁고 재밌지만 이런 상황이 정상일 리가 없기에 두려움도 조금씩 커집니다.
그동안 살면서 수도 없이 당해봤습니다. 한번 일이 풀리면 세상을 다 얻은 듯 끝나지 않을 거 같지만 생각보다 파티는 금방 끝나고 파티가 더 크고 격렬할수록 그 열기는 더 빨리 식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티가 끝나가는걸 혼자서만 모르고 있다가 결국 혼자 남아 난장판이 된 파티장을 다 치워야 하는 상황이 무서웠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으로는 이 파티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한창 즐거울 때 파티장을 나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성적인 투자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이미 모든 투자자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코로나가 터지고 6개월 뒤 대출받은 4천만 원은 8천만 원이 되어 있었고 뜻하지 않게 코로나로 회사의 자금사정에 문제가 생겨 의도와는 다르지만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실업급여와 퇴직금, 주식으로 본 수익으로 몇 달의 여유가 생겼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냉정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앞으로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기가 얼마나 남아있을까. 운 좋게 짧은 기간에 얻은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을 이제 볼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게 내 실력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책에서 본 것처럼 돈을 일하게 해서 돈을 벌고 싶었고 월세처럼 매달 돈이 나오는 자산을 갖고 싶었습니다. 나에게는 정말 엄청난 수익이고 대단하지만 고작 8천만 원 가지고는 그런 자산은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획기적인 방법을 떠오르기엔 가지고 있는 지식이 너무 보잘것없어서 일단은 주식 매매를 하면서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0살 중반에 주식투자라는 말을 알게 해 준 인생의 은인 같은 분이 있었는데 그분께 등 떠밀려 증권계좌도 개설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 저에게 가르쳐 주었던 말들을 되새겨 보면 “가치투자”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20대에 10년 뒤를 바라보는 투자는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에 대한 흥미를 잃었고 그렇게 인생의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린 순간으로 남습니다. 그런 주식을 다시 하려니 고민이 됩니다. 가치투자를 하려니 처음 주식을 접한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은 급하고 가진건 없습니다.
가치투자, 장기투자가 안전하고 좋은 투자 방법인 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나도 운용자금이 수억, 수십억이라면 안전한 가치투자, 장기 투자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은 실업자에 시드머니는 1억 도 되지 않습니다. 거기다 4천만 원은 대출받은 돈입니다. 내 현실에 맞는 계획이 필요했지만 지금 당장은 찾을 수 없었기에 당분간은 실투자는 3개월을 기준으로 매매계획을 짜고 모의투자로 단타매매를 연습하면서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면서 얻은 지식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어느덧 코로나가 세상을 강타했던 2020년은 저물어 가고 있었고 아직 파티는 끝나지 않았는지 매매 수익도 나쁘지 않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21년 여름이 될 무렵 시드머니는 1억을 넘어 대출을 상환하고도 7천이 조금 넘는 돈이 남았습니다. 또 이때쯤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주식을 하면서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가치투자, 장기투자가 맞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날 사서 그날 파는 흔히 단타매매라는 걸 해보니 매일 시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고 전업투자를 하면 평일에 가족과 함께 어디 놀러 가거나 정말 여유로운 평일 생활을 할 거라 기대했지만 전혀 여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살얼음판 위에서 조심조심 걷는 일을 매일 하려니 언제 얼음이 깨질지 몰라 불안합니다. 오늘 다행히 원하는 수익을 얻었지만 내일도 오늘과 같을 거라 장담할 수 없고 오히려 얼음이 깨져 홀랑 빠져버리면 며칠 동안 고생했던 수익을 모두 반납할 수도 있습니다.
주식을 시작하고 나서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인공지능(AI) 자동매매 프로그램 광고를 보다가 이게 진짜일리 없지만 너무도 궁금했습니다. 결국 500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프로그램을 구매했고 21년이 다 지나기도 전에 프로그램은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역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매매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고 내가 지금 올바른 길을 향해 가고 있는지 지금 직장을 구하지 않고 뭘 하고 있는 건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자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내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한 여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은 현금 흐름이 생성되는 자산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이 나오는 자산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를 월세를 받는 주택이나 상가 등이 있겠죠. 주식을 하는 분들은 배당이 꾸준히 나오는 주식을 모으는 방법도 있습니다. 매월 돈이 나오는 자산은 갖고 싶은 사람도 많아서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임대수익이 매월 100만 원이 채 안 되는 아파트의 가격이 8억이 넘습니다. 8억짜리 아파트를 매입해서 매월 100만 원의 임대료를 받는다고 계산하면 연 수익률이 1.5%입니다. 8억으로 우리나라 시총 1위 주식을 투자했다면 한 해 수령할 수 있는 배당 수익률은 약 1.8%입니다. 매달 필요한 생활비가 500만 원이라고 한다면 자산의 규모가 40억이 있어야 매달 생활비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주식 배당으로 한다면 33억이 필요합니다. 애초에 이 정도 자산이 있었다면 경제적 자유고 뭐고 고민도 없습니다.
제가 경제적 자유를 가지고 싶은 이유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내가 가진 모든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면 직장을 다니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써야 하는 시간과 수익 그리고 내가 가진 자금을 모두 포함해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테스트하면서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부업이라는 부업은 죄다 찾아서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해왔던 블로그를 활용하기 위해 구글 애드센스, 쿠팡 파트너스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습니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내 시간을 갈취하는 모든 것들은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내 시간을 고스란히 남겨둔 채로 하루에 수익이 1만 원이라도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시간이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