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두 달 남짓 다녔던 학교를 자퇴했다. 제도권 교육이 갑갑했다. 학교를 떠나던 날, 이제 막 초임 딱지를 뗀 담임 선생님은 학교 앞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켜줬다. 혹시 정 없어 보일까, 걱정되는지 탕수육 소자도 함께 시켜줬다. 선생님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미래를 물었다. 나는 검정고시를 볼 거라고 답했다. 선생님은 더 먼 미래를 짚으며 되물었다. 나는 세상의 부조리를 카메라에 담는 피디가 되고 싶다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린 마음이었다. 무언가 세상에 기여는 하고 싶은데 당장 생각나는 게 그거였다. 이후로 만나는 사람들마다 씨앗을 뿌리듯 약속을 남발했다. “나는 시대를 고민하는 피디가 될 거야.” 시대를 고민하기는 개뿔, 나는 단지 관성에 이끌려 언론고시 앞에 선 것이다. 이제 수확을 앞두고 고민이 앞섰다. 사실 내 꿈은 명확한 목적도, 원대한 꿈도 없는 허상이었다. 내가 한 공부라고는 군대에서 꾸준히 끄적인 작문이 전부였다. 신문 1면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으니 말 다했다. 그런데 잠시 변명을 더 하겠다. 이건 결코 내가 게으르거나 멍청해서가 아니다. 아예 이 세계를 몰랐던 거다.
나는 고향인 제천에 있는 세명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쳤다. 지방에서 언론고시 세계를 경험하는 데는 나름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흔히 알려진 아랑 카페에서 정보를 얻거나, 서울에서 한겨레 언론학교 한터 강좌를 듣는 정도다. 문제는 비용과 시간이다. 지방대생 입장에서 언론고시는 어느 정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래도 난 참 운이 좋았다. 내가 다니던 학교 안에 국내 유일의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하 세저리)이 있었다. 학교 앞에 걸린 플래카드를 우연히 보고 4학년이 돼서야 알게 됐다.
내 눈을 사로잡은 건 플래카드에 적힌 언론사 합격자 명단이었다. 국내 10대 일간지와 방송사가 즐비했다. 플래카드 한 켠에 언론인 캠프를 개최한다는 글귀가 보였다. 나는 시식 코너처럼 맛이라도 보자는 마음으로 캠프를 신청했다. 세저리가 주최하는 예비언론인 캠프는 나처럼 학부를 칼졸업하고 언론인을 꿈꾸는 무대뽀(?) 언시생에게 특효다. 내 경험을 통해 설명하자면, 이 세계를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첫 단추가 된다. 물론 언론에 대한 풍부한 이해가 있는 이들도 배울 건 충분히 많다.
우리나라 언론의 실태를 꼬집는 이봉수 교수의 강의에선 언론인이 바로 서야 하는 이유를 배웠다. 기왕 언론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거 제대로 된 언론인이 돼야 하지 않을까. 세저리는 언론인의 윤리와 원칙을 엄격히 교육한다. 상념으로 푸는 게 아니라 직접 취재하고 쓰며 몸으로 터득한다. 시사현안을 요목조목 들여다보는 제정임 교수의 강의에선 신문과 방송을 통해 세상을 감각하는 방법을 배웠다. 신문 읽는 법도 몰랐던 내게 세상을 공부하는 재미를 심어줬다.
언론인 캠프를 경험하고, 그 이듬해에 나는 세저리에 입학했다. 피디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한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교수진이 제작을 적극 지원한다. 장해랑 교수는 <추적 60분>과 <역사스페셜> <환경스페셜> 등을 제작한 다큐 장인이다. 단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올바른 언론인이 되는 길을 지도한다. 일례로 자연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 지켜야 할 언론 윤리를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환경스페셜> CP 경험이 있는 그이기에 가능하다.
학교에서 공부하며 발견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학에서 학보사를 경험하는 언시생이 많다는 것이다. 세저리 동기 11명 중에도 여러 명이 학보사 출신이다. 내가 졸업한 학교에는 학보사가 없었다. 언론고시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서울과 지역의 인프라 차이 때문이다. 학보사 경험을 제외하고 무언가 배우기 위해선 반드시 먼 길을 떠나야 했다. 이런 현실에 손 놓고 방관하던 내게 세저리는 구세주처럼 찾아왔다. 우리는 이곳에서 혁명을 꿈꾼다.
나처럼 베이스가 없어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한다. 불필요한 고민은 당신의 합격을 먼 미래로 밀어낼 뿐이다. 무엇이든 선택하고 밀고 가야 할 때다. 나는 제도권 교육의 선생님들을 믿지 못해서 학교를 탈출했다. 스스로 평가하길 나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인간이다. 세상에 믿을 거라곤 오직 ‘나!’ 뿐이다. 그런 내가 세저리는 무한 신뢰한다. 매일 배우며 탄식을 내뱉는다. 아, 이렇게 공부할걸.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은 일단 언론인 캠프부터 신청하는 것을 권한다. 시식한 뒤에 선택해도 늦지 않는다.
세저리에서 공부하며 느낀 2년간의 경험을 솔직하게 담아봤다. 모든 언시생들의 공부가 깨달음의 기쁨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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